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에 올린 글입니다. 칼럼이 접근성이 떨어진다 하여... 다시 붙여 놓아요..ㅎㅎ )
얼마 전 책 한권을 선물 받았습니다.
"책과 노니는 집"
제목이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제목만으로도 언뜻 떠오르는 집이 있긴 합니다만.. ㅎㅎ
얼마 전 제가 인증샷 올렸던 그 집..ㅋㅋ
김동성의 그림에 살짝 반해있던 터라 더욱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네요.
많이들 읽어보셨겠지만 김동성의 그림들을 한 번 더 얘기해 보자면...
1930년대 거리풍경이 담백하게 묘사된 "엄마 마중"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마음의 풍경이 수묵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메아리"

권정생 선생님의 글을 가장 시적으로 아름답게 승화한 그림의 "비나리 달이네 집"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신분의 벽과 여자라는 굴레를 뛰어넘는 아이들의 단편 이야기 "꽃신"

그리고 요거... 제가 그의 그림을 참으로 좋아하게 된 책..
나이팅게일...

때론 화려하게 때론 담백하게 ... 글과 적절히 어우러지는...
김동성 화백의 그림으로 인해 책들의 내용이 살아서 내 가슴으로 날아와 꽂히는 것 같습니다.
"책과 노니는 집"
"필사쟁이"를 아시나요?
조선시대 ... 1700년대 후반.. 소리 소문 없이 새로운 책이 전파되던 시대에 유행했던 직업입니다.
변변한 출판 기술이 없던 시대에 필사쟁이는 책에 목마른 사람들의 가슴을 적셔주는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주인공 소년 장이의 아버지는 "필사쟁이"였지요.
아버지가 천주학 책을 필사한 것 때문에 천주학쟁이로 몰려 매를 맞아 죽은 뒤 책방 사환아이에서 전문 필사쟁이로 커 가는 과정을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펼쳐놓은 책입니다.
자세히 보면 이 작품의 줄거리를 관통하고 있는 진짜 주인공은 장이가 아니라 ‘책’입니다.
그것도 아주 "무서운" 책...
위정자들의 눈에는 새로운 것,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새로운 방식과 시각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들이 두려움이 있었겠지요.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가 있을 테니까, 그 변화는 새로움을 추구할 것이고
새로움은 구태의연함을 몰아내려는 새로운 움직임을 불러올테니까요.그래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책을 가진 자, 책을 만든 자를 처벌하려고 하지요.수많은 희생양중 한명이 주인공 장이의 아버지였고, 아버지는 단지 책을 베껴 썼다는 이유로 ‘온 몸이 짓이겨지도록 매를 맞고’ 끝내 숨을 거두시지요.
그러나 한 번 그 사람의 "정신"이 된 책은 아무리 짓이겨지고 밟혀지고 잊혀지도록 강요당해도 절대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는 거.... 오히려 그 정신은 더욱 날곧게 살아나 더 많은 세포분열을 거듭한다는 거..
장이는 아버지와의 연으로 알게 된 약계 책방 주인 최 서쾌의 도움으로 책방 심부름꾼이 되어 스스로의 길을 열어갑니다. 천주학 책을 비밀리에 나르면서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들이 장이의 시각으로 잔잔히 그려집니다.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면 역사적 사건을 과감히 끌어다 놓아 주인공이 그 사건을 푸는 어떤 열쇠를 가졌으면 하고 바랄 터이지만 작가는 과감히 잘라내고 어린이책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전기수가 목청을 다듬고 책을 읽어주는 장면입니다.
달빛도 곱고 정원 곳곳에 매달린 호롱불도 휘영청 밝습니다.
곳곳에 보이는 반딧불이도 달빛을 받은 오얏 꽃잎도 눈부십니다.
모기를 쫓으며 옹기종기 모여 앉아 듣는 이야기의 맛은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겠지요..
김동성 화백의 그림이 나의 상상력의 한계를 도와줍니다.
전기수,,, 글을 몰라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도 고마운 사람이 아니었겠나
싶습니다. 지금의 동화 구연가 하고는 또 다르겠지요? 전기수는 한참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이면 이야기를 뚝 끊고 딴청을 부립니다. 그럼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이들이 여기저기
서 엽전을 던져 주지요. 다시 이야기는 흐를터이구요..
“간밤에는 무슨 이야기를 쓰셨어요?”
아버지는 손에서 붓을 떼지 않은 채 질문에 답을 해 주었다.
“우리에겐 밥이 될 이야기, 누군가에겐 동무가 될 이야기, 그리고 또 나중에 우리 부자에게 손바닥
만한 책방을 열어 줄 이야기를 썼지.”
누군가에게는 밥이 될 이야기, 누군가에겐 동무가 될 이야기...
아.... 나 완전 감동 먹었습니다.
친구가 되어주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책, 길잡이가 되어주고 비틀거리고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 줄 책...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부모로서 그 역할을 욕심내고 있었는데, 친구같은, 선생님같은 그런 엄마이길 바랐는데... 모자람을 채워줄 것은 따로 있지 않나 ... 그게 바로 책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문학동네"에서 우리 역사와 정서를 담은 창작동화를 그간 꾸준히 내고 있었네요.
숨쉬는 책, 무익조 (동학혁명을 배경으로 한..)
아버지의 국밥 (6.25를 배경으로한 한 가족의 이야기)
종이옷을 입은 사람 (지라산 빨치산 토벌과정을 배경으로 함)
무덤 속의 그림 (고구려 고분벽화에 얽힌 이야기)
절뚝이의 염소 (중.일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일본동화)
큰애기 복순이 (해방과 전쟁, 분단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궁녀 학이 (궁녀의 이야기를 다룬 동화)
등이 있습니다. 하나 하나 읽어보면 좋을 듯 싶네요.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書遊堂 책과 노니는 집....
강요에 의한 독서가 아닌 즐거움을 불러오는 책읽기, 놀다가 뒹굴다가, 이것 읽다가, 저것 보다가...
이리저리 책이 널브러지고 책꽂이에 꽂혀진 책들이 어서 읽어주라고 손짓하는 그런 곳입니다.
모두들 그런 집을 꿈꾸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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