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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개월+25]삼신할머니와 일곱아이들〈창작뮤지컬〉

  • 봉황
  • |
  • 2003-06-13

1!@#$
[2003년 6월 12일 목요일]




삼신할머니와 일곱아이들
2003년 6월 12일 ∼ 6월 20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구 문예회관 대극장)


몸이 자주 아프다.
허리도 심상치 않고..몸살까지..오늘 공연을 미리 예매만 해놓지 않았어도 절대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그런 기분이었다.
게다가 비까지 질질 흘리는 그런 날..

?_blank"삼신할머니와 아이들이라는 공연 보러갈거야"
"어..현수가 그거 재미있다고 했는데.."
"삼신할머니가 누군지 알아?"
"모르겠는데.."
"삼신할머니는 현지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너는 이상극 아빠와 김상민 엄마가 있는 곳에 태어나거라..하고 어느집에 태어날지 점지해 주는 할머니야..그래서 현지가 엄마, 아빠한테서 태어난거지"
"에이..난 그러면 현우네 집(윗층에 사는 남자아이)에서 태어날걸 그랬네"
"왜?"
"난 현우가 좋으니까.."
"그럼 현우는 우리집에 태어났을지도 모르는데?"
"아니지..현우가 오빠되고..내가 동생으로 태어나면 되잖아"

공연장에 들어서면서 지난번 '이상한 밤' 공연볼떄 옆자리에 앉았던 아이와 마주쳤다.
이것도 인연이다 싶은지..반가워 이름까지 물어보았다.
"김선우~ 다음에 다른 공연에서 또 만나게 되면 그땐 아줌마가 맛있는 거 사주마~~"

티켓의 좌석번호를 보고 우리가 앉을 자리를 찾는 방법을 다시 알려주고 같이 찾아본 후 공연장에 입장..좌석배치도와 실제 객석과의 매치를 어려워는 해도 이렇게 습관 들이다보면 나아지겠지.
으스름한 달빛과 저멀리 보이는 산천이 보이는 무대..
두명의 아이들 역을 맡은 배우가 나와 '엉덩이를 찰싹~!'이라는 노래를 알려준다.

이 세상에 나가라고 엉덩이를 찰싹!
용감한 사람 되라고 엉덩이를 찰싹!
힘들어도 두려워말고 엉덩이를 찰싹!
태어나서 좋은 일 하라고 엉덩이를 찰싹!


시작부터..눈물이 핑 돈다.
한마디에도 생각이 많아지는 성격인지라..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뭘까..날 믿고 태어난 아이를 소중하게 보살펴야 할텐데..감상에 젖어들기 시작하더니..딸만 여섯 낳았다는 노래를 들으면서도 마음이 아파왔다.
어떤 남자아이가 "아들을 낳아야 할텐데.." 하는 소리에 '저 어린 것도..딸만 낳은 상황을 보고 안타까워하네..딸만 있으면 어때..위로하면서도 이왕이면 아들좀 점지해주시지..삼신할머니에게 얄미운 마음도 든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가세요~

배우들의 노래실력도 좋고, 마음을 동요시키는 슬프고, 다정하고, 맑은 노래들..우리에게 전달하려는 의도도 도덕적이고 이 세상에 내가, 우리 아이가 태어난 이유가 분명이 있기에 모두들 소중한 존재라고 위로할 수 있었다.
따뜻한 아기의 탄생에 대한 책만 접해본 아이가 낙태, 딸에 대한 편견을 알기엔 너무 어린 아이..아이가 자란 세상엔 ?_blank"어 정말 엄마가 살던 세상은 딸이라고 구박받던 시대였단 말이지? 야만인들 아냐"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세상이기를..
여자로 태어난 게 죄인이라는..가슴 아픈 말이 사라질 세상이 기어이 오겠지.
아이아빠가 둘째 낳을까..했더니 또 딸을 낳을까 겁나서 못낳겠다고 말했던게 생각난다.
'아..아이아빠랑 같이 봤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같이 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될 정도로..이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아빠의 마음이 부질없는 것임을 알려줄 더 좋은 방법은 없을텐데..
솔직히 딸있으니 다음엔 아들있었으면..하고 바라는게 사람 마음이겠지만..딸이라도 어때..미리 성별을 구분해 딸이라는 이유로 낙태시키는 일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솔직히 공연 장면에 나오던 비꼬인 깽들의 허우적 대는 모습과, 봉희를 낙태시키려는 음모를 진행하는 그들의 행동이 너무 잔인하게 표현되어 아이들에게 경계해야할 나쁜 짓이라는 느낌대신 단지 무섭게만 비춰지는 것도 우려되고, 눈부신 조명때문에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어 눈을 가리고 봐야하는 불편함도 있어 조절이 필요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비꼬인 깽들의 불쌍한 처지는 이해하지만 무섭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보다는..그들이 접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해 증오심 대신 '나도 사실은 세상에 태어나고 싶었다'는 간절한 마음이 표현되었으면..보는 사람으로 하여금..더욱 그들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갖게 하지 않았을까.

"엄마 삼신할머니와 일곱 아이들..너무 재밌어..나 또 볼거야..현수한테도 이거 봤다고 자랑해야지.."
봉희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으려고 하면서 노래부르는 부분에선 무섭다며 엄마에게 안겨 엉엉 울던 아이가..금새 밝은 표정으로 '재미'를 강조하는데..이건 재미있으라고 보는 공연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야기를 재미있는 방법을 통해서 듣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오늘 공연은 어려운 내용이 많아서인지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엄마에게 얘기해주기 보단..엄마..삼신할머니가 지팡이로 폭풍을 내보내서 악당들을 물리쳤지~ 엄마..봉희도 태어나면 엉덩이에 손바닥 자국이 나 있을까..봉희는 왜 세상이 자꾸 무섭대? 난 좋은데..엄마 악당들이 가위랑 칼이랑 들고 사람을 막 죽이려고 했지..선희가 막내 맞는데..왜 막내가 아니라고 해? 등등의..단편적인 장면만 기억해 내는 것 같았다.

"현지는 세상이 두려워?"
"아니..재밌어..엄마도 있고..아빠도 있어서 좋아"
"엄마도 세상이 좋아..우리 현지가 있어서.."

집에 돌아온 아이가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갑자기 생각난 듯..엉덩이를 보여주며 묻는다.
"엄마 나도 삼신할머니가 엉덩이 때려서 손자국이 나있어?"
"아기때는 나있었는데..지금은 거의 안보이네.."

나의 삼신할머니는 나에게 어떤 맘씨와 솜씨를 주셨을까..
우리 아이는 어떤 맘씨와 솜씨가 있을까..
나에게 우리 아이를 보내주신 것은..내가 가진 맘씨와 솜씨로..아이의 맘씨와 솜씨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

홈페이지에 들어와 공연중에 나왔던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며 아이는 공연장면이 생생한 듯 말이 많아진다.
시끄러운 소리에 잘 들리지 않았던 노래 가사들도 이렇게 집에서 조용히 들으니 잘 들리고 의미가 더 잘 와닿는다.

"딸딸이 아빠가 이 세상에 어디있냐.."
"왜 없어?"
"그냥 딸이라고만 해야지..어떻게 딸딸이란 말이 있어"
"그건..아이가 딸만 있으면 딸딸이 아빠라고 한다는 소리야.."
"그럼 딸딸이 엄마..딸딸이 할아버지? 흐흐흐 그럼 엄마도 딸딸이 엄마야?"
"엄만 현지 하나니까..딸딸이 엄마가 아니지.."
"그럼 엄마 딸 하나만 더 낳아"
"왜?"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결혼 한번만 더해서..동생 낳아줘"
"동생 또 낳고싶으면 엄마랑 아빠랑 또 낳으면 되지.." "나 낳을때..이렇게 안고 사랑한거야?"
"그럼~"
"그럼 가서 아빠랑 이렇게 사랑만 해"

삼신할머니가 '내가 너희를 만들어~~'하니 "어떻게 만들어? 이렇게 (손으로 뭔가를 만들며..) 만드냐..ㅎㅎ 어떻게 이렇게 만드냐.."
"엄마..소원빌때 이렇게 하는거잖아..비나이다..비나이다..그 노래도 들려줘~"
계속 흥얼거리고 다니더니..다른 노래들을 들려주니 결국엔 그 노래를 찾지만 애석하게도 실려있지 않아 들려주지 못했다.

씩씩한 동생이 태어난대요~ 노래를 듣더니 "근데 안씩씩하지..활 없으면 악당들이 괴롭힐 때 이렇게 쪼그리고 앉아서 울지..옷도 안입고.."
"그건 뱃속에 있는 아기라 그런거야..나중에 태어나서 씩씩한 아이가 될건데..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막 없애버리면 될까?"
"안되지.."

졸린 시간인데 노래를 끝까지 듣겠다고 앉아있더니..생명의 신비라는 곡이 나오니..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한다.
"왜그래.."
"노래가 슬퍼서..마음이 안좋아.."
"생명이 소중하다는 노래를 하고 있는데 뭐가 슬퍼"
"아냐..슬퍼..마음 속이 안좋아.."..아이는 옆에서 잠이 들었다.
공연을 보고 온 뒤..자꾸 뭔가 무섭다며 엄마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홈페이지에 들어가 노래를 들려주며..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다보면..그 공연이 어떤 내용이었는지..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고마운 일인지..느껴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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