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진이와 놀이터에 나갔다. 아이는 놀고 나는 웅크린채 바라보고.. 잠시후 유진이가 내게 오더니 축 늘어뜨려 손가락이 안보이는 내 가디건을 접어주었다. "고마워 유진아~"했더니 아이는 내게 말했다. "You're welcome,엄마".... 나는 처음에 아이가 뭐라고 했는지 못알아들었다. 영어일꺼라곤 생각도 못했고 우리말도 느려서 내가 못알아듣는 게 많기에. 현재 유진이의 영어실력(??)을 말하자면 -자기가 아는 우리말 단어의 70%는 영어로안다. -it과 what에 대한 추상적 개념이 생겼다. -간단하고 일상적인 회화를 조금안다. -영어노래를 따라 부른다. 자랑이 아니고 씁쓸합니다.왜냐면 이제 그 다음 단계로 올려줄 힘이 제가 없는것 같아서.. 꽤 오래전에 제가 나침반을 잃어버린 엄마라고 글을 올리고 많은 분들이 답글도 해주셔서 참 감사했고 전 머지않아 나침반을 찾았노라고 글을 올려야지 했죠. 그러나 알고보니 전 원래 나침반도 없이 아이를 데리고 나뭇잎배를 타고 물결따라 바람따라 돌아다니고 이따끔 풍랑을 만나기도 했던겄같네요. 유진이는 다음달에 세돌이 되는 순둥이입니다. 어릴 때 거부반응만이라도 없애주자는 작은 욕심으로 영어를 시작한게 우리말이 너무 늦는 유진이를 보며 슬럼프가 돼서 큰 맘먹고 테마동화를 사주고 비디오와 노래도 우리말로 사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거부반응을 없애주자고 시작한 제 작은 욕심에 회의가 오더군요. 엄마가 꾸준히 아이를 써포트해준다면 몰라도 어줍잖게 알아서 학교나 학원가서 쉬운부분은 안다고 깝쭉데다가 정작 난이도가 높아지면 포기하면 어쩌나...괜히 시작한걸까? 거기다가 아이가 먼저 내게 영어로 말을 하니 제가 이번엔 꿀을 먹더군요. 물론 예상치 않은 아이의 영어에 순간적으로 당황도 해서였겠지만 실력도 없습니다.- -;; 항상 제가 의도된 레파토리로 대부분 원웨이로 떠들어주다가(그것도 아주 가끔) 아이가 먼저 던지는 영어에 우리말이 튀어나오다니.. 요즘 우리말이 늦는걸 핑계삼아 제가 영어를 뒷전에 둔 사이 유진이가 제 뒤통수를...언젠가 승호아빠님이 말씀하신 계단함수가 생각나데요. 하지만 기쁘지 않아요.오히려 슬픕니다. 유진인 우리말이 너무 느려요.또래들이 아가야라고 부르고 친구의 애들이 유진이가 대꾸를 안해준다고 화를 내고... 가끔 가슴이 아프고 속상하도록 순한 아이,또래들에게 제 몫도 못 챙기는 아이, 거기다가 말까지 느리니 유치원은 어찌 보내나 싶은데 영어를 계속 잡아줘야 한다는게.. 유진이와 제가 탄 나뭇잎배가 또 다시 풍랑을 만나나봅니다. 도와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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