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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3 - 우리의 권리 - 한국 영어

  • 유현정
  • |
  • 2002-07-05

이상하게 html이 먹질 않아서 그냥 올립니다. 우리의 공통 유행어는 좀 찐~하게 올리고 싶었는데... 실패했습니다. .... ----------------------------------------------- 언젠가 이런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지구상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불과 5%에 지나지 않는다. 뒤집어 보면, 영어를 외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이 세상 사람들의 95% 라는 말이 되겠지요.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유자제로 쓰지 못하는 나는 이 세상의 대다수와 동일하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몇몇은 소수 집단의 한 부분이다. 이렇게 쓰면 억지가 될 수도 있겠지요. 영어 / 비영어, 이렇게 나눔으로써 영어를 비영어 언어들 모두의 집합과 대등한 위치에 올려 주었으니…. 그 나머지 95% 의 사람들이 나눠 쓰는 언어들이 얼마나 많은데…. 정확한 비유가 될 수도 없겠고 논리적인 결론도 될 수 없겠지만, 틀린 말이라고 할 수도 없지요? 하지만 우리는 어쨌거나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유들 유들 잘도 굴러 가는 버터 발음에 감탄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미국이 오랫동안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지켜 오다 보니 미국 영어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걸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일단 영어는 미국 사람들에게는 모국어 입니다.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항상 접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강국이기에… 이 사람들이 구사하는 영어가 정식 영어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이상 할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영국 사람들도, 캐나다 사람들도, 뉴질랜드 사람들도, 호주 사람들도 영어를 모국어로 구사하지만 미국 만큼 강국이 아니어서 그 만큼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뿐이지요. 우리말에서도 수도가 있는 서울의 서울 사투리가 우리말의 표준말처럼 이해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쨌든…. 저희 부부는 “여행은 젊었을 때 하자.” 뭐 이런 인생관 비슷한 걸 가지고 살고 있는데, 좀 더 우리의 생각이 굳어 지기 전에 많은 것을 보고 배우자는 데 뜻을 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3년전에야 겨우 국방의 의무를 다 해서 이제서야 시작입니다만, 최근의 여행에서 제가 가장 절실히 느꼈던 것은 미국 영어는 세계 공용어가 아니지 않는가… 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미국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은연중에 미국 영어가 영어다 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아는 게 그것 밖에 없기 때문에 그랬겠죠. 저는 영국이나 호주 같은 곳에 가면 언어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미국 영어로 유창하게 읊조리고 나면 꼭 상대방이 허무한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많이 당황했어요. 아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당신도 영어, 나도 영어를 하는데 서로 이해가 안 되면 어쩌란 말입니까!!! 물론 다시 천천히 말해 주거나, 한번 더 말하면, 그 사람은 상대방이 미국 영어를 하는구나 생각하고 생각의 기어를 살짝 바꾸어 제 말을 이해해 주곤 했지요.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곳에서도 영어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일단 제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이 무진장 많았다는 것에 저는 계속 당황했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단어로 대화하는 데에 익숙해 지기 시작했지요. 서로의 말의 방식이 다를 때는 단어 하나씩만 말해 주는 것처럼 또 고마운 일도 없습니다. 괜히 “Could you tell me where the bathroom is?” 해서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하지 말고 그냥 “Bathroom?” 하며 미소 한번 보내 주는 것이 훨씬 신속, 정확하게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이더라구요. 싱가포르 영어는 정말 알아 듣기 어려웠습니다. 온 정신을 귀로 쏠리게 하고 정신 집중을 하고 들으면 분명 상대방은 영어 단어들을 쏟아 내고 있는데, 조금만 집중이 깨어 지면 상대방의 입에서는 중국말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영어를 하긴 하는 건데, 중국어 억양으로 하더란 말이지요. 학생들이 영어를 좀 하는 것 같았고 기성 세대들은 영어 아닌 다른 말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어가 우리말처럼 한가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그 나라 사람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살아 가는지… 이쪽에 가면 중국말, 저쪽에 가면 인도말, 또 저어기 가면 제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말… 서로 생긴 것으로 구별을 하는지 동행끼리는 자신들의 언어를 쓰고 가게에 가면 영어를 쓰고… 며칠 길거리를 헤매는 것 만으로는 도저히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기가 힘들더군요.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어느 나라를 가도 그 나라의 영어가 있더라는 것입니다. 어떤 하나의 기준을 두고 공부한다는 의미에서 미국 영어를 가이드 삼아 영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전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영어를 배우는 것이 가장 손쉽기도 하구요. 하지만 우리가 미국 영어를 똑같이 구사할 필요는 정말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한국 영어를 하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르게 영어를 마스터 하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발음에 있어서는 몇 가지 발음에 유의 하시면 우리식의 발음도 알아 듣기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문법에 있어서는, 우리 말을 영어로 끼워 맞추려고 하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말을 간단히 하는 연습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문법에 얽매이다 보면 문장이 쓸데없이 길어지게 되거든요. 내 뜻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세요. 완벽한 문법을 구사하리라는 것이 주가 되면 그야말로 나무에 가려 숲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격이 되기 쉽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영어”를 권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체에 얽매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정말 답답한 노릇이지요. 싱가포르에서도 핸드폰을 “handphone” 이라고 하더라구요. 핸드폰은 콩글리쉬라고 cell phone이나 mobile phone 이라고 해야 올바른 영어라고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Korea Team Fighting! 이라고 외치면 외국인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 주게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하는 글도 읽었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이해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Fighting! 을 외쳐 대었는지… 대 ~ 한 민 국 ! 을 외치는 외국인들도 많았지요. 아, 뿌듯해~!! 우리가 자신있게 우리 것을 내세울 수 있으면 상대방도 따라 오게 마련입니다. 내 것만이 최고라고 우기는 쓸데없는 고집은 우려되지만, 내 것에 대한 자부심과 내 것을 소중히 여기는 고집은 필수 입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한국 영어가 있습니다. 우리의 발음은 세계 수준입니다. 너무 굴리려고 애쓰지도 맙시다. 우리 식으로 상대방이 너무 헤매지 않도록 존중하는 마음만은 깊이 되새깁시다. 우리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은 우리에게는 우리의 대~한 민국, 우리 나라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는 필수입니다. 하지만 미국 영어는 선택일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한국 영어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책임만 잊지 않으면 되는 것이죠. ***** 글을 시작할 때는 이런 글이 되려는 게 아니었는데, 때가 때이다 보니 마무리가 이렇게 되는군요. 역시 무엇이든 시대의 배경을 무시할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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