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feel guilty. 일전에 아들을 팔아 글이 인기가 높았던 바람에 죄스럽더군요. 곰곰 생각해보니 그 멍~한 애가 결국은 저의 생산품인데 멍한 걸로 따지면 저도 단수가 높습니다.
증거 1: 월급 명세서와 아파트 관리비명세서를 해독할 줄 몰라서 안 봅니다.
뭔 항목이 그리 많은지. 무조건 전기, 물 안 씁니다.
증거 2: 숫자도 못 셉니다. 년 전에 백화점에서 코트를 사려는데 직원이 거들떠도
안봅니다. 알고 보니 5백만 원짜리더군요. 5십만인 줄 알고 입어나 보려했죠.
저는 <생활의 젬병>입니다. 무수한 <생활의 달인>들이 보면 ‘저런 게 어떻게 사나’ 할 겁니다. 저는 쇼핑을 3년에 한 번 합니다. 한 집 싼 데가 눈에 띠면 들어가 왕창 삽니다. 주유소 습격 사건의 유오성은 한 놈만 패지요. 전 한집만 팹니다. 그렇게 사면 쓸만한 건 별로 없어 항상 옷이 없습니다. 한 곳에서 강연을 3번 정도 한 적이 있었는데 전 몰랐죠, 제가 매 번 같은 옷을 입었는지. 나중에 관계자가, “저 옷이 이것 밖에 없으셔요? 강연복인가봐요.” 내 참, 군복, 교복, 발레복은 있어도 강연복이 뭡니까. 도통 잘 하는 게 없습니다. 수영은 7개월 배우고 물에 못 떴고요, 노래는 도, 레, 미 3개로 해 뭇사람들을 쥑입이다. 운전은 직진만하고 컴퓨터는 타자만 칩니다.
그러면 영어는 어떻게 하느냐? 제 부모의 교육열이 대단했습니다. 엄마는 원조 극성--저 자랄 때 제 엄마는 가락지 하나 껴본적도 없으십니다. 가락지 값이면 애들 참고서가 몇 권이냐고요. 그 참고서 이름도 줄줄 다 외우셨습니다. 서울대생만 보면 어떤 책이 좋냐고 물어대는 버릇 때문이셨조. 항상 말없이 일만 하시다가 제가 허튼 짓을 했다하면 차가운 눈초리로 목소리 깔고 한마디 하십니다. "사람 노릇하거라." 전 사람 노릇하느라 인사를 90도 각도로 온 마을에 뿌렸고요, 존대말 똑바로 구사하느라 애 먹었습니다. 결혼하고서도 박사 시험 보랄 때 안 봤다고 맞아 죽을 뻔 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중학생인 1970년대에 소니 녹음기와 영어회화 테이프 60개짜리 사오셨습니다. 일찌감치 외국어의 필요성을 꽤뚫어보신게죠. 심지어 저는 대학 다닐 때도 영어회화학원, 일본어 학원에 매일 다녀야 했습니다. 돈 없고, 빽 없고, 힘 없는 사람이 갖출 수 있는 기술은 외국어인지라.... 게다가 제 아버지는 원조 기러기 아빠입니다. 당신은 대구에 돈 벌러 가시고 우리는 서울 변두리에서 쪼잔한 삶을 살았습니다. 전화가 없어서 아빠 목소리를 들으려면 우체국에 가서 시외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비 많이 나올까봐 “아빠, 나야 안녕!" 끝.
그런 부모의 지도편달 때문에 그나마 제가 박사랍시고 떠듭니다. 참고, 참고 또 참지 버럭은 왜해? 우리 엄마는 목소리를 깔고 차분히 가르치십니다(거의 협박일 때도 있었지만). 우리 아버지는 열렬한 제 팬입니다. “내 딸은 언제나 최고.” 저도 칭찬 받으면 좋아 죽습니다. 이런 근거 없는 칭찬을 이어 받아 제가 멍돌이 아들에게 칭찬을 써먹으니 쪼매 사람이 돼가네요. 이제 고등학생인데 공부를 괜찮게/어지간히/실망스럽지 않게 합니다. 멍돌이 & 멍순이 양육인 여러분 힘내십시오. 세월이 해결해줍니다. 마지막으로 홍박 멍한 증거 3.
(드르륵: 복덕방 문 여는 소리)
홍박: 00평 아파트가 얼마에요?
공인중개사: (멀뚱멀뚱 보다가) 집은 그래 ‘두부 한 모 얼맙니꺼’ 처럼 사는 게 아입 니다. 들어와 좀 앉으시소.
(철퍼덕: 소파에 앉는 소리)
공인중개사: 지금 사는 집을 팔아가 새집을 사실낍니꺼, 아니믄 집을 하나 사가 전세 를 주실랍니꺼?
홍박: 현재 집을 팔고 살 건데요.
공인중개사: 그라믄, 지금 집은 몇 평이고, 융자가 들어 있습니꺼?
홍박: ?? (영자, 혜자도 아니고 융자는....) 모르겠는데요.
(쒱~: 복덕방서 쫓겨나는 소리)
결국 제가 집 못 샀고 이듬 해 남편이 사들고 왔습니다. 도대체 정체가 뭐냐, 마누라? 제 남편의 절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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