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 일 분 일 초가 왜 특히 이리도 소중해지는지요?
다 컸다고, 아니 많이도 늙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인데, 이런 거 보면 멀었습니다.
이러다 나도 버나드 쇼 마냥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뭐 이런 조로 쓰고 싶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맘이 바쁠 땐 왜 또 코앞에 닥친 일보다 다가올 일들을 계획하고픈 열정이 솟구치는지요? ^^
그리하여 아이들의 겨울방학에 대한 청사진 신나게 그려봤습니다. 저혼자.
큰아이는 초4로 진입하게 될 거고, 둘째는 초등입학을 앞두고 있으니
겨울방학은 분기점이라는군요. 아이들에게 기초를 닦아줄 수 있는 덩어리 시간
그래서 체력의 기초를 닦을 운동에 약 6-70% 쏟아부을 수 있도록 꼬셔볼 작정입니다.
달리기, 줄넘기, 스케이트, 철봉, 실내탁구, 스키(?), 수영. 필라테스, 재즈댄스 (? ^^)...
잘 될진 모르겠습니다.
계획은 계획일 뿐. 어떤 계획이든 수행하는 사람의 혼이 들어가지 않고는 아무것도 될 수 없으니까요
초3은 자기도 윗학년 수학공부를 조금이라도, 한학기만이라도 먼저 해보고 싶다는 선언을 하더군요. 저는 새로이 알게 되는 즐거움이 더 중요하다고, 소위 선행은 스스로 내킬 때에만 한다는 무식하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여태 담임선생님 뿌듯하게 해드리고 있었는데(봐라, 선생님만 잘 따라오면 이렇게 할 수 있잖니). 주변 친구들 다 4-6학년 것 한다고 하며 애처로운 표정으로 이런 말을 하니, 4학년 기초 문제집을 하나 사다놓기는 하겠지요. 얼마나 절실한 요구였는지 두고 봐야죠.
영어는 문법을 살짝 손봐주고 단어습득하는 습관을 잡아주면 꽤 괜찮은 성과가 있을 것 같고, 둘째는 읽기 시작하는 그 신비로움을 맛보기 시작했으니 자꾸 오바해서 띄워주면 좋을 것 같네요. 그러나, 중심은 운동에 맞추렵니다. 수학이든 영어든 그 어떤 기초를 요하는 것이든 하면 하는 거고 못하면 다음에 하는 것으로 내버려두려구요. 나머지 시간, 부모가 구해주는 어떤 자극에 관심을 보이고 널널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 무엇에 집중하는지 지켜보려 합니다.(아, 저희집은 티비, 컴퓨터는 어른이 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영어게시판인데... 이런 뻥스러운 말 죄송합니다. 추후에 알찬 영어프로그램으로 겨울방학 계획을 나누시는데 걸림돌이 될까 별 걱정도 다 합니다.
다만 제가 이렇게 시시한 계획을 계획이랍시고 떠들어대는 것은 이런 필요를 가진 집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려구요, 게시판엔 공부와 관련된 질문과 정보, 재치있는 계획들이 넘쳐나니 이런 글도 양념삼아 괜찮겠지요...
요 며칠 학생들 에세이 과제를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에 가슴이 턱턱 막힙니다. 이 친구들, 대한민국의 대다수가 가고 싶어하는 대학의 학생들인데... 정든 학생들이니 구체적인 흉을 볼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가 너무나 한쪽으로 치우쳐있어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교육도 유행이고, 그 유행에 맞추어 아이들은 대학의 서열상 유리한 지점을 점거하기 위해 자동인형처럼 끼워맞춰져서 교육되는 현실이 참 마땅치 않네요.
전 이해못할 사람이라 보는 시선에는 다소 익숙하지만....^^ - 둘째 임신 8개월에 귀국했더니, 아이 미국시민권 주지 않았다고, 유학 중에 낳아서 우연히 시민권 가지게 된 큰아이는, 영어유치원이 심란해서 영어교육 단 한시간도 하지 않는 유치원 보냈다고, 국제학교 보내지 않았다고,(근데 신생아 때만 미국서 보냈는디..) 도저히 이해 안된다는 눈초리 마이 받았슴다 ^^ - 제 의견이 반대로 성실하게 학습성과를 쌓아가는 것을 공격하는 의견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저 어릴 때 세상의 공부 뿐 아니라 세상 그 자체를 누리고 스스로 판단할 자유를 아이들이 맛보며 컸으면 좋겠습니다. 현재로서는 그걸 구조적으로 허용하지 않게 만드는 제도와 대학서열, 대학서열이 너무 이른 성공의 패를 갈라버리는 사회구조가 참 한탄스럽습니다.
아, 훌쩍 여행가서 따끈한 물 속에서 근심 다 녹여내고 바람 쨍한 산사에서, 지금, 이 곳에 태어난 그대로 허허거리며 살아보자 다시 명징하게 가다듬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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