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습니다. 지난달 둘째 낳고 달콤한 출산휴가 즐기고 있습니다. 갓난아기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 글을 남길 여유는 없지만 늘 쑥쑥에 접속해서 틈틈히 눈팅을 해왔습니다.
지난 5년간 엄마와 아빠의 독보적인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던 민규가 엄마의 오랜 방황끝에 뒤늦게 동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동생이 생기면 첫째의 충격과 상처와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고들 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이지, 아니면 아직 두고봐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민규도 저도 평화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건 어쩌면 전적으로 민규 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민규, 여전히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전 우아하게 둘째를 돌보고 있지요. (물론 낮에는 거의 아이를 안고 있다시피하기 때문에 팔뚝은 늘 쑤시고 굵어지고 있지만요. ㅎㅎ) 민규가 스스로 놀이감을 찾고 그리고 오리고 붙이고 쓰고.. 하면서 하루해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빠져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밝고 건강하게 자라 준 민규가 참 기특하기도 하고 또 그렇게 키운(?) 제가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
요즘 민규의 '혼자놀이'를 살펴보면 추가된 종목이 있는데 그게 바로 '미니북 만들기' 입니다. 둘째를 출산하기 한두달 전에 '메이킹북' 이란 책을 통해 feel 받아서 책만들기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엄마에게 쓰는 한두줄짜리 편지(민규는 주로 집에 있는 white board에 한두줄 그날 엄마에게 하고 싶을 얘기를 써서 남깁니다)일수도 있고, 하루 중 인상깊었던 일을 표현하는 그림일기 일수도 있고, 책을 읽고 재미있었던 부분을 기록하는 독후화(이건 좀 어려워 하더라구여. 엄마의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니.. 싫은 모양이예요) 일수도 있고, 자신이 상상의 나래를 펴서 만들어낸 스토리북(이걸 제일 좋아하더군요)일 수도 있구여. 
미니북 만들기에도 단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민규가 미니북만들기 매력에 빠지는데에는 다음의 몇가지 과정이 있었습니다. ^^
1. 예쁘게 만들어진 '미니북모델'을 보여주면서 책만들자고 꼬시기
메이킹북 책에 나오는 다양한 입체북 만들기는 책만들기에 재미를 붙이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우리, 여기 나와있는 이것처럼 책을 만들어 볼까? 너무 예쁘당..!' 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는 '글 쓰기'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글씨없는 예쁜 '그림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타이틀이나 뒷면정도만 글씨를 쓰구여.


 (제목이 '집에'여서 굴뚝에 연기날리는 전형적인 집을 그릴 줄 알았는데 아파트를 그리네요. ㅋㅋ)
2.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면, 엄마가 아이의 '말'을 '글'로 옮겨 적기
민규는 워낙 어려서부터 연필쥐고 끄적거리고 그리고 쓰는 걸 좋아하는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한글이건 영어건 '긴 문장'을 쓰는 건 부담스러워 하더라구여. 그래서 '민규가 이야기를 얘기하봐. 엄마가 받아 적을께' 하고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니 아이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상태에서 멋진 책 한권이 완성되니 좋아하더군요. 그렇게 책 한권을 완성하면 아이가 느끼는 성취감과 자신감이 대단하더라구여. 매일 저녁 읽는 책 중 대여섯권은 자기가 만든 책이어야 합니다. -.-;; 집에 있는 그 어떤 책보다 소중하게 여기더군요.

3. 그림책만들기에 재미붙으면, 책만들기를 '주도'한다.
처음에 그림책 만들기의 주도자가 '엄마' 였는데, 이젠 완전 전세가 뒤바뀌었습니다. "mommy, it's time to make some books. today, we are gonna make whale book. we are gonna make three pages books, ok? first you should draw some picture, and make stories. and after that, color it. then you can finish making your books."
민규가 art class 선생님이 되고 전 학생이 되서 민규가 책 만들때 저도 옆에 앉아서 만들어야 책 한권 만들어야 합니다. (고욕이죠) 아이는 참 거침없이 잘도 그리더라구여. 전 그림 참고한답시고 민규 영어그림책 펼쳐놓고 낑낑거리면서 그림 베끼고 있는데 말이죠.




4. 그림책의 스토리(글)도 자신이 '쓰려는' 시도를 자주 한다.
'mommy, how can I spell 'transpotation' 쓰기에 좀 자신감을 얻으면서 '엄마, 이건 어떻게 쓰는거야?' 묻고 받아적는 횟수가 잦아 집니다. "ㄱ에 ㅏ 하고, 밑에 ㅈ 하면 되" "트트.. what should be the first word for transpotation? tttt T..' 하면서 가르쳐 주면 하나씩 받아적고 급할 땐 제가 글씨를 쓰고 그 모양을 보고 그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몇번씩 하다보니 쓰기 연습 톡톡히 되더군요.




5. 자기가 만든 '미니북'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읽기, 쓰기 교과서
'미니북만들기'의 학습적인 효과는 누구나 다 쉽게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을꺼예요. 전 민규가 만들어 내는 스토리를 들으면서 참 많이 놀라게 됩니다. 아주 간결하면서도(간결할 수밖에 없겠죠. ㅋㅋ) 허를 찌르는 그런 문장들이 쏟아져 나오니까요. 어떤때는 참 아름다운 '동시'를 읽는 것 같은 착각(자식자랑.. 이해하시죠? ㅋㅋ)이 들 정도..흐.. 아이의 생각도 엿볼 수 있고. 표현주머니의 크기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은 쓰기연습이 또 있을까 싶네요.
또다른 즐거움은 만들고 난 후에 아주 좋은 읽기(소리내 낭독하기) 교재가 된다는 겁니다. 민규는 한글을 읽게된지 한참?된 지금도 여전히 엄마가 읽어주고 자신은 듣고 있는 걸 좋아합니다. 해서 민규의 책 읽는 소리를 듣기는 거의 하늘에 별따기라고 해야할까요? 또 책 많이 읽는 아이들은 주로 눈으로 읽잖아요. 하지만 자기가 만든 미니북은 가끔 낭독해 주더군요. 잠자기 전 책 읽는 시간에 'pick up the books that you want to read' 하면 대여섯권 외에 special box에 보관되어 있는 자기가 만든 책을 몇권 들고 옵니다. 이 책 조차도 엄마가 읽어달라고 조르긴 하는데 저도 지지 않고 '민규가 읽어줘잉..' 졸라서 민규의 낭독을 즐기기도 합니다.

제 요즘 목표는 제대로 된 'reading'을 통해 'writing' 극대화 하기입니다. 관련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고 있는데.. 재미있네요.
아이 키우는 건 늘 새로운 도전을 안겨줍니다. 물론 힘들때도 있지만 가슴 설렐때가 더 많은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쑥쑥 엄마들도 오늘 하루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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