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찹찹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가슴을 짖누르던 어떤 게 내려가버린 주말이었습니다.
며칠전 며느리살이를 쓰신 샘물님 댓글로 두 아이들을 데리고 금요일에 전주 외할머니 댁에 내려간다면서 부끄럽지만 외가쪽에 엃힌 잡다한 쓰레기같은 얘기들도 주절거렸었어요..
다리가 두번의 수술로 보행이 거의 안되시기에 제가 직접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저도 바쁘단 핑계로 거의 3년 만에 할머니를 뵈니 정말 언제까지나 정정하시리란 제 생각과 달리 92세라는 연세 그대로 너무 늙어버리신 할머니 앞에 엄마와 저 모두 통곡을 하며 자주 뵙지 못한걸 사죄했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께선 손을 꼬옥 잡아주시며 귓속말로 "에미야... 정말 많이 보고싶었다..." 며 눈꺼풀이 내려앉아 잘 보이지도 않으시는 눈으로 겨우 초점을 맞추며 말씀 하셨지요..
이런 저런 얘길 드리면서 하루를 보내는동안 이상하게 그 전날부터 음식을 조금만 드셔도 속이 울렁거리신다기에 제가 간날도 수박 한쪽과 국에 말은 밥 몇수저,모나카 한개... 딱 그 것만 드시고는 그냥 계속 누웠다가 제가 들어올려 앉는 자세로 바꾸는 것만 계속했었는데..
저녁 7시에 나오면서 할머니랑 볼 비비며 인사하고 토할 때 토해도 드셔야 한다며 제가 사간 사골 꼭 잡숫고 일어나시라고, 다음에 꼭 다시오란 대답도 듣고 일부러 눈 마주치며 인사도 하고 나왔는데..
부축해 드리면 직접 화장실에 가시고 앉아서 사진도 찍고 기억력도 짱짱하시기에 적어도 6개월 이상은 당연히 사실 것 같았는데..
몇시간 뒤 서울 집에 가까이 왔을 무렵.. 주무시다가 그냥 편안히 돌아가셨다고 전화가 왔네요..
바로 몇시간 전 얼굴의 촉감이 아직도 기억나는데..정말 사람이 이렇게도 허무하게.. 쉽게도 갈 수가 있구나 하고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고 서운했는지...
같이 가기로 했으나 일이 생겨 3일 뒤로 미루고 못온 막내 이모는 죄책감에 거의 실신할 지경에 이르고 밤 11시에 돌아가셔서 3일 장중에 거의 하루를 보내버렸으니 너무 바쁘게 움직여서 토요일날 문상객 받고 일요일에 화장시켜드려 납골당 가족묘에 안치시켜 드렸습니다..
7남매 중에 저희 엄마가 가장 할머니랑 생김새며 성격이며 마음 씀씀이가 제일 닮아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저희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하셨다는데.. 아마도 저희 엄마를 보시려고 버티시다가 보시고는 가신 것 같다고..
돌아가시면 당신은 참새가 되어 논밭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닐테니 행여나 참새를 보거들랑 잡지 말라고 생전에 말씀 하셨답니다..
그래도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홀린 것처럼 주말에 같이 가자는 남편도 뿌리치고 엄마랑 아빠랑 저랑 생전 안빠지던 애들 유치원까지 빼뜨리고 그날 부랴부랴 내려갔는지..
게다가 떠나는 날 삼촌들한테 저녁을 얻어먹으며 그 전날 사촌언니 꿈에 소복을 입고 할머니를 등에 지고 산에 올라가는 데 갑자기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 목이 댕강 떨어져 굴러내려가더라는 썸뜩한 얘길 들은 후 바로 일어난 일이라 정말 세상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걸 느꼈네요..
할머니가 옥상에서 굴러 떨어져 뼈가 다 부서져 병원에 수술을 받고 누워있어도 근처에도 와보지도 않을 정도로 야속한 큰 외숙모 때문에 여지껏 거의 큰집과 의절을 하고 지냈건만..
그래도 살아 생전엔 개밥취급도 안하던 어머니를 사후에는 잘 돌보시려는지 1억이란 큰 돈을 들여 온 집안의 산소를 이장해서 태우고 할머니 고향 선산에 가족 납골묘를 지어놓으셨는데 너무 좋은 자리에 삼촌이 매일같이 직접 나무를 사다가 일일이 정원처럼 잘 가꿔놓으시고 숲속 오솔길에 도로 포장까찌 내어 좀 더 쉽게 후손들 다니라고 배려를 해주시니 그래도 결국 헤어질 때는 외숙모 등을 두드리시며 모두들 어머니를 이렇게 좋은 곳에 모시고 가니 마음이 너무나 좋다며 차라리 고생 안하시고 일찍 오셨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며 고마움을 전했답니다..
할머니를 화장터에서 태우고 나니 두번의 수술을 하는 동안 몸에 박아두었던 온갖 철 보형물들이 무더기로 나와 마지막까지도 참으로 가슴을 아리게도 하더니 그래도 좋은 곳에 안치되셔서 봄이면 소담한 분홍꽃이 흐드러지게 덮힐 꽃잔듸를 보며 흐뭇해 하실 할머니를 생각하니 지금은 마음이 너무나 좋습니다..
오늘은 영어책 소개 대신 딸아이의 영어 발전 양상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지난 6월 까지는 1년간 정독과 어휘확장,영어 공부의 뼈대를 세우는 과정이었다면 7월에 레이지님 세미나 이후 듣기를 대폭 강화하고 본인 레벨보다 1단계 이상 높은 책들도 본인이 한글책이나 영화등으로 접해서 친숙한 좋아하는 책이라면 안가리고 무조건 많이 듣고 사전없이 자연스레 혼자 읽는 그런 다독 형태로 변화시켜 두달이 넘게 진행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중간 중간에 너무 쉽게 쉽게 아이에게만 맡겼더니 어휘나 독해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염려스러워 요즘은 살짝 살짝 가끔 저와 같이 어휘까지 짚으며 정독모드로 병행중인데 비중이 높은편은 아닙니다.
우선은 듣기에 대해 말씀드리면 확실히 많이 들으니 듣는 결과가 나오고 있어요..
나니아 연대기 영화와 책들을 좋아해서 마녀,사자,옷장 영화를 몇 번쯤 보는데 저는 거의 전혀 못듣는 문장도 전치사 하나까지 빠지지 않고 정확하게 다 나오고 6개월 전에 어려워 못듣던 테잎들도 들어보고 돌아가는 상활 설명을 시키니 거의 90%이상 정확하게 숙지 하는 것 같고 눈으로 읽는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자연히 듣기물도 빠른 류를 선호하게 되어 집에 있는 느린 CD들은 아이가 기피하는 현상도 생겼네요..
반면 대사가 빠르고 전개가 현란한 매직스쿨버스는 favorite 1쉬위가 되어 틈만 나면 보고 있습니다..
읽기의 양상은..
여전히 로알드달에 묻혀사는데 CD가 느린 경우에는 CD없이 그냥 눈으로 적접 읽어 내려가는 중이고 요 며칠은 갑자기 예전의 주니비와 매직트리에 필이 꽂혔는지 수북히 쌓아두고 권당 20분 정도씩 하루 5-6권씩 그냥 읽어내려가고 있습니다. 이외에 재클린 윌슨책들과 작은 아씨책을 즐겨보고 있구요..DK graded readers는 자기가 직접 찾아 혼자 읽지는 않으나 제가 정독으로 쓰는 교재라 시작하면 그래도 잘 따라 오는 편입니다..
어휘는 항상 건드려주고 싶으나 저도 귀찮고 요즘은 아이가 스스로 찾아읽는 양상이라 아예 읽는 즐거움에 푹 빠져보라고 그냥 방치하는 중이구요..
본인의 말로는 한글책보다 영어책이 더 좋아좋다며 도서관에서 빌려온 한글책들이 아직 놀고 있으니 조절을 해야하나 지켜보는 중입니다..
그리고 암기에 관하여.......
솔직히 이 부분 때문에 글을 썼습니다..
저희 학창시절엔 별다른 참고서나 책들의 부족으로 당연히 교과서를 달달 외는 게 영어의 해법이었지만 지금은 굳이 그런 과정 없이도 아이가 넘치는 영어 정보의 바다에서 살고 있으니 이 쪽은 신경도 안쓴 게 사실인데..
그 전까지는 아이의 영어 암기 같은건 예전에 월드컴 시절 책을 한권씩 외웠던 기억 이후론 별다른건 못느끼고 있었기에 확실히 책이 두꺼워지고 어려워지니 암기는 안되나보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금요일에 할머니 뵙고 서울로 오는 길에 할일이 없어진 딸아이가 차속에서 갑자기 매직스쿨버스 DVD 를 외워볼까? 하고 묻길래 얼마나 외울 수 있는데? 라고 물으니 20편이 넘는 DVD중 상당수를 다 외울 수 있다며 외우기 시작하는데 10분이 넘도록 거의 반편을 토씨 하나 안빼고 거의 외워버리더군요..(솔직히 검증은 안되죠.. 제가 본적이 없으니.. --;)
제가 굉장히 신기해하며 칭찬을 하주니 이어서 로알드달 시리즈와 재클린 윌슨,리틀박스의 작은 아씨 40평 이상도 거의 외울 수 있다며 맛뵈기로 줄줄 외우기 시작하는데 제 딸이지만 너무나 기대 않던 일이 벌어졌기에 입이 안다물어졌습니다..
심지어는 집에 없는 로알드달의 "The giraffe and the pelly and me" 는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인데 CD듣기와 본인이 읽기로 3번 정도 읽더니 이 책도 중요 부분은 거의 다 외워내기도 했습니다..
재클린 윌슨은 영어 책은 거의 안보고 한글로는 많이 봤는데 한글책으로도 많이 외울 수 있다고 하니 한글과 영어의 경계가 거의 없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구요..
그래서... 내린 결과가... 어릴 때 어휘는 많이 중요하진 않다..는거..
물론 저는 앞으로도 가끔은 정독모드로 들어갈테니만 예전 6월까지의 그런 정독모드로는 복귀하지 않을거라고 결심을 했습니다.. 물론 그 때까지의 과정은 제 생각으로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봅니다만 앞으로는 그런 필요성에서 조금은 벗어나겠다고..
리딩타운,스타리딩 점수 덜나와도 어휘 테스트야 고학년되서 단어 50개씩 외우는 시기가 되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이고 지금은 영어권 국가의 아이들만큼 영어를 친근하게 만들어 주겠다고..영어의 즐거움에 흠뻑 빠질만한 환경을 조성해 주겠다고.. 좋아하는 책이나 시청물,듣기 자료를 원하는대로 쏟아 부어줘서 정말 한글과 영어의 경계없이 많은 노출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고 갈 방향을 정했습니다..
너무 대놓고 자랑질을 했네요..
그냥.. 제가 여기 아니면 어디서 이런 글을 남기겠냐고 그냥 애교로 봐주시길 바래요..ㅠ.ㅠ
너무나 많은 감정의 기복을 겪고 또 아이의 이런 일로 기분도 좋았던 바쁜 3일이 지나가고 월요일 아침이 오니 갑자기 주위가 너무 조용해져서.. 적응이 안되네요..
이틀간 어머님께 아이들을 맡기도 어제 오밤중에 와보니 싱크대 키큰장 문짝이 떨어져나간 것부터 시작 빨래는 세트럭에 매직블럭으로 해결이 될만한 온갖 마루의 오물들에 온갖 장난감들로 일이 널렸건만 지금은 그냥 쑥질을 하고 하고 싶어서 이렇게 주책맞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
이제 한 두시간은 청소모드로 돌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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