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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회 다이어리: Whoops, Johnny! & Ice Age

  • 승호아빠
  • |
  • 2002-08-20

며칠 전에 후배가 CD 두 장을 주더군요. CD의 제목을 보았더니 '슈렉'과 '아이스 에이지'였습니다. 전에 후배랑 이야기하다가 내 아들이 '슈렉'을 재미있게 보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CD로 구워준 것입니다. 그 후배는 영화나 만화를 CD로 모으는 것이 취미거든요. "아이스 에이지는 뭐냐?" "이번에 새로 나온 애니메이션이에요. 빙하시대의 동물들이 겪는 모험에 관한 건데, 아이가 좋아할 거에요." "아! 그거! TV에서 광고하는 거 봤는데.. 그래 고맙다." 저녁 때 승호 엄마, 승호를 모니터 앞에 앉혀놓고 '아이스 에이지(Ice Age)' 상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전체 화면으로 키우면 자막이 보이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화면을 줄였더니 세 식구가 모니터 앞에 눈을 바짝 들이밀어야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희 집 모니터가 17인치거든요. 별 수 있습니까? 어차피 글씨를 모르는 승호에게는 자막이 나와도 소용없으니 어른들이 희생하자고 결심하고는 전체 화면 모드로 놓고 만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자막 없이 영화를 보려니 조금 답답하더군요. 승호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을텐데 군소리 없이 보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아마도 이야기가 단순하니까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나 봅니다. 그리고, 사전 지식을 이용해서 중요한 내용은 제가 틈틈이 말해주었습니다. 때로는 가끔씩 들리는 몇 단어를 통해 유추해서 이야기해주기도 하구요. 아마 승호는 '아빠, 엄마는 영어를 다 알아듣는가 보다' 하고 착각했을 것입니다. (^_^) 참, 승호가 가끔 대사를 따라하기도 했습니다. 대사가 재미있게 들렸거나 말하는 동물의 표정이 마음에 들었나보죠. 물론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이었습니다. 아이스 에이지의 내용은 너무나 간단합니다. 전형적인 로드 무비로 세 마리의 동물이 우연히 만나서 길을 잃은 인간의 아기를 인간들에게 데려다준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세 마리의 동물은 맘모스, 나무늘보, 그리고 검치 호랑이입니다. 이 중에서 검치 호랑이는 아기를 납치해서 호랑이 무리에게 넘기려고 일부러 일행에 합류했었는데 여행 중에 나머지 두 마리 동물과 아기에게 우정을 느껴 결국 종족을 배신하고 새로 사귄 친구들을 도와주게 된다는 어디서 많이 본듯한 뻔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편안하게 보며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특히, 세 마리의 동물 중에 나무늘보 녀석은 툭 하면 넘어지고 자빠지면서 혀를 내미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승호는 그런 장면만 나오면 웃느라고 뒤집어졌습니다. 이 영화에서 굉장히 신나고 역동적인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은 세 마리의 동물과 아기가 얼음 동굴에서 얼음을 미끄럼틀 삼아 미끄러지는 장면입니다. 미끄러져 내려가는 아기를 붙잡기 위해 세 마리의 동물들이 추격하는 장면은 정말 볼만합니다. 애니메이션 '타잔'에서 타잔이 서핑하는 듯한 자세로 나무를 오르내리는 장면이 주었던 것과 비슷한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타잔의 역동적인 이 포즈, 기억나시죠?] 이 얼음 동굴의 미끄럼틀은 수영장에 있는 슬라이더의 내부를 연상시켰습니다. 아래 사진은 설악산의 워터피아에 있는 슬라이더입니다. 올 여름에 한 번이라도 타 보셨는지요? 제가 어렸을 때는 이런 슬라이더가 거의 없었죠. 어른이 되어서야 타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전 워터피아에 있는 것과 상록리조트에 있는 것을 타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다가 이 슬라이더 생각이 나서 승호에게 이야기해주었더니 자기는 그런 것을 언제 탈 수 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조금만 키가 더 크면 탈 수 있다고 대답해주었습니다. 하여간 '아이스 에이지'에서 제일 인상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저는 얼음 동굴에서의 장면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여기서 이야기 소재를 바꾸겠습니다. 자판 두들기느라 열 받은 손가락 안마 좀 하구요. "뚝.. 뚝.."(손가락 관절 꺾는 소리입니다) 'Whoops, Johnny!' 이것이 뭔지 아세요? 이번에 히플러님이 쓴 책에서 소개한 놀이 중에 손가락을 가지고 노는 놀이가 있었잖아요. 손가락을 봉우리로 삼아 뛰어 넘으면서 "Johnny, Johnny, Johnny, Johnny" 하다가 마지막 손가락은 많이 벌어져 있어 한 번에 뛰어 넘지 못 하고 미끄러져 내려가며 "Whoops" 하고 소리치고는 마지막으로 "Johnny" 하며 노는 거요. 참, 신기하게도 승호 역시 이 놀이( '이 놀이 동영상을 보시려면 여기로' )를 무척 재미있어했습니다. 아이들은 역시 단순한 놀이를 좋아하나 봅니다. 하기야 어른들도 그렇죠. 그 단순한 오락 테트리스가 수 십년 간 인기를 유지하고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승호는 이 놀이를 영어를 써서 노는 놀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나름대로 응용을 해서 'Whoops'를 외쳐야 할 때에 '이야!' 하는 우리말 함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아마, 'Whoops'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하여간 자기 마음대로 노는데 제가 이렇다 저렇다 끼여들 필요는 없는 거겠죠. '아이스 에이지'를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났습니다. 승호랑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뒹굴다가 'Whoops, Johnny!' 놀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빠르게 했다가 천천히 했다가, 누워서 했다가 앉아서 했다가, 방법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놀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손가락에 와서 다시 돌아갈 것이 아니라 손 바깥으로 뛰쳐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손 바깥으로 튕겨 나가면 곧 이어 굉장한 추락이 시작된다는 설정을 해놓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 때, '아이스 에이지'의 슬라이딩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얼음 미끄럼틀을 타고 쭉 내려간다고 상상해보자..' 이렇게 생각하고는 승호에게 말했죠. "승호야.. 너 아이스 에이지 생각나지? 얼음에서 마구 미끄러지는 거.." "응.. 그런데 왜?" "잘 봐.." "Johnny, Johnny, Johnny, Johnny, Whoo~~~ps, Johnny!.. 아악! 떨어진다!" 그리고는 전 승호를 껴안고 침대 위에서 마구 미끄러지듯이 몸을 흔들었습니다. 아마 승호가 정신 없었을 것입니다. 어느 순간 아빠 밑에 깔렸던 것 같은데 또 어느 순간은 아빠 배 위에 올라가 있고, 아빠는 쉴새없이 몸을 움직이며 정신없이 소리 지르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모션과 음향 효과를 적절히 넣었더니 저 자신도 얼음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지 뻔하죠? 'Whoops, Johnny! & Ice Age' 놀이를 몇 번은 더 하게 되었죠. 그 뿐만이 아닙니다. 더 응용을 해서 나중에는 저희가 떨어진 곳이 우주가 되기고 하고 화산의 용암 속이 되기도 하구요, 바다 속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주로 떨어졌을 때는 우주 유영을 하는 척 하면서 "야.. 저거 봐라... 태양이다. 엇? 저건 금성?" 바다로 떨어졌을 때는 헤엄치면서 "도망쳐! 상어다!" (승호 친구들 대부분이 좋아하는 물고기로 상어와 고래를 꼽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용암 속에 떨어졌을 때는 뭐라고 했겠습니까? "앗! 뜨거워" (썰렁하죠?) 아이와 놀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놀이들이 등장합니다. 아이가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어른이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죠. 장난감 없이 오직 몸으로만 하는 지극히 단순한 놀이들.. 고맙게도 아이들은 그런 놀이를 무척 즐거워합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와 그런 놀이를 많이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승호는 19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20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접하게 되었으나, 2002년 들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 외에는 특별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집에서는 아주 가끔 영어 비디오를 보거나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덧붙임) 약 한 달 전에 승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인턴 선생님이 오셨어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학생이 교생 실습 처럼 왔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승호를 무척 귀여워했던 모양입니다. 승호도 많이 따른 것 같구요. 그 선생님이 계시는 동안에는 승호가 엄마 보고 어린이집에 늦게 데리러 오라고 주문할 정도 였지요. 그런데, 인턴 기간의 마지막 날 선생님이 승호와 약속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주말에 공원에서 만나자는 약속이요. 공원의 어디에서 몇 시에 만나자는 식의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약속이었어요. 다만 핸드폰 번호가 적힌 종이를 승호에게 주고 가셨지요. 주말이 다가오자 승호는 선생님과 만난다는 기대에 들뜨게 되었죠. 이거 참, 승호 엄마가 무지 고민했던 모양입니다. 선생님이 별 생각 없이 승호와 약속을 한 것 같은데 진짜 전화 걸어서 만나자고 하면 귀찮아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다고 승호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죠. 우여곡절 끝에 결국 승호는 선생님과 만나 약 1시간 동안 재미있게 놀다 왔어요. 그것도 굉장히 더운 날 공원에서 만나 노느라고 선생님도 고생이 많았고, 승호는 어깨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탔어요. 물론 승호는 아주 만족해했습니다. 나중에 또 전화하겠다고 그랬었는데 글쎄요.. 아마 잊어버리겠지요. 요즘은 잠잠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는 승호 엄마의 시각이 저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누가 아빠 아들 아니랄까봐.. 선생님 스타일이 꼭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예쁘게 생겼으면서도 순해 보이고 화장기도 별로 없고 키도 크고.. 연예인으로 치면 누구를 닮았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래.." 하면서 눈을 흘깁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중학교 때 물상을 가르치셨던 청순가련형의 여 선생님이 생각나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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