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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째가 엄마를 문제엄마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엄마

  • 웅준맘
  • |
  • 2008-09-08
8

하얀 도화지 같은 화면에 뭐든 쓰라고 펴 놓은 공간에 소리라도 지를 양으로 들어왔는데 글쎄요, 네가 뭘 잘했다고 하소연이냐하는 켕김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우리 둘 째를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이 엄마, 진단받고 치료되고 싶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욕쟁이입니다. 울컥해지내요. 어떤 엄마가 욕쟁이가 되고 싶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둘 째는 첫째보다 자기 주장이 강합니다. 첫 째가 엄마 말 대로 하면 떡이 나와도 나온다고 믿는 반면, 둘 째는 떡 안먹을테니 간섭하지 말라고 합니다. 우리 둘 째 지금 초등 3학년이고, 1학년 말까지 집에서 영어와 수학을 매일 30분 씩 해 왔습니다. 어느 날 부터 공부를 밀어 내기 시작하더니, 한 달에 한 두 번 디비디를 보기 위한 형식적인 공부가 다 입니다. 시간이 나면 레고 쏟아 놓고 집중해서 만듭니다. 다 만들면 가지고 와 제게 보여 주고 자랑합니다. 칭찬을 원하는 거죠. 가끔 칭찬 해 주지만 마음에서는 원망의 외침이 터져 나옵니다. 그리고 가끔은 만든 것 일부로 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도 시간이 나면, 만화책을 봅니다. 글씨는 거의 읽지 않습니다. 그림만 설렁설렁, 그러다가 필이 꽃히면 종이에 그림을 그립니다. 군인들이 전쟁하는 만화만 그립니다. 연필 쥐는 법 남 들하고 틀립니다.  글씨와 숫자 모두 알아보기 힘듭니다.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천진난만한 표정이 짓지만, 둘 째는 형과의 비교 의식으로 움츠러들어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부모가 공부 잘 하는 아들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부족한 자신을 숨기고만 싶은가 봅니다. 학교 수학 숙제 끝내놓고 틀린것을 지적해 주니, 엄마, 나 이제 공부 못하는 것 알았지. 그러니까 나 잡고 공부시키려로 하지마 하는 투의 말을 합니다. 문득 제 고 1 담임 선생님과의 대화가 떠 올랐습니다. 그 때 선생님은 수학을 담당하셨고 반 아이 하나가 첫 중간 고사에서 성적이 잘 나오니 칭찬을 해 주셨죠. 그 때 제가 뿌듯함을 느꼈을까요. 사실 제가 느낀 것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아, 이 선생님이 나를 잘 모르는 구나. 나는 수학 잘 못하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명제 파트라 어렵지 않았을 뿐 연산이나 수열, 그래프로 가면 실력이 드러날 텐데, 아 차라리 이 번 성적이 낮았더라면 선생님의 이런 부담스런 기대는 받지 않았을 텐데. 이해 되십니까? 이해 하실 분도 계시고 이해가 확 안 와 닿는 분도 계실 겁니다. 성격 탓이니까요. 둘 째가 생각하는 것도 이런 걸까요. 스스로 능력을 평가해 볼 때, 부모의 기대가 부담스럽다.

  저는 둘 째에게 언제부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공부 못하는건 용서해도, 공부 안하는 건 용서 못하다. 학생의 일은 공부다. 최선을 다하면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 그런 데도 절 닮은 둘 째는 겁을 내는 것 같습니다.  욕심 많고, 학업면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머리 좋은 형에게 매일 채입니다. 그런 형의 머리를 쥐어 박으며 동생의 감정을 생각하고 막말하지 말라고 하지만, 아직은 5학년인 형, 동생을 보며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만족감에만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일 동생에게 막말하는 엄마를 둔 아이가 그 막말에 얼마나 죄의식을 가지 겠습니까?  큰 아이에게 말 합니다. 네가 엄마냐고, 엄마가 충분히 나무랐는데 너 까지 왜 설치냐고, 네 동생은 한 번 이 엄마에게 혼난 걸로 족하다. 네가 동생의 잘못을 나무랄 일 없다.

  어제는 둘 째가 이해하기 힘든 발언을 했습니다. 숙제를 안하겠다. 이런 모진 말 듣는 어머니 많지 않으 실 걸요. 수학 익힘책 3장 입니다. 못 푸는게 아닙니다. 집중하면 풀 수 있습니다. 엄마가 자식을 압니다. 우리 둘 째 못풀어도 사랑하지만, 아무리 공부를 안 해도 학년 초 문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하진 않습니다. 며칠 전 눈 비벼가며 익힘책에 해 놓은 숙제를 보고 다음 날 이거, 이 거 틀렸으니까 고쳐 보자고 했는데, 그게 싫었던 걸까요. 아예 숙제를 안 하겠답니다.

  1학년 때 형이 잘 따라 오니까 둘 째를 너무 윽박지른 것 같습니다. 첫 째를 키우면서 자신감이 충천했습니다. 제가 잘 이끌어서 애가 이렇게 잘 해주는 구나하는 착각을 했던 거죠. 다그치면 둘 째도 첫 째랑 똑 같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깨닳았지요. 첫 째는 내 도움이 아니어도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아이다. 네가 애꿎은 둘 째 아들만 잡았다.

  제가 많이 단순합니다. 한 꺼번에 두 가지 일을 처리 잘 못합니다. 그런 단순함으로 아이 둘을 키웠고 지금도 그들만 원한다면 제 모든 시간을 투자해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큰 아이가 원하는 분량과 둘 째가 원하는 분량이 다르네요. 제가 아이를 잡는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 째에게도 영, 수 학원 안다니고 하루 영어, 수학 꼬박 꼬박 40분씩 만 투자 하자고 합니다. 학교 특별 활동으로 바쁜 날은 제가 안쓰러워 모르는 척 넘아가 주는 날도 많습니다. 욕심이야 하루종일 붓잡아 놓고 싶지만... 아직도 아쉬운 마음입니다. 가랑 비에 옷젖는다고, 형은 저렇게 학교 영어 말하기 대표, 학교 수학 경시 대표로 내일 전교 부회장 선거날을 앞두고 폼나게 재고 있는데...

  저는 남들이 보면 말도 어둔하고 학업 성취도도 썩 뛰어 나지 않은 둘 째 아들을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그 녀석 있는 그대로 에서 최선만 다해 줬으면 합니다.

  어제 반복 된 칭찬은 좋은 행동을 강화시키고, 반복 된 책망은 나쁜 행동을 강화 시킨다는 말을 듣고, 둘 째 아들에게 얼마나 많은 책망을 했는지 떠 올리며, 그렇지 우리 아들에게 문제가 있는게 아냐, 문제는 바로 너라고 하는 확신이 또 한 번 들었습니다. 부족한 저, 이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자식의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욕심을 어떻게 하면 버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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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맘
  • |
  • 2008-09-09 01:03
답댓글

제가 요즘 종종 아이들을 보면서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해도 되지 않는 것과 될 수 밖에 없는 것들...아이들에게서 봅니다.

요즘은 인생의 비밀을 하나 알아버린 것같아 슬퍼집니다.

'니가 지금 그러는 건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라 너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어서 그런 거구나.

 네 안에 복잡미묘한 너를 이루는 수많은 DNA가 너를 그렇게 만든거지.'

아이들도 엄마에게,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맘 당연히 있습니다.

공부 잘 하고 싶죠.

그런데.....그게 어떤 아이는 좀 맘 먹고 약간 노력하면 되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참으로 힘든거죠.

전에는 공부를 잘 안하려고 하는 아이를 보면 그 아이를 그저 의지가 없고, 게으른 아이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아이를 보면 측은해집니다.

지금을 지식기반사회라고 한다죠.

지식기반사회의 강자는 누구인가요?

노력한다고 다 강자가 될 수 없는 것을....

약자의 자리에 서게 되는 아이들을 좀더 이해하고, 배려하고 그랬으면 합니다.

저희 아이들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이 글을 읽고, 혹시 맘이 불편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요즘 많이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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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민예성맘
  • |
  • 2008-09-08 16:13
답댓글

에구~같은 뱃속에서 나왔는데 어쩜 이렇게 틀린지...어른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이지요

형이 우위면 동생이 상대적인 열등감에 빠지고 동생이 우위면 형은 자존심 넘 상해 힘들어하지요

 

전 둘째가 어리기도 하지만 암것도 못해도 걍 이쁘던데...첫째한테 만큼 욕심이 안나더라구요...저만 그런가요?

 

울남편 아들둘 장남입니다

나름 수재였고(자신은 할줄아는게 공부밖에 없어서 공부만 했다하더군요) 어머님 기대가 엄청 컸나봅니다

둘째(시동생)는 일찍이 공부하고 담쌓고 연극에 심취했으나 대학만은 꼭 가야한다는 어머님의 밀어부침으로 적성에 안맞는 전공 졸업은 했지만...이내 러시아로 연극유학을 가더군요

 

지금은 시동생 대학교수됐습니다 시간강사2년정도 하다가 순전히 실력으로 전임됐지요

울남편...전공 적성에도 안맞는 일하느라 우울모드 자주 보입니다

그래서 인지 애들한테 공부하지말라는 말을 달고 사네요...

공부하지말고 잘하는거 있음 그걸 밀어주재요...

 

종채맘님 말씀대로 애들이 엄마한테 혼나면 형제한테 화풀이하는것 같습니다

그럼 또 싸운다고 엄마한테 혼나고 엉망이죠...

 

일단 엄마 맘이 안정되려면 부부사이가 좋아야 한다는게 제 생각인데...

엄마 아빠가 사이가 좋으면 애들한테 편안하게 대하고 엄마아빠한테 사랑많이 받는 애들이 형제끼리도 사랑하며 잘지내는것 같구...

전 남편한테 이럽니다. 애들 혼내는거 듣기 싫으면 날 많이 사랑해주라구요...ㅋㅋㅋ

 

아이들 공부는 좀 쉬시고 밖에서 뛰어놀고 많이 얘기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애들은 정말 순수해서 단 삼십분만 잘놀아주어도 밝아지고 얘기가 많아지더라구요...

저도 님글 읽고 반성하며 추워지기전에 밖에서 실컫 놀아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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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채맘
  • |
  • 2008-09-08 13:32
답댓글

저는 아이들의 행동이나 말에서 저를 봅니다..

유난히 아이들이 자주 싸우고 짜증내고 다툼이 잦아지면... 처음엔 물론 혼내고 화를 냅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가 무언가에 시달려서 아이들에게 짜증을 자주내고 혼을 많이 냈을때입니다..

제가 많이 웃고 신나고 즐거워하면 아이들끼리도 다툼도 거의 없고 서로 배려해주고 행복해합니다..

둘쨰가 엄마를 문제엄마로 만드셨다고 했는데... 큰아이가 둘쨰를 대하는 태도를 가만히 살펴보세요

엄마가 했던 모습 그대로 일겁니다.

 

저희집은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아이가 넷입니다..

어찌나 잘 다투는쥐..... 방학내내 싸우나 하느라 혼났습니다...

문제는 2학년 아들녀석이죠....

사랑표현하는 법이 서툴러서 좋은사람에게 치대고 괴롭힙니다...

상대방은 짜증나고 괴로운데 본인은 그게 애정표현이죠....ㅡ.ㅡ;;

그러다보니 형과 누나 동생에게까지.... 아들녀석만 끼면 정말 시끄럽습니다...투닥투닥....

혼내기도하고 벌도 세우고 매도 들기도 했죠....저 엄청 무섭습니다....으흐흐흐흐

다들 아들녀석에게 쌓인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몇날며칠의 고민끝에 다시는 너희를 공부못한다고 혼내거나 잘못한 일로 화를내거나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대신...형제들끼리 싸우는건 아주 사소한것도 용서안한다..라는 전제하에...

아이들끼리의 다툼이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지만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내가 편하게 대하고 내가 즐거워하고 사소한것으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주지않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치는 2학년 아들....

하나를 익히게 하기위해 삼백번이상의 반복이 필요한 1학년 딸....

독서레벨의 경우 4~5년.... 그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하나를 가르치고도 느긋했던 아들 생각만 하다가

1학년 딸아이.... 엄마랑 같이 했던 수학은 너무나 잘 하는데... 학교에서 선생님께 배운 다른수업들은 당췌 뭔 말인지... 뭔소리하는쥐....를 여실히 보여주어서 깊은 나락으로 매일 저를 떨어뜨립니다....ㅜ.ㅜ

아이와 읽기 책 한번 읽고 내용파악하다보면... 정말 머리속에 기차가 증기를 내 뿜습니다....

참고참다 화도 내고 윽박지르기도 하고....ㅜ.ㅜ  정말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답을 다 쥐어줘도 모르는 아이....

그런데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주고 답을 다 쥐어주는게 아니라 아예 떠먹여주고도 그걸 알아차리면 너~~무 잘한다...

자랑스럽다...엄마 행복하다... 해줫더니

아이가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정말 잘하는줄 착각(??)도 합니다.

실제로 혼낼때보다 조금은 더 잘합니다..

 

형제간에 차이 많이 나는...

느리고 더딘 아이....

엄마를 욕쟁이뿐 아니라 폭력써클 가입원서까지 쓰게합니다..

 

그러나 마음 다잡으세요...

그래 절대 이러지 말아야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믿는만큼 자라나는 아이....

믿어주고 칭찬해주면 아이는 믿는것 이상 자라주더라구요...

문제아는 없다...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라는 조금은 과격한 생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엄마와 아이 모두 행복해지는건....

엄마가 조금만 욕심을 줄이고 아이의 부족함을 나무라지말고 천천히 한바가지씩 채워주면 됩니다..

 

욕도 폭력도 화내고 짜증내는것도 강도가 더해지면 더해졌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누그러뜨릴 생각마시고 한번에 (울딸 좋아하는 말로 한방에..^^) 조금 민망하더라도 호호호호 웃으며 며칠만 참아보세요...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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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준맘
  • |
  • 2008-09-08 15:14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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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드리
  • |
  • 2008-09-08 23:13
이래서 지가 장병혜 박사 책 읽고 종채맘님이 떠올랐네요.. ^^;;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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