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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만드는 아영이를 보며..

  • 아영엄마
  • |
  • 2002-02-16

떡국 한 그릇 먹었다고 7살이 된 아영이는 요즘 그림책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보통은 -스케치북이 없는지라 -그저 종이(A4용지) 한장에 그림을 그리면 제가 무얼 그렸나고 물어보고 아이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고, 그 뒤에는 종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치이다가 결국 쓰레기통에 들어가기 일쑤였답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책을 만든다고 종이 두어장과 가위를 가져와서는 삐툴빼툴, 싹둑싹둑 잘라서 열심히 앞 뒷장에 요상한(?)그림을 그려대는 것이었어요. 연필로만 그림을 그렸는지라 색칠도 해 볼 것을 권유하자 아영이는 색연필로 열심히 자신의 그림에 색칠을 하였습니다. 드디어 색칠을 끝냈다고 하길래 무얼 그렸나고 물어 보았더니 전에 보았던 비디오인 '티거무비'의 내용 일부분을 그린 것이라며 한장 한장 그림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저는그 그림들을 이야기 순서대로 풀로 붙여서 책으로 만들라는 조언(종이들이 방을 어지럽힐 것같아서.. ^^;)을 해주었고 아이는 열심히 풀로 붙여서 하나의 책이 완성되었죠. 제일 앞장에는 제목도 있고 "시작->"이라는 표시도 해 놓았는데, 이건 아마 인터넷 동화들을 본 영향이 아닌가 싶어요. 그림 그릴 때보면 "끝"이라는 글씨도 가끔 덧붙이거든요. ** 그러나 책 한권을 만들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손을 털고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려고 가버리려고 하는 아이에게 '네가 만든 책인데 아무데나 놔두지 말고 찾을 수 있는 곳에 잘 두라'는 잔소리를 했건만 그 뒤로 그 책이 어디에 들어 있는지 본인도 잊어버렸습니다. ㅜㅜ ** 그 뒤에 다시 책을 만든다고 할 때부터는 A4용지 두장을 반으로 접어서 중간을 실로 꿰매주고 있습니다.(집에 스템플러가 없어서..^^*) 두번째로 만든 그림책도 곰돌이 푸에 관한 것이었는데 아마 전에 처음 만든 그림책을 잊어버린 탓인 것 같아요. 제목은 '푸 집' 총 8쪽의 페이지에 그림이 그려졌고 내용을 이야기해 달라고 하자 아이의 그림 설명이 잇달았습니다. 이 때 저는 한가지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아이에게 그림에 해당하는 내용을 글로 쓰라고 한 것이었죠. 진짜 동화책처럼 만들면 좋겠다는 어리석은 생각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글이 있어야만 동화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때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왜 글씨가 없는 동화책이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더 자극하는지 확실하게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구요. 아영이는 나의 도움을 받아 페이지마다 그림 밑쪽에 한 두 문장을 써넣었고, 어떤 그림에는 만화처럼 "아이 깜짝이야"라는 글씨를 써 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하자 거기에 적힌 문장 그대로 읽기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동생인 혜영이에게 동화책을 보여 줄 때도 적힌 그대로 읽어주기만 할 뿐 처음처럼 그림을 설명해주지는 않았어요. 글씨를 알게 되면 그림보다 글씨에 먼저 눈이 가게 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습니다.그 당연한 결과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고 그 뒤로는 절대 아영이에게 글씨를 써넣으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답니다. 8페이지에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색연필로 색칠을 하는 작업이 7살짜리 아영이에게는 한 번에 끝낼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않고, 손가락에 밴드를 붙여가면서까지 완성하려는 의욕이 보이는 아이에게 쉬엄쉬엄, 내일도 모레도 할 수 있다는 만류의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가끔 혼자서 모든 그림을 색칠하는 것이 힘들어서 엄마에게 함께 색칠하자고 제의를 하는데 저는 계속 아이의 부탁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잘한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아니라는 쪽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명분은 '혼자 완성해야 완전한 자신의 것'이라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엄마가 귀찮아서이기 때문이거든요.*^^*;; ( 아이는 놀이든 공부든 모든 것을 엄마와 함께 하고 싶어하는데 이 글을 통해 본인이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증거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o^;0 그저 한 권을 완성해서 엄마와 동생에게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기어이 오후내내 그 일에만 매달리는 아이가 안스럽기까지 합니다. 손가락이 아픈대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동화책을 만드는 아이의 마음은 어떤 생각들로 가득차 있을까요? 아직은 순수창작동화가 아닌, 예전에 보았던 명작동화를 흉내내는 수준입니다. 곰돌이 푸에 이어 인어공주, 백설공주 이야기 책을 만들었어요. 뒤의 두 책은 글씨가 없어서 볼 때마다 조금씩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물론 자신이 그 그림을 그린 의도가 있어서인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지만요.... 그저 토씨 한 두개정도가 다를 뿐이지만 써진 그대로의 글을 읽는것보다는 훨씬 좋은 느낌을 줍니다. 푸 책의 글씨들을 지울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림책에 대한 나의 잘못된 견해에 대한 증거물로 놔둘까 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글씨가 써져 있어도 그대로 읽기 보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려는 쪽으로 생각을 전환했습니다. 커가면서 이미 그려진 밑그림에 색칠만 하는 한계에서 벗어나 자기 생각과 기억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듯이 이제 곧 아이는 자신의 독창적인 그림책을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장의 그림 속에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도 좋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이의 커가는 상상력에 많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구요. 저 역시도 고쳐야 할 부분이지만, 아이가 그림을 그리든, 종이를 오리고 붙여서 무엇을 만들든, 무엇을 할 때 조금 더 관심을 가져 주고, 엄마가 참여해서 함께 놀이를 하면서 아이는 더 큰 세계로 한 걸음씩 나간다고 하잖아요..(뿡뿡이에 놀이는 아이를 자라게 한다고 하지요..^^) 저는 종종 인터넷에서 찾아낸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들길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집에는 늘 박스같은게 한 두개씩 돌아다닙니다. 아이는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엄마, 이걸로 뭐 만들거예요?'하고 물어본곤 하지요... 그래서 제가 책 만든다고 박스랑 종이 자르고 있으면 아영이는 그 옆에서 남은 짜투리 남은 것으로 인형이나 로봇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 아영이를 볼 때면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같이 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만든 글씨없는 그림책으로 나중에 아이에게 영어로 한 두문장씩 말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좋겠다는 것이 엄마의 욕심입니다. 자기가 만든 책이니까 더 애착이 있을 것이고, 그렇기에 그에 따른 문장도 확실하게 받아들이고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바램을 가지고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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