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없애자” -공방에 관해
매스컴에서는 서울대 폐지에 관한 공방을 많이 다루고 있다. 폐지불가를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의견은 실력의 하향화, 능력을 판별할 기준이 없어져 인재채용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전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는 독일의 대학들이 인재양성의 실패를 자인하여 오히려 차별화된 일류대학으로 집중육성하려는 선례, 그리고 많은 부분 비서울대인들의 서울대에 대한 질투심에 근거한 폐지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 등으로 요약이 된다.
한편 민노당은 서울대를 아예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파리1대학, 2대학 등으로 명명하는 프랑스의 경우처럼 서울대 라는 이름을 없앰과 동시에 전국의 대학을 서열화시키지 말고 평준화하자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는 어떤 한국인은 실력있는 수재들이 모여있는 서울대를 비서울대인들의 질투심에 기인한 철폐론으로써 없애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한 신문의 사설을 통해서 강하게 항변하고 있다. 아마도 전반적인 옹호적 아집에 사로잡힌 글을 보아 나는 그가 서울대출신임을 거의 확신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능력과 실력이 암기위주의 입시경쟁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살아남은 것을 의미하는 거라면 그것이야말로 우려한 바 실력의 하향화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참으로 많은 한국사람들이 ‘서울대 = 능력있는 자’ 라는 단순구조적인 선입견에 빠져 있는 것에 나는 지극히 심기가 불편하다. 그 교수의 말마따나 질투심에 불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의 그러한 질투심은 다수의 경우 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서울대졸업생들이 단지 서울대 라는 타이틀하나로 비서울대인들에게는 주어지지도 않는,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쉽게 주어지는 위치, 대한민국사회를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편승하여 평생토록 우려먹으며 잘 살아갈 수 있는 그 불평등한 부당함에 기인하는 것이다. 진정 ‘능력있는 자’ 란 암기한 지식으로 최고의 시험성적을 내는 자가 아니라 자신이 배운 지식이나 창의성을 이용해 최대한의 효용가치를 낼 수 있는 자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날은 다양성, 다변성 그리고 다중지능의 사회이다. 능력이나 실력이나 소위 말하는 '똑똑함'이란 것의 정의를 학창시절의 성적으로만 축소해 버려서는 안된다. 서울대란, 후진적 가치관념에 사로잡힌 찍기지필시험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방법으로 단순평가되어짐으로써 덤으로 주어진 온갖 기득권을 이유없이 오랫동안 누려온 집단이다.
물론 서울대출신들이 특정분야에서 우월한 능력을 보인 경우도 있겠으나 마찬가지로 타대학이나 대학을 다니지 못했던 사람들의 경우에도 얼마든지 수많은 분야에서 능력을 보인 경우가 많다. 똑같이 능력을 보여주었을때 서울대출신이면 역시 서울대 라며 더 부각되는 면이 있다는 점을 나는 강조하고 싶다.
강남에 살고 있는 아주 부유한 내 친구는 자신의 고3아들을 위해 한달에 천만원이 드는 과외를 몇 달 동안 집중적으로 시켜 그 분야에서는 내노라 하는 일류대학엘 합격시켰다. 그러한 경우가 비단 그 뿐만이 아니란 것을 대한민국의 극성학부형이라면 아마도 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아주 쓸모없는 바보짓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계속적으로 그러한 소모적인 짓거리를 반복하며 살아가야하는 이유는 바로 서울대 혹은 일류대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 놈의 학벌이 능력과 상관없이 평생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폐해때문이 아닌가. 그런 전근대적 방식으로 공부한 학생들에게 수학할 기회가 주어지는 일류대학의 현 실상을 두고 소수 정예들이 모여 있는 엘리트를 위한 수준높은 양성기관이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는가.
또한 독일의 예로써 폐지불가를 주장하는 것은 그 나라의 관습이나 문화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본다. 내가 아는 한, 독일사람들의 가치관이나 관념으로는 대학의 서열화로 설령 그 제도가 바뀌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망국적인 과외열병이나 극성부모가 생길 만큼 불합리한 원시적 제도로 되돌아가지 않는 지극히 안정되고 이성적인 사회이며 취직여건이나 임금면에서도 오로지 학벌만에 따른 불평등이 없으므로 대학에 대한 환상이 그리 많지 않은 나라다. 지금껏 세계최고를 지향하고 명성을 유지해 왔던 독일대학이 강제적이지 않은 느슨한 학제로 인해 길어진 학생들의 재학기간에 따른 경쟁력저하와 더불어 국제공용어가 된 영어를 등에 업은 미국에 우수인재를 빼앗기고 있는 것 등으로써 실패를 자인한 것이지만 그들이 유지하고 있는 그 평준화된 대학제도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세계최고의 인재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는 저력있는 초강대국이다. 그러한 상이한 조건의 실례를 들어 우리의 썩은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자고 하는 것은 무지에서 오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학벌사회 때문에 일어나는 부작용이 대학의 평준화나 문호개방이 된 상태의 그것보다 더 클 경우에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지는 자명한 일이다.
현재 사교육열풍을 잠재우기 위해서 정부당국은 자율학습이다 뭐다해서 애꿎은 중고교만 잡는 모양이다. 일류대가 존재하는 한 아무 소용없는 짓이다. 대학만 바꾸면 거기에 따라 자동적으로 공교육이 바뀌고 사교육도 사라진다. 차후 초중고 학교의 역할은 특정대학에 합격하기 위한 단순기계적인 학습생으로서가 아닌, 깊이 있는 자기고찰기회와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의 기회를 많이 제공해 줌으로써 학생개개인의 적성을 제대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따라서 서열화된 대학제도를 없애고 전국의 대학을 저마다의 개성과 특화된 전문분야양성기관으로 평등하게 성장시키길 당국에 바란다.
출처:http://blog.naver.com/schoentr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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