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의 열심히 하시는 분들(저도 그 대열에 참가한지 조금 되었지만)에게 찬물을 끼얹는 얘기가 될 것 같아 망설이다가, 다시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서 글을 올려요.
얼마전 물건사러 혼자 대형마켓에 갔었습니다.
근데 거기에서 한 엄마와 아들(6살 정도?)를 목격하게 되었어요.
그 두 사람은 거의 대화를 영어로만 하는 거예요. 그정도라면 와, 부럽다, 멋지다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엄마의 발음은 그야말로 콩글리쉬라고 하는, r과 l, p와 f 구별도 안되고, 간혹 한국사람들이 그러듯 혀만 지나치게 굴리는데다 액센트까지 이상한 상태였어요.
그리고 문법도 많이 틀려있었어요. 자세히 들어보면 단수 복수 구별이나 a와 the의 쓰임도 이상한게 많았죠. 솔직히 이건 저도 그렇기 때문에 잘 알거든요.
제일 큰 문제는, 그 애도 영어로 물으면 영어로 답하고 하는데 엄마와 완벽하게 발음과 액센트가 같고, 문법도 엉망이었다는 거죠.
그 엄마의 제일 존경스러운 점은 남의 눈을 일체 의식안한다는 겁니다.
아주 당당하게 영어를 쓰시는데, 그게 솔직히 너무 듣기가 괴로웠습니다.
만일 그런 분이 ‘저 오늘 슈퍼에서 영어로만 대화했어요.’ 그렇게 게시판에 올린다면 와, 부러워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하고 댓글 올렸을 겁니다.
근데 정말, 솔직히 너무 너무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만 들었어요.
어떤 아저씨는 멍하니 그 분들을 보고 있다가 “미쳤군.” 한마디 하고 가시는데, 흑, 저는 저한테 하는 소리인 것 같아 가슴이 아팠어요.
저는 소심해서 그런 공공장소에서 감히 못 할뿐 집에서는 어쩌면 저 아줌마랑 아들이랑 똑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발음이 좋은 편이라 자부하고 있지만 원어민만 못할거고, 프린트나 책 읽을때야 잘 읽지만 정작 대화할 때는 아주 기본적인 문법도 자주 틀리는 걸 스스로 느껴요.
결과는... 우리 애기가 그 아줌마의 아들과 같은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더 섬뜩했던 건 그 아줌마도 영어테이프 열심히 들려주는 것 같았거든요. 대화내용에서 그걸 알게 되었어요.
물론 쑥쑥에는 엄마표 영어로 성공한 아이들 많아요. 발음도 원어민 못지 않고, 테이프 잘 활용하면 걱정안해도 된다고....
근데 그런 모습을 보고 나니까 저 아줌마처럼 되어야겠다가 아니고, 절대 저렇게 되면 안되는데... 란 생각이 강렬히 들었어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근데 주위사람들 시선은 정말로 너무나 싸늘했어요.
기운이 쭉 빠져서 며칠간 계속 영어는 좀 쉬면서 저 스스로 영어책 읽기전에 발음부터 교정하고 있네요.
엄마표 영어, 아무리 테이프가 있어도 엄마 스스로가 정말 잘하게 되지 않으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아기들에게 갈 수 있다는 점, 글쎄요, 저도 마음만 갑갑할 뿐 뭔가 해답이 없어 그냥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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