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2 아들램께서 기특하게도 아주 간단한 세자리수 뺄셈을 하고 있습니다 ㅠ.ㅠ
수감감 무지 둔한 녀석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럭저럭 하더군요.
갑작스런 일신상의 변동이 좀 생기는 바람에 아이가 2학기 내용을 가볍게라도 선행을 해야만하게 되었거든요.
어제는 제가 고2 똘똘이 가르치러 가는 날이라서 아이 혼자 집에 있었습니다.
수학을 2장 푸시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더군요.
3시간 동안 수학 2장 풀고 받아 쓰기 숙제 하고 쉬고있겠답니다.
과외가 끝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와서 아이 숙제를 확인 하는데...
모르겠다고 갈매기 해놓은 문제가 있더군요.
680 - 350
= ( 네모 - 300 ) + ( 80 - 네모 )
= 300 + 네모
= 네모
그래... 모를수도 있지....
친절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모르겠답니다.
다시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잘 모르겠답니다.
또 다시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잘 모르겠답니다.
저쪽 중게에서 난 정말 좋은 쌤이라고 실컷 잘앙질한 글의 잉크도 채 덜 말랐는데...
그만...........................................................................................
기차 화통 삶아 묵은 소리로
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알아찌!!!!!
네....
그만 들어가 자!!!!!
네....
그렇게 녀석을 재워 놓고 책을 보고 있는데... 책이 눈에 들오질 않네요.
680 - 350을 못할 아이가 아닌데...
녀석이 하기 싫어서 모른다고 갈매기 그어 놓은 괴씸함으로 버럭버럭 소리 지른 것에 대한 가슴 깊은 미안함을 스스로 달래고 있었습니다.
오늘 중2 똘만이가 공부하러 왔습니다.
일차 연립 방정식을 푸는데 분수식 형태가 나왔습니다.
양변에 최소 공배수를 곱해서 정리를 하는데 -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 꼭 틀립니다
x-y/3 ㅡ 2x-3y/2 = 1
3분의 x-y 마이너스 2분의 2x-3y 는 1
이 식의 양변에 6을 곱해서 정리하면
2x-2y-6x+9y=6
오늘도 빨간색 플러스를 틀리더군요.
괄호로 묶어 있는 상태에서 괄호를 풀적에는 거의 틀리지 않는데
괄호를 쳐주지 않는 분수식으로 표현 되는 경우는 자주 틀립니다.
분수식은 보이지 않는 괄호 속에 들어있다.
바로 그 보이지않는 초강력 울트라 슈퍼 파워 괄호 방패 때문에 분수식 상태에서는 앞에 마이너스가 있어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분모의 최소공배수를 곱해서 분수식 형태를 무너뜨리면 방패도 함께 사라진다.
이땐 반드시 앞에 붙어 있는 마이너스의 공격을 받아서 방패 속에서 -로 있던 것이 +로 변한다.
설명을 하다 말고 갑자기 제가 얼음이 되었습니다.
괄호!!!!
우리 꼬맹이가 680-350을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그 괄호였습니다.
내겐 너무도 당연한 기호인 괄호가 아이에겐 너무도 낯선 수학 기호였던 것입니다
괄호를 이용해서 백의 자릿수 끼리 묶어서 빼주고
괄호를 이용해서 십의 자리 끼리 묶어서 뺀 다음
그 두개의 괄호 안의 값을 합하면 330이 된다는 것을 아이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그 괄호였습니다.
오늘 확인 작업 들어갔습니다.
동전으로 680을 늘어 놓고 350을 빼라고 했습니다.
백원짜리 세 개 빼서 300원 만들고 십원짜리 다섯 개 빼서 30원 만들어서 330원이라고 말하더군요.
이걸 식으로 써주면서 괄호에 대한 설명을 해줬습니다.
수학에서 괄호는 초강력 울트라 슈퍼 파워 방패야.
괄호로 묶어 주면 그 안에 있는 것들은 밖에서 천둥 번개가 치고 원자 폭탄이 터져도 안전해.
안전하게 보호된 상태에서 괄호 안에 있는 것들 끼리 우선 먼저 계산하라고 괄호를 쳐주는거야.
알 것 같니?
아주 잘 이해하더군요 ^.^
괄호는 중2에게도 헷갈리는 개념입니다.
초등 4학년에 괄호를 이용한 사칙연산의 혼합계산이 나옵니다.
중1 초기에 정수를 배우면서 소괄호 중괄호 대괄호를 이용한 복잡한 혼합 계산을 좀 더 하게 됩니다.
그 뒤로 문자와 식을 배우면서 다시 괄호 풀어서 식 정리하는 것 연습한 후에 일차 방정식을 풉니다.
중2에 연립 방정식을 풀 때도 괄호를 풀어서 식을 먼저 정리해야만 합니다.
부등식도 마찬가지고 이후로 중3, 고1 ~~ 쭈~욱~~
눈에 보이는 괄호든 보이지 않는 괄호든 소괄호든 중괄호든...
심지어 특수 기능을 겸비한 가우스 기호 같은 별종 괄호도 등장합니다.
좀 전에 이부자리 펴는 아이에게 다시 한번 괄호 이야기를 했습니다.
녀석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엄마랑 아빠랑 괄호로 묶었을 때 자기가 쳐들어 가지 못한다구요 ㅠ.ㅠ
마찬가지로 자기랑 엄마가 괄호로 묶으면 아빠도 절대 쳐들어 오지 못한다고 하더니
엄마랑 아빠랑 자기랑 괄호로 묶으면 진짜로 천하무적이 될 것 같다 합니다 ㅋㅋㅋ
초중고 수학은 12년을 잇는 제법 긴 족보이지만 그 계보가 너무도 분명합니다.
수, 연산, 도형, 측정, 확률, 통계, 규칙성과 함수 등
수평적인 진행을 하면서 상위 학년으로 단계를 밟아서 올라간다는 것이 현 공교육의 틀입니다.
그렇다고 꼭 그 틀에만 따를 것이냐....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절대 선행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흐름을 따라 진행되면 더 좋을 내용이나 아이가 직관적으로 이미 깨우쳐 버려서 알고 있는 경우에는 굳이 수평적 진행으로 아이의 흥미와 욕구를 늦출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마이너스 정수를 중1에 배우지 않고서도 저절로 아는 초등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 친구들에겐 초등 과정의 사칙 연산을 굳이 자연수와 분수 소수로 제한할 필요가 있을까????
연립 방정식을 배우지 않고서도 네모, 세모로 식을 쓰다가 그냥 저절로 연립 방정식 풀이를 알아버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겐 중2의 연립 방정식이 결코 선행이 될 수없다는 생각입니다.
쭉쭉 뽑은 중등 선행으로 초등때 이미 방정식으로 풀게 하라는 것이 아니고
네모를 사용해서 이런 저런 식을 세우고 거꾸로 빼 가는 과정을 해보면서 등식의 성질을 직관적으 깨닫고
방정식 풀이를 체득해 버리는 아이들에겐 중1 방정식을 배운다는게 이미 선행이 될 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도형 부분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중등 2학기에 소개되는 도형에 관한 내용들을 무척 재밌어 합니다.
제가 6학년 때 제 짝궁이 바로 그런 녀석이었는데
중학교 다니는 형인지 누난지... 수학 책 가져다가 도형 부분을 혼자 공부하던 녀석이었습니다.
결코 수학을 잘 하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항상 뭔가 그리고 풀고 그랬습니다.
결국 거창한 이공계 박사가 되었더군요 ㅋㅋㅋㅋㅋ
내일 울 꼬맹이 컨디션 봐가면서 괄호 놀이를 좀 해보려 합니다.
그래 봐야 한자리 두자리 덧셈 뺄셈에 약간의 곱셈 좀 섞겠지만 명색이 엄마가 수악쌤인데 소괄호 중괄호 대괄호 까지 함 시켜보려구요.
간만에 녀석을 위해 놀이를 가장한 뭔가를 준비하는 밤이 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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