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2학년 딸아이는 영어를 6살때 아빠의 해외파견근무 땜에 엉겁결에 처음 접했죠
반년 가까이 벙어리 귀머거리로 살았어요
고집이 쎄서 끝까지 한국말로 선생님께 말을 했어요 대단한 고집이죠
다행히 같은반 한국애가 도와주기도 했지만 자기 유리한 대로 통역해주는 바람에 여러번 골탕을 먹은 후로 한국애랑 사이가 벌어져 결국 스스로 말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도 파워게임을 해요 조금 섬뜩하지만요
학교서 책을 일주일에 한권정도 들려 보내줬어요 작은 독서장에 짧은 코멘트를 써주고 엄마도 내키면 써도 됐는데 소심한 엄만 Good이라고만 썼어요
책읽기는 런투리드가 좋다고 동네언니가 추천해주어서 하루에 서너권씩 읽어주었어요 테잎은 듣기 싫어해서 후진 발음이지만 제가 읽었죠 두달만에 어리버리 읽기가 되었어요 그냥 문장째로 외우는 듯 다들 아시지만 한권에 같은 문장이 열댓번 나오니 외워질 수 밖에요 런투리드에 박수를 보내요 사이트워드는 그렇게 대충 익혔나봐요
그리 즐거워하던 사이 다시 1년만에 한국에 돌아왔어요 나갈때 영어 준비 안해서 고생하더니 돌아와 한글 공부 안해서 두어달 뒤에 학교 들어가서 무지 고생했어요 가기 전엔 한글을 읽었는데 와서보니 한글과 영어가 짬뽕이 되어서리 소리혼동을 일으켰어요 예를 들어 '찾아서'를 '처저서'로 쓴다거나 '주민의'를 '즈밍위'라고 읽었어요 모음을 혼동하기 시작하자 절망하였더랬죠. 영어에서'아'와 '어' 중간으로 발음되는데 한국어는 확연히 구분된다는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학교서 지진아 취급을 받았어요
영국서 말도 못하던 애가 6개월만에 책을 혼자 줄줄 읽어서 다들 천재라고 추켜세웠는뎅 지진아로 추락하니 아이는 한없이 우울해 하였습니다. 엉뚱한 질문을 하면 선생님이 주의를 주셨구요. 같은 반 아이를 집으로 초대하면 잘먹고 잘 놀다가도 학교에선 모른척 하기 일쑤여서 더 상처 받았구요. 아이는 '내가 바보여서 애들이 안 놀아주는 거죠?'라고 물으면 속에서 쓴물이 넘어왔지만 애써 담담하게 아니라고 말하려 노력했어요
같이 울 순 없었어요 하루에 2시간씩 한글과 수셈을 하였죠 아이도 상황이 긴박한 걸 이해하고 이 악물고 따라와 주었어요. 따라 잡는데 1년넘게 걸렸어요 글짓기에서 맞춤법을 많이 틀리긴 하지만 글 내용이나 표현이 섬세하고 독창적이란 칭찬을 많이 들어요. 다른 이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속 깊은 아이로 자라나고 있어요. 어린 나이지만 환경변화를 많이 겪어서 인 듯해요 떨어진 자존감을 끌어올리는데 정말 노력했어요
지인의 아들도 비슷한 시기(6살 중반에가서 8살에) 미국에 갔다 왔는데 초등학교 적응이 어려워 결국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2년 정도 받고 있어요. 병원에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해요. 제 딸도 치료를 권유했지만 워낙 예민한 아이라 치료를 받는다는 자체로 아이가 더 상처입을 수 있어 망설였어요. 조기 유학이나 해외파견 등으로 어린나이에 환경변화를 겪으면 아이에게 큰 상처를 받는데요. 부모들은 본인들의 컴플렉스인 영어 말하기를 잘한다고 장하게 여기겠지만 아이 충격과 고통은 어마어마하대요.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어린아이가 모국어로 말하지 못하는 고통은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느끼는 고통과 맞먹는다고 아이낳는 고통의 10배이상이라고 하셨어요.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땜에 그리고 외부환경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기때문에 상처가 어른보다 훨씬 크다고 해요
영어만을 위해 외국으로 가신다면 다시한번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시길 아이의 상처와 고통을 상쇄시킬만한 가치가 있는지. 공부욕심에 가셨으니 한국 저학년의 학습량과 속도는 미국이나 영국 보다 2-3배 정도 커서 아무리 외국서 학원을 보내 보충을 한다고 해도 선행을 하고 간다고 해도 외국 가서는 영어 쫓아가느라 힘들고, 돌아와서는 한국아이들 쫓아가느라 숨이 턱턱막히는 고통이 따라요. 물론 한국서 영어 공부한 것보다 발음이 유창하거나 듣기 능력이 뛰어납니다만 중학교 들어갈 무럽이 되면 엇비슷하다고 선배맘들이 애기해 주세요. 또한 국어 영어 수학 중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단연코 국어를 잡아야한다구요. 저도 처절히 느꼈구요. 외국어 습득에 큰 소질이 있고,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고,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아이라면(스트레스 회복력이 큰) 모국어가 거의 완성되는 시점에 엄마가 영어 공부를 많이 아주 많이 하고 학교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이해를 한 다음에 아이와 깊이 상의하고 아이의 의지가 서고나서야 어학연수를 진행하시길
현재 딸아이의 영어요? 영유 다닌 친구보다 테스트 점수가 낮아요 국어에 집중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 상처 다독여가며 천천히 나아가는 중이라서요. 그래도 지금은 행복해요. 딸아이가 실수를 해도 금방 웃으며 다시 나아가는 모습만으로도 행복해요. 같이 마주보고 웃어 줄 수 있어 좋아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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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듣기 하는 책 목록 몇 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