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신 두가지의 방법중에 어느것이 더 좋다, 나쁘다를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난이도가 높은 문제집에 접근할수록 기본서를 먼저 쭈욱 보고나서 나중에 심화서를 보는 것이 좋고, 난이도가 낮을수록 단원별로 보는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추천을 드리는 이유는 제 아이들과의 경험에서 깨달은 것과 문제의 난이도에 따른 합리적 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감이 잘 안오실 것 같은데, 몇가지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등부터는 선행의 개념이 없이는 풀어낼 수 없는 문제들을 열거해놓은 문제집들이 있다는 점과 수학의 엄밀성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초등의 문제집 구조들과 상당부분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에이급 수학 수준의 문제집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단순히 제학년의 개념만으로는 풀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푼다고해도 앞부분에 나와있는 한줄짜리 설명을 외워서 문제를 푸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서 중2 에이급 수학 57페이지 맨 하단부에 있는 설명은 비례식의 성질입니다. 이 비례식의 성질 2번에 나와 있는 것은 "가비의 리"라고 불리는 개념으로서 고등학교에서 배우게 됩니다. 물론 이 공식대로 문제를 푸는 것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냥 대입해서 풀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뭘까요? 이 공식을 증명할 수 있냐는 겁니다. 수학에서 증명을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증명의 과정을 이해해야 비로소 그 공식을 안다고 할 수 있고, 그래야 공식을 이용한 응용문제에 접근하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며, 하니비님 말씀처럼 수리논술에서 증명은 그 핵심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종적인 질문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공식의 유도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풀었다고 가정할 때에, 과연 이 문제를 푼 학생은 이 공식을 안다고 해야할까요, 아니면 모른다고 해야할까요?
위의 이 예를 든 이유는 맨처음 말씀드렸듯이 문제집의 난이도에 따라서 궁금해하시는 부분들을 차등적용시켜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함입니다.
내 아이의 수학적 능력이 기본서도 벅차한다면 두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기본서를 여러번 반복해서 풀리거나 혹은 기본서중에서도 조금 난이도가 높은것과 낮은것이 있으니 이것들을 차등적용시켜서 풀거나하는 방법이지요.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면, 단원별로 보는것이 훨씬 낫습니다. 그 이유는 수학은 연결학문이기때문에 앞의것을 잘 모르면 뒷부분에서 계속 응용되어져 나오는 문제들을 풀기가 매우 곤혹스럽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중2에서 함수를 배웠는데 함수개념을 확실히 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중2 2학기 맨처음에 나오는 경우의 수에 적용되는 문제가 나온다면 곤란하지 않을가요? 실제로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중2 하 개념원리 23페이지 13번, 46페이지 3번은 그러한 예입니다. 가장 많이 보는 기본서조차 이런 형태로 계속 연결 응용하는데, 심화서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초등때부터 수학에 어느정도의 재능(참 애매한 표현입니다만, 기준을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는 않군요. )이 있지 않은 아이라면, 두권의 문제집들을 단원별로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기본서 한권, 심화서 한권을 진행한다면 한학기뿐만 아니라 교과과정을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들(가비의 리와 같은 그런 개념들)은 책을 찾건, 아니면 정석에서 해당부분만이라도 찾아서 보건 완벽히 자기것으로 이해하고 소화를 한 후에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을경우에는 에이급 정답률이 제아무리 높다고 해도 제대로 이해하고 문제를 풀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심화서를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의 아이라면 한 한기 혹은 그 이상의 기본문제집들을 선행한 후에 심화서로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에이급 수학을 굳이 예로 들어서 말씀드린다면, 같은 학기라도 단원별로 그 심화의 수준이 다르며, 때로는 고등학교 과정까지도 들어가야 합니다. 에이급수학 중2-하 58페이지의 설명은 공통수학 상의 명제단원을 봐야하고, 귀류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중3에서 배우는 루트의 개념과 공통수학 상에 나오는 "루트2가 무리수이다"의 증명정도는 할 줄 알아야 어느정도 이해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귀류법은 그 예가 많기 때문에 다른 예를 찾아서 이해해도 됩니다. 중2-하 58페이지에 나오는 체바의 정리와 그 활용, 170페이지에 나오는 메넬라우스의 정리는 중등 경시용 기하론 기본서인 "경시대회 도형의 길잡이"라는 책을 깊게 공부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에이급 수학은 제대로 이해하면서 가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특히나 혼자서 스스로 완벽히 공식의 증명등을 완성하면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진정한 영재가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선생님의 도움, 혹은 인강의 도움같이 말입니다. 이러한 이유들때문에 아마도 예전에 깐순아빠님께서 중등수학은 개념원리 정도만 완벽하게 알고, 고등에 가서 제대로 배우는 것이 교과 과정의 순리에도 맞고 효율성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저는 당시 그분의 말씀을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했습니다. 사실 이 의견에 저도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자제분의 수학실력을 제가 잘 모르는 상태일 뿐더러, 어떤 문제집을 푸는지도 몰라서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기준을 제시할 수밖에 없지만, 대충의 감만이라도 전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덧글을 달아봅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