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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역사 접근법은 어떠신감요.

  • anthropo
  • |
  • 2009-12-09
7

 

어렸을 적, 겨울방학엔 놀다놀다 발이 얼고 코가 헐어서 남은 시간 학교도서관에서 코박고 옛날이야기에 심취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 때 책은 지금만큼도 친절하거나 다양하지 못해서, 삽화도 많지 않았는데, 실은 이미지가 적었다는 그 이유 때문에 더 내 맘대로 이렇게도 상상하고 저렇게도 상상하곤 했던 것 같아요. 당태종이 선덕여왕에게 모란도를 보냈던 이야기를 읽으며 선덕여왕은 도대체 어떤 느낌의 여왕이었길래 진덕도 예쁘고 선덕도 예뻤다는데, 선덕만 놀려먹었을까...등등. (나중에 이런 의문은 당대의 동아시아 권력구도상 당의 기선제압용 술수였다는 자료들을 끌어내게 됐지요 ^^ )


역사가 아이들에게 어려울까요? 익숙하지 않은 옛날 말, 옛날 이름들이 나와서 그럴지도...

역사는 일종의 옛 이야기(histoire)지요 ^^ 경험해보지 않은 옛이야기를 후대에 옮겨 전하는 거라면 좀 더 감칠맛나게, 감탄사가 난무하는 단문이 아닌 이야기체로 풀었을 때, 더 잘 전달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왕과 권력의 연대기로, 어느 왕 시기에 어떤 일이 있어났고, 무슨무슨 이름을 단 시대에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가를 잘 파악하는 것도 역사책을 읽고 역사를 아는 재미이기도 하지만, 그걸 교과서적으로 꿰는 것이 역사에 대해 사고하는 왕도라고 생각하면, 이거 다음 저거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버거울 수도 있겠지요.


박물관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줘서 주말에 아이들이랑 산책삼아 자주 가요.

큰아이가 이제 제법 똘똘한 질문도 하더군요. 이 시대에 이런 토기들만 사용했어? 그 때 사람 모두 다 ? 

최근 많은 역사 학회들에서 제기되는 내용의 요지가 그 질문에 담겨있어요 ^^ 박물관에 전시될 유물은 누가 선택한 건가... 박물관에 전시되는 바로 그 순간 또다른 역사는 사장되고 있는 것이라고... 에고 너무 멀리가고 있나요 ?

역사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방식 중에, 권력의 자취를 좇지 않고도 시대상을 알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길이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 아이 1학년 때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괴짜요리사 알렉시스]란 책을 보면 한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서 당시 모습이 보여요. 당시 서구유럽에서 요리사란 직업의 의미, 戰時의 모습, 19세기(?기억이 가물가물) 부르조아 식당 주방의 모습, 요리를 통한 과학적 사고의 진화 등등. 그런 책들을 읽으며 계몽사상에 대해 궁금해지고 세계 1,2,차대전이 뭐길래란 생각도 튀어나오고, 현재와 다른 직업세계에 대한 개념 등등 생각의 갈래가 여러 곳으로 튀지요 ^^

제목이 확실치 않지만 (제가 지금 점심시간에 급하게 쓰는 거라서요... 양해해주셔요 ^^) [음악사에 뭍힌 여성음악가들] 이런 책을 보면 뛰어난 음악가가 클라라 슈만 말고도 많았다는 거 외에도 그 시대 여성과 남성상에 대한 아이디어, 그 시대에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기도 하구요.

[네안데르탈 아이들] 같은 책들은 역사와 상상의 경계가 막 허물어지지만, 결국 역사적 상상력이 얼마나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적 진리를 구성하고 있는건가 생각해보게 되요.

역사스페셜이란 시리즈 중 [선덕여왕과 지귀]도 1-2학년 때 보면서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선덕여왕이 그렇게 예뻤을까? 왜 모든 여왕들은 클레오파트라나 진덕여왕이나 중국의 황후들이나 다 그렇게 예뻤나 ? 무사이고 권력자인 남자만 왕을 하다가 여인이 왕을 하다니 힘을 가진 여자가 이뻐보였을 수도 있겠다, 게다가 신라는 금이 많던 나라, 서민들은 먹지도 못해 구질구질한데, 힘을 가진 여자가 금관 금귀걸이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니 안예쁠 수가 있겄나...

요런 아기자기한 책들이 있어서 아이는 역사를 궁금해합니다. 무성히 곁가지가 쳐지구요.

 

에구 말이 길어집니다. 점심시간도 땡입니다 ^^

저희 아이 읽었던 재미난 역사책 일일히 다 소개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아, 전에 라이노 님이 소개해주신 [아버지와 고추장 담그기](제목이 맞나요? ㅎㅎ )도 참 재미있게 읽었더랬네요. 저희집도 이제 여러 역사책의 맛을 알았으니, 자소월님이 소개해주신 역사만화 전집같은 걸 통해 통으로 시점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아이들 읽은 책도 잘 정리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글 쓰는 건 좀 삼가자 생각하고 있는데,

눈반짝님과 자소월님의 역사 이야기에 꽂혀서 이리 떠들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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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thropo
  • |
  • 2009-12-10 15:12
답댓글

^^ 여기 올린 책소개는 새 발의 피고 빙산의 일각이어요.

굳이 다 사서 보지 않더라도 도서관에서 찾아보시면 의외로 아이들 시각에서 씌여진 꽤 괜찮은 책들이 많답니다. 아이들에게만 맡겨놓으면 많은 책들 사이에서 뭘 읽을지 몰라서 손을 못대는 경우도 있을 거 같아요.

 

사실 도서관에 가보면 참 많이 안타까워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 학습만화를 펼치고 있어요.

다 나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수많은 좋은 책들이 다 외면당하고 있는 거지요.

가뜩이나 어려운 출판계, 팔리는 쪽으로 더 눈을 돌릴 수 밖에 없겠지요. 특히 아동대상의 역사서의 경우, 작가들이 더 많이 고심하여 글을 쓸 수 밖에 없는데, 들이는 수고만큼 메아리가 없을 때 출판계에서는 점점 만화만을 주력하게 돼요. 그러나 역사는 결국 서사구조에 익숙하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어려서부터 거기에 익숙해지려면 좋은 책이 더 많이 나와야할텐데, 이미 나와있는 좋은 책들도 외면되는 상황이 안타깝네요.(앗, 저 역사책 쓰는 사람 아닙니다 ^^)

 

간혹 이런 시각을 personal하게 받아들여서 불쾌해하시는 분도 있던 것 같은데,

아이들의 개별적인 특성과 관계없이 결국 책만 봐라.. 라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랍니다.

림스마미님, 승우맘님, 몽구맘님, 메아리가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 너무 투덜댔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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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조알
  • |
  • 2009-12-10 23:42
작년 처음 도서관 가서 역사 쪽에 그리 많은 책이 있음에 깜짝 놀랐어요.
쑥에서 추천해 주시는 책과 아이가 고르는 책을 골고루 들여다 보면서 책 고르는 눈도 많이 확장되었다 생각했는데 anthropo 님 글을 읽으니 또 한참을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겠네요.
또 역사는 늘 승리자 입장에서 기술되어 지는데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 볼 수 있도록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 겠어요.
아직 어려서 근대사 이야기 할 때도 보면 너무 이분법적으로만 나누려 하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anthropo님 따님의 생각의 폭이 무지무지 확장되어 가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글 뵈어서 반가웠어요. 건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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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thropo
  • |
  • 2009-12-11 09:31
^^ 타조알님 따님이 역사에 폭 빠졌다는 이야기 기억나요.
요즘엔 무슨 왕 시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그저 줄줄 써놓은 책 말고도 아이들이 당시를 상상하기 좋게 재미나게 쓰인 책들 많지요, 선덕여왕을 사모했던 지귀이야기 처럼요 ^^
그래도 아이들이 역사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는 건 아직 쉽지 않은 듯해요.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구분하는 것도 어려워서... ^^ 의문을 가질 수 있고 궁금해하고 질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장이지요. 작년 쯤 둘쨰가 [바리데기 공주]란 전래동화를 읽고, 엄마, 내가 아들이었으면 더 행복했겠어? 하고 묻는데 짠하더군요. 우리사회의 오랜 가부장 전통부터 전래동화의 생성에 대해서까지 애기한테 진실(?)을 다 설명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나요.
많은 역사지식을 섭렵하는 것보다 의문을 갖고 누가 어떻게 기록했을까, 그 시대는 어떤 모습이고 이건 어떻게 지금 그렇게 전달되는 건가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엄마도 더 재미있을 거 같아요. 타조알님도 행복하고 건강한 연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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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구맘
  • |
  • 2009-12-10 11:10
답댓글

저도 요즘 역사책 접근을 어찌해줘야 할지 고민이 많네요.

초1이라 슬슬 역사책도 접해보게 해줘야 할텐데 책소개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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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우맘
  • |
  • 2009-12-10 10:31
답댓글

앗!

좋은 책 정보 고맙습니다.

사이트만 보면 책이 넘쳐나니, 지갑이 빵꾸나서 이젠 바닥이 보이질 않네요.

ㅎㅎ

그래도 이렇게 흐뭇한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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