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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꼬아보기

  • 꼬실엄마
  • |
  • 2009-02-17
13

누구나 다 거치는 전래 동화들은 외국이나 우리나라 책이나 모두 2000년대의 관점으로 보면 가끔은 성질이 부악 날 때가 있어요. 제가 성격이 까칠한가봐요. ㅠ ㅠ.

주인공은 착하고 아름답고, 악당은 못생겼다는 외모에 대한 편견, 한눈에 반해 결혼하는 공주나 왕자는 사랑에 대한 왜곡된 개념을 형성하기도 하고, 때로는 공주나 왕자는 모두 완벽한 사람이라는 신분적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게 되지요(사실 역사에서 보면 권력투쟁의 장이어서 그런가 흔히 왕가가 가장 성격장애자나 인격파탄자가 많은 공간이 아닐까 싶은데....) 그 밖에 남녀편견-성 속에 갖혀 도대체 쓸모 있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왕자의 도움이나 기다리는 공주 이야기도 가끔은 울컥하게 기분이 나쁩니다.

우리나라 동화에서도 반쪽이라는 것을 읽고 거의 기절할 뻔 했지요.  반쪽이나 여자 아버지 맘대로 결혼을 결정하고, 여자 아버지가 딸을 주지 않자 반쪽이는 거의 그 집안을 결딴내다 시피하면서 여자를 데려가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반쪽이의 행동이 정당한 듯 묘사되어 있더군요. 가만히 있다가 집안의 원수에게 끌려간 여자는 잘 살았다나 어쨌다나.... 이거는 거의 여자가 아니라 보릿자루 같은 느낌이 드는 구만요.

 

어느날 밤 춤 한번 추고 결혼을 결정하는 신데렐라나 자다 일어나 결혼한 백설공주도 참으로 걱정스럽고...

잠자는 공주에게 키스한 왕자는 상대방 동의도 없이 무방비 상태의 여자에게 키스하다니 거의 성폭력 수준 아닌가요?

ㅎㅎ, 너무 공격인 표현이 난무하는 것 같아 좀 쑥스럽네요....

 

그래서 기존의 동화책을 패러디한 동화책들에 눈길이 많이 가게 됩니다. 시각교정 효과도 있고, 아이는 이미 줄거기를 알고 있는 것들이라 글밥이 많아도 그럭저럭 쉽게 넘어가기도 하고, 책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한번쯤은 본인의 관점(그런게 있을라나요?)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패러디 동화는 재미도 있으니까....

 

베벳 콜의 Princd Cinders. 기발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작가지요. 가끔은 익살이 지나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이 작가의 책은 수집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좋은 것이 많아요.

리딩레벨이 2점대..  남자 신데렐라인데, 재미는 있는데 특별히 교훈적인 것은 없어요. 공주의 적극적이 조금 돋보이기는 하네요. 좀더 적극적인 공주이야기로는 패러디물은 아니지만 쑥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먼치 아저씨의 종이봉지 공주(The Paperbag Princess)도 있어요. 그 밖에도 늑대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The true story of the three little pig"도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디즈니에서 시리즈로 나온 패러디 동화도 있어요.  My side of the Story라고 해서 책의 한쪽은 우리가 본래 알던 주인공이 이야기를 하고, 책을 뒤집으면 흔히 악당으로 대변되던 주인공이 자기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지요. 조금은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읽는 재미도 있고 가끔은 공감도 됩니다. 하드커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화려한 그림이 펼쳐지는 제법 큰 책입니다. 페이지도 두 이야기를 합치면 거의 60-70페이지 정도. 하드커버에 아트지라는 것을 생각하면 값이 착해서 그냥 사 보았는데, 꼬실이한테는 나름 대박이 난 책입니다. 글이 제법 빽빽하지요.  6권 정도가 시리즈같은데, 신데렐라, 인어공주, 백설공주, 피터팬, 잠자는 숲 속의 공주, 101마리의 달마티안 있어요.

 

 

 

그다음에는 Serious Silly Stories가 있어요. 본격적으로 동화를 뒤집고 꼬기 시작하지요. Cinder Boy는 의붓형제와 의붓아버지의 구박을 받는 미식축구를 좋아하는 소년이고, 좀 TV요정의 도움을 받아서 미식축구 영웅이 되거나, 백설공주는 팝스타가 되는 등 현대적 관점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별로 좋지 않은 종이질에 흑백입니다만 챕터북으로 치면 글밥이 많지는 않고 페이지마다 그림이 크게 들어가 있어서 별 부담은 없습니다. 대마왕에서는 리딩레벨을 4점대 후반으로 잡아놓았는데, 뭐 그렇게 까지야 하는 느낌이 있네요. 미묘한 유머는 다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2-3점 정도의 리딩레벨이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에도 꼬실이가 심심하면 꺼내보면서 낄낄 거리는 책입니다. 모두 Anholt라는 한 작가가 썼는데 10권이 조금 넘는 시리즈가 있어요.

 

 

요다음 단계로는 제임스 핀 가드너와 바바라 G 워커의 책이 있을 듯 합니다.

가드너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베드타임 스토리'를 비롯해서 Holiday이나 헐리우드 영화를 가지고 쓴 패러디 물도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는지 번역된 것들은 절판이고, 수입도 그다지 많이 되지는 않는 것 같군요. 한두개의 스토리를 읽을 때는 기발한데, 한 권을 다 읽을 무렵에는 좀 식상한 느낌이 드는 단점이 있더군요. 가벼운 이야기 책 정도로 생각하면 그럭저럭...

바바라 워커는 페미니즘으로 동화를 비틀기를 하는 작가지요. 우리나라에는 '흑설공주'이야기가 번역되어 있고, 그 밖에도 신화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다시 본 것도 있는데,,, 역시 별 감동까지는 주지는 못하네요. 역시 가볍게 읽는 책으로 생각하고 기대치를 줄이면 될 듯. 요 책들은 아이들 대상은 아니라서 그림은 생략. 그림은 사진찍는 것을 영 싫어해서 모두 대왕님 사이트에서 퍼 왔는데 별 문제가 없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이가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은 한데,... 우리 꼬마는 건드리면 좀 귀찮아 하는 스타일이라서.... 가끔은 대화를 해야 하는데 소재가 부족할 때 패러디물이 도움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어떤 입장이 더 마음에 들었는지. 악당들의 변명이 이해가 갔는지 등등.

 

그 밖에도 여러 소재가 이야기 되기도 해요.

가령 꼬실이가 가장 좋아한 이야기는 단군신화에 대한 것이었죠.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쑥과 마늘을 주고 수십일을 버티라고 하죠. 그런데 왜 곰은 참았는데 호랑이는 못 견디었을까요? 단순히 곰이 참을성이 많아서일까요?

이 조건은 처음부터 호랑이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곰은 초식 위주의 잡식성이고, 호랑이는  육식동물입니다. 그러니까 곰은 먹고 견딜 수 있었지만, 호랑이에는 불가능한 과제였죠. 또 하나 계절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계절이 겨울이었다면 곰은 그저 씩씩 잠만 자고 나와도 과제를 완수할 수 있지만, 호랑이는 겨울잠을 자지 않으니까 굶어 죽기 쉽상이지 않았을까요?

 

가끔은 역효과도 있습니다. ㅠㅠ  피터 시스의 아름다운 그림책이 있었지요. "Follow the Dream"이라고.... 콜롬버스 이야기인데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고,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중점이 주어져 있어요. 그 책을 읽고나서 다른 이야기를 좀 해주었지요. 가령 콜럼버스는 인도를 가려고 했다는 것, 그래서 뜬금없이 아메리카 원주민이 인디언이 되었고, 콜럼버스가 바다표범을 보고는 일기장에 '인어가 생각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고 썼다는 둥. 뭐 이 무렵의 유럽 제국주의의 여러가지 행태까지는 참았습니만.... 어쨌든 그 결과 꼬실이는 콜럼버스가 좀 바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시대에 따른 지식의 한계를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한 것이었더군요. 이후 좀 더 이야기를 해 주기는 했는데, 아직도 콜럼버스를 좀 우습게 아네요. 뭐 꼭 존경까지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대화의 의도가 좀 어긋한 경우였지요.

 

다음에는 주몽을 주제로 입양과 재혼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고민중입니다. ㅋㅋ

 

요즘 쑥 게시판에 책 소개도 별로 없다고 하시고 링링님과 브종님이 너무 시게 고생하시는 것 같아 오랫만에 들어왔다가 주절주절 남깁니다. 천지님은 뭐하고 지내시나? 보고 잡아라.

 

쓰다보니 저녁 시간을 거의 다 잡아먹었네요. 늘 많은 글을 남기시는 쑥 지킴이들, 우리의 고수님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솓구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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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체
  • |
  • 2009-02-18 10:40
답댓글

^^*

꼬실엄마님 넘 재밌네요...

콜럼부스....울딸아이도 왜 인디언이라고 했냐며...좀 그 분을 그리 보는 것 같기도 해요...ㅋㅋㅋ

실리스토리가 레벨이 좀 되는 군요..

저는 쉬운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글이 넘 재밌으셔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이렇게 보려면 분석력이 좋아야하겠는데요? 나중에 비평가가 되는 밑거름이 될수도 있겠다 싶어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늑대 입장에서 쓴 책을 얼마전 봤는데...^^

이 책들 뒤져 봐야겠네요..^^*

감사~~~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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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 |
  • 2009-02-18 01:48
답댓글

큰애 유치원무렵 한글판 '종이봉지공주'를 보고나서, 정말 반가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후에는 같은 느낌 가질만한 책들을 많이 못 보아서 아쉬워하다 그려려니 하고 있었는데..  다른책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ps. 한글판 책에는 종이봉지공주 작가가 '로버트 문치'라고 되어 있어서 먼치아저씨랑 같은 사람인지 한참

지나서야 알았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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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실엄마
  • |
  • 2009-02-18 10:20
먼치 아저씨 책은 가끔은 분위기가 다른 책하고 다른 파격이 보이지요. 저도 처음에는 종이봉지 공주나 Love forever는 먼치 아저씨 책인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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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미나
  • |
  • 2009-02-18 01:41
답댓글

개구리 왕자 그 뒷 이야기...혹 영어 책 제목 아시나요?

아이가 그 책을 영어로 찾아서리...아무리 도서관에 검색해도 안나와서리^^

꼬실 엄마님은  아실 듯.

꼬실님이 아니고..꼬실 엄마님이라....혼자서 아이의 모습을 상상합니다.(좋은 쪽입니다)

좋은 책소개 좋아요. 울딸이 아직 받아들일 실력 안되어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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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실엄마
  • |
  • 2009-02-18 10:28
The frog prince continued예요. The true of the three little pig를 쓴 Jon Scieszka가 썼어요. 요 작가가 만만치 않게 좋은 책을 많이 썼는데, 요런 패러디물로 칼데콧 상도 하나 받았지요. 그 책은 아직 보지를 못해서... ㅠ ㅠ. 나중에 능력이 되면 이 양반 책도 한 번 소개해 드릴 수 있을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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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체
  • |
  • 2009-02-18 10:42
^^*
좋아요..
그분책인 타임웝트리오..지금 집에서 돌고 있는데..
얼렁 소개해주셔요..기대만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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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미나
  • |
  • 2009-02-18 21:17
네~ 좋은 책 많이 많이 소개해주세요.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 제목이 맞나요?? 도 같은 작가의 책이였군요.
이것도 메모 해둘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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