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부터 야심차게 엄마표로 돌렸지만 기실 놀며, 쉬며, 문제나 설렁설렁 풀리는 엉터리엄마표입니다. 초3을 앞두고도 태연히 매일 딱지치기와 레슬링으로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녀석들을 보니 걱정이 슬슬 되더군요. 그래서 어제 방학중 계획표를 짰더랍니다.
월: 점프왕수학(분량은 묻지 마세요, 그때그때 달라~요), 한자3쪽 (오전)
챕터북 집중듣기, Time for Kids reading 교재, Multiple Reading Skills (오후)
화: 점프왕수학, 한자3쪽(오전)
챕터북 집듣, Time for Kids writing 교재(오후)
수: 점프왕수학, 한자3쪽 (오전)
챕터북 집듣, Focus on Science(오후)
목: 점프왕수학, 한자3쪽(오전)
챕터북 집듣, 독서록 쓰기
금: 점프왕수학, 한자3쪽 (오전)
챕터북 집듣, Focus on Science (오후)
토: 점프왕수학, 한자3쪽 (오전)
챕터북 집듣, 독서록 쓰기
일: 체험 및 여가활동 후 English Journal 쓰기
* 일기는 주 3회, 저녁식사 후 산책 및 운동, 자기 전까지 자유독서.
저 혼자 뿌듯해서 예쁜 노랑종이에 "Weekly Schedule"이라고 써서 벽에 붙이고 아이들을 불렀죠.
예상대로 "휴우~, 헐!" 이러더군요. 그러거나 말거나 "니들 친구들은 방학 때 빡세게 학원 몇 군데 다니며 공부하니 저 정도는 새발의 피다"라고 받아쳤죠. 그런데 작은 놈이 큰놈에게 말합디다. "우리 노는시간도 없나봐. 학교엔 노는 시간도 있고 점심시간도 있었는데..."
갑자기 미안한 맘이 확~. 공부가 다는 아닌데, 아직 공부할 자세도, 의지도 부족한 어린 아이들을 겁먹게 했다는 자책이 들고요.
고요한 밤 나홀로 깨어 곰곰 생각해보니 아이들뿐 아니라 나도 방학을 앞두고 너무 겁먹고 있었더군요. 초2면 아직 한창 뛰어놀고 즐기기에도 부족한데, 학원표 엄마들보며 내가 너무 경쟁심이나 조바심을 가진 건 아닐까 반성도 되고요.
내일 다시 "Weekly Schedule" 짜볼랍니다. 새 계획표에는 노는시간 1~2시간 넣어야겠어요. 울쌍둥이 책은 무척 즐기는 편이라 놀다가도 숨고르면서 책보고 그럽니다만 내일 넣는 "노는시간"은 책읽거나 테이프 듣는 시간이 아니라 "진짜" 노는 시간으로 할랍니다. 놀이터 나가서 마냥 뛰놀거나 날궂으면 집안에서라도 레슬링 하고 딱지치기 하면서 노는 시간이로요. 글고 저도 그 시간에 놀겁니다. 음악감상하거나 빈둥거리며 시간을 "kill"할라고요. 놀고 쉬어야 몸도, 두뇌도 성장발달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건 몇 년 전 제가 어느 책에서 읽은 건데(치매인지 저자도 책이름도 생각이 안납니다) 엄마들도 "퇴근시간" 갖자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아빠들은 하루종일 격무에 시달렸다고 퇴근해 오면 소파에 길게 누워 "재충전"하는데, 주부들은 휴식이나 재충전을 위한 정해진 시간이 없잖아요. 그래서 스트레스나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고요. 무척 공감하는 말이었습니다. 9시(아니면 10시라도) 정도를 퇴근시간으로 하고 잠자리 책읽어주는 시간 전까지 단 1시간만이라도 퇴근하자구요. 그 땐 커피나 차 한잔, 엄마들도 신문이나 독서를 즐기거나, 컴질을 하는 등등.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자구요. 아이가 뭘 물으면 "엄마 퇴근했다. 내일부턴 퇴근 전에 물을 것"하고요. 굳이 대답하시려거든 치사하지만 야근수당 받는 건 어떨까요. 큰아이의 경우 설거지 한 번, 작은아이는 장난감이나 책 정리, 커튼이나 블라인드 내리기 등등.
아이들 방학은 엄마들 개학이라는 웃지 못할 소리가 있죠? 그만큼 방학 때 엄마들 허리는 휘어집니다. 게다가 긴긴 겨울 엄마표로 하려니까 더더욱 겁나네요. 공부만 쭉~ 쉬지 않고 할 수 있는 아이는 없습니다. 공부만 쭉~ 쉼없이 가르칠 수 있는 엄마도 없다고 봅니다, 저는. 짧은 시간에 즐기면서 휘리릭 공부하고, 남는시간 책읽고 놀고 빈둥거리고 이럴 "백지시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엄마도, 아이들도 한 템포 숨고르기 하면서 마라톤 뛰듯이 천천히 가는 게 윈-윈하는 전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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