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입동이 지나가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네요. 겨울을 재촉하는 비인가요...
경제적인 이유로 아들들(초3 쌍둥)이 엄마표로 돌아선 지도 근 1년 됩니다. 솔직히 엄마표도 아니고 섞어표(?)죠. 학교 방과후에서 로봇 배우고, 집앞 해*수학에서 수학 배우니까요. 영어는 다니던 학원(S*P)도 너무 비싼 김에 "엄마가 영어선생인데 엄마랑 해보자"며 완전 엄마표로 돌아섰지만, 기실 아무표도 아니죠. 남의 집 아이들 영어는 가르치면서 시간이 없어 제 아이 영어는 대충대충 흘러왔습니다. 영자신문(The Kids Times)이랑 잡지(Time for Kids) 읽고 챕터북 듣기만 지들이 꾸준히 하고 있네요.
저도 팔랑귀인지라 심상치 않은 겨울방학 대비소식들에 걱정됩니다. 이제 4학년이면 공히 고학년 대열에 진입하고, 겨울방학은 다음해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되는데...큰 맘 먹고 돈 아껴서 겨울방학서부턴 영어학원 좀 보내야지, 하고 어제 아이들이랑 저녁먹으며 얘기를 꺼냈습니다.
엄마: 올 겨울부턴 집 앞에 있는 *담어학원 다닐까? 니네 반 똘똘한 거시기도 다니잖니?
쌍둥 2호: 아뇨, 그냥 지금처럼 우리끼리 할래. 챕터북 듣고 책 읽고.
엄마: 이놈 시끼! 너 엄마 학원강의할 동안 쌍둥 1호랑 생쑈하고 놀려고 그러지? 이제 지대로 영어 공부 좀 해봐라. 니들도 이제 4학년이다.
쌍둥 2호: 아니에요. 우리끼리 챕터북 열심히 듣고, 신문도 읽고 할 거예요. 그게 훨씬 재미있어요. 이제 Journal(제가 딱 하나 해주는 게 토욜마다 journal쓰라고 하는 겁니다. 아무 제한없이 자유 주제로 쓰면, 제가 확실하게 틀린 문법오류만 좀 잡아주고 기냥 패쑤~)도 열심히 쓸게요. 우리끼리 이렇게 할래요. 공부는 자기가 혼자서 해야 더 기억이 잘 나고 재밌어요.
엄마: 그래도 이제 4학년인데...(여기서부터 엄마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저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까 말까하고)
쌍둥 1호: 그래요. 겨울방학 때 엄마 바쁠 테니까 우리가 알아서 집에서 CD 많이 듣고 책 읽을 게요(참고로 울 아들들 레베루가 절~대 아닌데 하도 졸라서 얼마전 Harry Potter: the Goblet of Fire 다 들었어요. 글고 쌍둥 2호는 제 책꽂이에 있는 Harry Potter series 하나씩 빼 읽더니 다 읽었답니다. 이제 두 번째 읽을 거라나요. ㅎㅎ 자랑모드)
엄마: 방학 때 어영부영 넘기면 고학년 때 영어 잘하는 도사들 따라집기 힘들어.
쌍둥 1호: 우리가 도산데... 우리처럼 챕터북 어려운 것 듣는 애들 없어요. 학원 다니는 애들은 우리처럼 책 안 읽어요(울 아들들 레베루는 아마 4점대 전후반일 겁니다. 사실 저도 잘 모른당께롱)
엄마: 좋아, 그럼 겨울방학 때 그냥 넘겨볼래?
쌍둥 2호: 네!(좋아라 모드)
엄마: 하지만 단어는? 니들 2년 전에 학원에서 외우던 단어도 스펠링 다 까먹었더라.
쌍둥 2호: 그건 엄마가 해주면 돼요. 자기 자식을 제일 잘 아는 건 부모니까, 엄마가 우리 모르는 단어 공부하게 해주시면 돼요. 그것만 해주면 나머지는 책 읽고 그냥 할래요.
엄마: 그럼 하루에 단어 5개쯤 외울까?
쌍둥 1,2호: (입을 모아) 그러죠, 뭐~
엄마: 긴 방학동안 엄마 일하느라 바쁘고, 학원도 안 다니면 심심할 텐데...
쌍둥 2호: 그럼 가끔 Harry Potter DVD나 틀어주세요.
이거 진짜 어제 저녁에 아이들이랑 나눈 대화내용 그대롭니다. 제가 덧붙이거나 뺀 것 없어요. 어찌나 고맙고 기특한지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하데요.
서울서 살다가 경제적 이유로 올 초 인천으로 이사왔어요. 학원도 거의 끊고요. 예전에는 저도 좀 극성과였는데, 돈벌이하느라 아이들 방치하는 게 참 맘에 걸렸어요. 벌써 한다하는 아이들은 수학, 영어, 과학 특목고 대비학원으로 알토란 같이들 다니는데, 수학학원 하나 다니고, 집에서 CD 듣는 게 전부인 아이들 보면 자꾸 걱정이 밀려와요. 저러다 자꾸 뒤쳐지지나 않을까,,,해서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제 자신도 이럴진대, 다른 엄마들은 학원에 의지하고픈 맘이 너무나 큰 겁니다.
근데 아이들이 흔들리는 제게 길을 보여주었어요. 최소한 올 겨울방학도 불안해 하지 않고 엄마표, 아니 스스로표로 고고씽~ 해볼랍니다. 애들이 학원비 아껴준 만큼 챕터북 사거나 대여하고, 우리말 책 마니마니 사주고요. 사교육비 아껴주려는 울 아들들 정말 대견하죠? 지들 스스로 하는 영어는 어떻게 돼가는지 방학 중에 진행기 올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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