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이 부인해도
제가 아무리 부인해도
쑥쑥이나 저나 자칫 모국어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영어에 쏠리기 쉬운 치명적인 결점을 안고 있습니다.
제 과거를 돌아봐도 한때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영어, 중국어'에 쏠려 있었습니다.
이게 사실 모래 위에 집 짓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인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다행히 중요한 시기에 (큰 아이 33개월 무렵) 선배맘을 잘 만나서 정신차리고 우리말 그림책 많이 읽어주고 그동안 우습게 여겼던 모국어의 중요성을 늘 가슴속에 안고 신경쓰기 시작했습니다만 그전까지는 사실 지나치게 영어에 치우신 환경을 고수했습니다. 직장맘이라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에 더 영어에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줘도 우리말 그림책보다는 영어단행본들 더 사게 되고 말이지요..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저런 사례를 목격하면서
그리고 저 자신이 언어를 무기로 사회생활 하면서 느낀 건
한국인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의 사고력과 정신을 지배하는 '모국어'가 얼마나 중요한가..입니다.
외국에 이민가신 다는 분이 저에게 조언을 구해서 제 경험을 토대로 글을 적어봤어요. 그런데 제 글에
다른 선배맘이 진솔한 댓글을 주셔는데, 이 글만큼은 쑥쑥엄마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져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가져와 봅니다. 모두 함께 아이 인생 '길게 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누구보다도 제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 많은 분들이 보시는 이곳에 나눠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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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2 (초2, 44개월)
외국에서 사는 분들이건,
한국에서 사는 분이건 '모국어'에 목숨 걸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는 '한국인'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하는 '우리'란 '부모'를 말하는 건데요.
부모의 절대적인 영향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게 되는 아이와
가장 잘,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한국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어디에 살건 간에 '정체성'은 '한국인'입니다.
또 언어는 한 인간의 정신과 정체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구여.
뿌리 언어인 한국어가 튼튼하다면 그 아이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그 어떤 언어이건 봇물 터지듯 뻗어갈 껍니다. 터지는건 시간문제지요.
하지만 뿌리언어인 한국어가 부실하면
한계는 곧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1. 외국에 나가 있는 분들은 유혹을 느낍니다.
당장 그곳에서는 '영어'가 생존인데.
막 이민했을 때 영어가 서툴러서 받는 스트레스와 불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잠깐 모국어 뭉개고? 영어에 매진하는게 우선일 것 같다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잠깐의 방심으로
아이들의 모국어는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사라져버리고.
유년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진입하면 이미 게임 끝.
어눌한 한국어 발음. 헷갈리는 정체성. 이런저런 부작용을 따져볼 때
모국어를 잠깐 방심하고서 치러야 할 댓가는 상당히 큰걸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얘기는 생략할께요)
(제 사촌동생이 그런 케이스인데요. 한국어를 전혀 못합니다. 그 아이는 이미 한국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2. 한국에서 자라고 평생을 살아갈 우리도 영어에 대한 유혹을 느낍니다.
영어는 어려서부터 잡아둬야 네이티브처럼 잘 한다던데. 조기 이중어 환경이 그렇게 좋댜.
모국어는 우습습니다. 쉽디 쉬운 우리말인데뭐.
서너살 된 애가 영어로 쏼라쏼라 하는게 신기하고 으쓱해서
신나게 영어환경에만 2~3년 all in 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대여섯살 된 우리 아이, 외국서 살다 온 아이처럼 한국어 발음 어눌해지고.
발음만 어눌한줄 알았더니 정신연령이나 사회성, 사고력이 또래 아이들보다 6개월 내지 1년 뒤쳐져 있는걸 발견하게 됩니다.
3. 유아기에 외국에서 삼중어 환경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환상속에 삽니다. 모국어의 중요성은 던저버린지 오래.
대여섯살 된 아이가 일본어를,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만보면 기특해 죽습니다.
모국어는 관심 밖입니다. 우습지요. (엄마한테) 그렇게 어렵고 어려운 영어랑 일본어를, 중국어를
우리 딸은 이렇게 유창하게 쏼라거리니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로 기쁘고 자랑스럽고 신이 납니다.
그렇게 3,4년이 지나고 나서
귀국을 하게 되지요. 귀국을 해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영어 잘하고 다른 외국어 잘하는 우리 아이 언제나 그렇게 빛날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초등 5학년 되고 6학년 되니 모국어 독서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모국어 형성이 완전하지 못한 아이.
전 과목에 그 영향이 미치게 됩니다. 학교 성적만이 문제가 아니라 언어환경이 완전히 바뀐 상태에서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지요. 게다가 늘 아이에 대한 자부심에 넘쳤던 엄마는
아이에게 크게 실망하기 시작하고 자존심이 다친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상처와 스트레스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밑줄 친 세가지 사례는
제가 직접 관찰한 사례이기 때문에
사실 이렇게 글로 적는데 조심스럽습니다.
.
조심스럽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예를 들어 말씀드리는 이유는
우리가 한국인인 이상..
모국어는 모든 외국어의 든든한 뿌리가 되고
모국어를 소홀히 했다가 10년 뒤, 20년뒤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이 생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런던아이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해외에 계신 분들~ 실질적인 사례, 다양한 사례 나눠 주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얘기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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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웃분들 경험이 와닿아서 나눠요.
1. 제가 여기 일본에 유학을 왔었는데요. 공부하면서 느낀건
정말 모국어가 잘되어있어야지 외국어도 잘한다라는거였어요.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려면 먼저 모국어가 잘되어있어야 그걸 다시 일어로 이야기 해지잖아요.
얼마전에 신랑 먼 친척이 놀러왔는데..전 25살에 유학오고..그아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왔어요.
전 그아이에게 좀 그래도 어릴때와서 일어가 일본사람처럼 말할수 있겠다고 부럽다고 했더니
자긴 오히려 한국서 대학 나오고 온사람들이 더 부럽답니다.
아무리 일어로 표현을 하려고 해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깊이가 조금 낮아서
나이 많은 언니 오빠들이랑 같이 의견발표하는 수업에서는 정말 한계를 자주 느낀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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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벽달님 저 아시나요...??? ㅠ.ㅠ 왜 제 얘기를 쓰셨나요? 정말 잘 쓰셨어염. 흑흑흑....꺼이꺼이~
제발들 저의 전철을 밟지들 마시고 자나깨나 모국어 잊지마셈. 아참 그리고 하나 더.
언어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해도...그 아이들 한국에 들어왔다고 해서 그런 큰 일 겪는게
아닙니다. 결국 모국어가 안따라 주면 영어권이든 비영어권이든 어디에 있다해도 한계가 노출되기
시작하고 늘 그자리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죠. 처음부터 끝까지- 모국어 뿐이랍니다.
모국어가 되어 있다면 외국어는 하면 되는 것이지만, 모국어가 안따라주면 영어 아니라 몇 개 국어가
빛이 바래고 만다는 거. 꼭 기억하세요.
여러분 잔치는 끝났다...그 말 아세요?
4학년 무렵되니...그때가 제 잔치가 끝날 즈음이었어여.
슬슬 피곤하기 시작 하더군요. 약 먹은듯이 즐거웠던 그 약효가 점점 빠지는 것 같은 느낌요.
그리곤 5학년, 잔치는 끝나고 난장판이 된 파티장? 잔치집? 뒷처리 수습은
다 내차지가 된 것만 같은 기분, 아시져? 명절 치러보신 분들 그 많은 설겆이랑...그런거 느낌
오시잖아요. 암튼 딱 새벽달님 써 놓으신 그대로랍니다. 그게 혼자 감당이 안되니 아이 잡고 또 잡고...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기분? 헤어날 수 없는 그 좌절감은 느껴보지 않은 분들은 모르실겁니다.
근데..그게요, 한 열두살은 되어야 현실로 다가 온다고 해야하나?
사실로 인정하고 받아 들이기도 너무 힘들거든요. 아마 그걸 못받아 들이면
전쟁같은 청소년기를 보내야만 할 것 같아요.
아직도 다 정신을 차린건 아니지만...그래서 선배맘, 경험맘, 큰아이들맘...
그분들의 이야기가 너무 소중한것 같아요. 교본? 스승이 따로 없는것 같구요.
너무 강력한 마취효과 그 이후 고통은 정말 두 말할 필요가 없는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새벽달님이 목숨걸고...라는 표현을 하셨을까요?
덧붙여 외국어가 그리 중요하고 원어민들이 부러우면 부러울수록
그 답 또한 무조건 모국어라는 사실도 잊지마세요.
GIFTED, TALENTED 라는 말까지 듣던 우리 아이 학습부진을 지나 지진이 될 줄...
모국어 꽉찬 아이들이 점점 차고 나오면서 이리 뒤쳐질줄 꿈에도 상상 못했었더랬져.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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