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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

  • 주책맞은 평촌댁
  • |
  • 2008-11-28
10

초3 울 아들, 동네 영어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했습니다.

쑥쑥에 드나든지 어언 2년, 많은 도움 받고 열심히 엄마표하던 중 요즘들어 슬슬 꾀가 나고 게을러져 더이상 견딜 수 없어 학원도움을 좀 받아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내가 잘 하고 있는걸까 울 아들 이대로 둬도 좋은가 하는 문제 의식의 발로였습니다. 테스트 결과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그냥 이렇게 진행해도 좋을 것 같아 다시 엄마표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사실 오늘은 추억의 팝송을 들려드리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는데.....동영상 올리는 법이 영 시원찮아 글만 올리게 되었네요;; 요즘 며칠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노래입니다. 왜 그런지는 밑에서 자세히 소개하구요, 여기서 제 자랑 하나, 변변치 않은 실력으로 가수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걸 읽어냈다는 거!! 울 아들과 nate the great, magic tree house를 더듬더듬 읽지 않았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겁니다.ㅎㅎㅎ

 

며칠 전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노래 한 곡을 들었습니다.

일상에 찌들고 피곤에 지친 몸으로 반 쯤 졸며 무심코 라디오에서 듣던 그 노래는 아주 흔한 팝송이었는데 청아한 음성과 혼신을 다한 것 같은 창법으로 저에게 무언가를 호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대학 입학 이후로 영어에 손놓고 산지 어언 20년 가까운 세월, 단지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만 또렷이 들렸는데 그 목소리가 덜 여문 청년의 목소리 같았습니다. 옛날에 유행하던 노래라 그 동안 의식하지 않아도 수십 번 들었을 텐데 그 날따라 노래를 부른 가수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직장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자 제일 먼저 제가 들었던 그 부분을 쳐 봤는데 가수에 대한 정보도 함께 검색되더군요.

‘Glenn Medeiros, 하와이 출신 미국 가수, 17세 때 지역 라디오 방송 콩쿨에서 상을 받아 부상으로 음반 취입 기회 얻어 당시 유명한 재즈 가수의 노래인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를 불러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음...’

읽기도 쉽지 않은 그의 이름은 참 낯설었지만 목소리에 담겨있던 느낌이 예상과 맞아서 놀랐습니다. 곱상하게 생긴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게다가 1970년생이었습니다.

그가 그 노래를 불렀을 때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학업에 여념이 없었을 겁니다.

공부 안 해도 시험기간에 외우기만 하면 점수가 나오던 쉬운 중학생활과 달리 고교생활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나의 일기장엔 시험 성적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고, 늘 ‘죽고 싶다’는 말이 함께였습니다. 그 여린 감성의 시기에 어떤 정서적 성장도 억제당한 채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살고 싶지 않았던 나와 달리 그는 화려한 십대를 보냈겠지요. 유럽과 아시아와 미국을 오가며 노래를 불렀던 촌스럽고 앳된 모습의 그가 동영상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상당한 미소년이었는데 노래하는 모습은 진지하고 성실해 보였습니다. 음악시간에 입을 크게 벌리고 정확하게 발음하라고 하시던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듯 아주 정성스럽게 발음을 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검색 사이트에 그의 홈페이지가 링크되어 있길래 한번 들어가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두 영어였습니다!!!

문득 나와 비슷한 또래인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져서 제일 먼저 ‘biography'란 항목을 눌러 보니 빼곡하게 나와 있는 어지러운 영어 문장들, 좀 자세히 보고 싶어 인쇄하니 A4용지로 장장 8장이 출력되어 나옵니다.

물론 모든 문장을 정확히 해석하는 건 제 실력에 불가능합니다. 대충 살펴보니, 맙소사! 그는 지금 하와이에서 History 와 Music을 가르치는 교사였습니다.

세계적인 teenage star의 20년 후 모습치고는 지나치게 평범하고 어울리지 않는듯했는데, 그게 그의 어릴 적 꿈이었던 모양입니다. 음반을 몇 장이나 내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영화에 출연도 했던 그는 늘 내일 당장 이 모든 것이 끝날 수 있고 그러니 미래를 대비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와이 제도의 한 섬에서 포르투갈계 부모 사이에서 2남2녀 중 셋째로 태어나 엄마와 함께 늘 노래를 부르던 소년, 아버지는 관광 가이드 겸 투어 버스 기사였는데 아버지를 도와 버스에서 노래를 부르며 팁을 받기도 했다고 나오더군요. 이후 우연한 기회에 갑작스럽게 스타가 되고 인기를 얻었지만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하와이에 정착하여 살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여자친구와 결혼하여 초등1, 2학년 쯤 된 남매를 두고 있다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왠지 소박하고 성실한 삶을 사는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0대에 큰 인기를 얻었던 옛날의 스타들은 과거의 자신의 모습에 갇혀 나중에 성실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갑자기 얻은 큰 인기를 주체 못해 사치와 향락의 세계로 빠지거나, 과거의 영예를 다시 한 번 노리기 위해 추한 모습으로 인기를 구걸하거나, 자신의 인기를 등에 업고 크게 한 번 성공하려고 하거나 하지요.

하지만 이 사람은 한창 인기 있을 때 미래를 생각하며 전공을 선택했고, 어릴 적 꿈대로 학생을 가르치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교사는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이고 편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을 텐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을까요?

유투브에는 2008년 9월 그의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한 편 있습니다.

기타를 치며 앉아 있는 그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것 같았는데 짖궂은 학생들이 그의 어릴 적 노래를 흉내내며 놀립니다. 그는 그저 쑥스럽게 웃기만 합니다. 조각같던 얼굴은 넉넉한 아저씨가 되었지만 여전히 미남이더군요....

과거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런 그를 한 때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하고 퇴락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 그건 퇴락이 아닌 것 같습니다.

biography의 마지막에는 그가 계속 음악 작업(작곡 등)을 하고 있고 교사로서의 삶도 충실히 해내며, Special Education에서 Masters Degree를 받을 예정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덧붙임 : 사실 그를 모르고 지내오던 제가 갑자기 그의 인생에 끌리게 된 것은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1970년생인 것, 한 때 날렵하고 준수한 외모였으나 살집이 적당히 붙은 것, 어린 남매의 아버지인 것, 고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것, 그리고 성실하고 소박한 삶을 마지 않는 것 등이 모두 제가 아는 어떤 사람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제가 20년 가까이 지켜 봐 온 저의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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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주맘
  • |
  • 2008-11-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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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감사해요.*^^*  정말 아름다운 노래고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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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글맘
  • |
  • 2008-11-29 10:22
그쵸? 그쵸? 공감해주셔서 정말 감사감사, 그리고 찬빈맘님께도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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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쑥쑥짱
  • |
  • 2008-11-28 15:36
답댓글

오랫만에 이런 좋은노래를 또 들려주시는 두분,,

너무 좋으네요.

두분께 저도 감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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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글맘
  • |
  • 2008-11-29 10:21
이렇게 답글도 달아 주시고..저 또한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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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맘
  • |
  • 2008-11-28 12:18
답댓글

부럽습니다. 저희 아들 영어학원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검도학원을 갔다 영어학원을 가는데 검도를 나중에 보내는 것이 어떻겠냐고요. 영어실력이 나쁘진 않은데 피곤한지 수업시간에 잔다는 겁니다. 울 아이 초1인데 검도 오래다녔고 목숨걸고 좋아라 합니다. 어제도 제가 뭐라했더니 영어학원은 그만둬도 검도학원은 못 그만둔다는 겁니다. 저더러 영어문제집 한권 사오라고 집에서 그거 같이 풀자더라구요. 여긴 시골이라 학원도 선택의 폭이 넓지 않고 또 저는 직장다니는 사람이라 저녁시간을 장담못하는데다 검도는 그 시간이외에는 저녁에 가야하니 깜깜한 시간에 보내기도 뭐한데...정말 이럴 때 세상은 내 편이 아닌 듯 싶어 힘에 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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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글맘
  • |
  • 2008-11-28 15:22
아직 초1인데요, 뭘. 저희 아이도 잘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요, 제가 만족했다고 말씀드린건 남에 비해 심하게 부족하지 않다는 의미예요. 여기 엄친아들에 비하면 ...ㅎㅎ 맘 편히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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