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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유감

  • 하니비
  • |
  • 2010-02-10
16

저도 수기를 올렸기에 다른 분들 수기를 읽어보아요.

지난번 올리신 분의 글을 읽고,이번에 올리신 해피맘님의 글을 읽고 배가 살~살 아파지는

이 심정을 아시려나...

'청출어람'이라고 제게서 도움을 받으셨다고 하시지만 정말 부끄럽네요.

예전에 초등게시판에서 많은 정보를 주고 받던 체리맘님의 따님이 훌륭한 성과를 내셔서 게시판에서

큰 경사가 벌어졌을 때 조금 우울했던 그 느낌이기도 하고요.

 

영어를 오래 했고 제가 잘한다고 자랑을 하지만 정말 조용히 실질적인 성과를 내시는 분들을 볼 때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저도 조용히 살아야겠어요.

아들만 둘을 키우기에 언어적인 능력이 확실히 딸리기도 하고...

아놔~~우리는 어릴 때 영어 별로 많이 안했잖아...

요즘 애들처럼 집중듣기라는 것을 해봤냐,그렇다고 흘려듣기라는 했냐?

아니면 몇백권 읽기에 도전을 해봤냐? 이것도 아니구 저것도 아니잖아?

그러면서 배아파 하면 어떻하니? 제 자신에게 위로도 합니다.

 

악기 어디에 써 먹으려구 하루에 꼭박 한시간 아니 콩쿨때는 6개월 만사를 제치고 열중했을까?

그리고 수학이 부족한 아이들이라 수학 엄청 했잖아? 이렇게도 위로를 해 봅니다.

아...영어는 영어라 치고 우리말 독서는?

고등학교 가서 언어영역 어떻하나? 솔직히 슬슬 걱정도 하잖아...

요즘 애들은 무슨 책을 그리도 많이 읽는지...아마도 거품일꺼야라고 또 위로를 합니다.

 

정말 우리 애들 컴퓨터 게임도 마음대로 못하고 빈둥빈둥 놀지도 못하고 남들은 휴가철 마다 다니는

여행도 이시험 저시험 때문에 미루고 미루고...정말 사는 것 아닌 것 처럼 살아왔는데...

그런데도 중3 올라가는 둘째 아들을 생각하면 1년만 뒤로 갈 수 있다면,책을 맘껏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한없이 듭니다.

영어책,우리말 책 너무너무 읽히고 싶습니다.

 

아...정말 우리는 뭘하며 살았기에 책읽을 시간이 그토록 없었던 걸까?

하교가 늦은 초등학교를 다녀서일까? 아니지,학교 독서프로그램이 특별해서 학교에서 책을 구입하거나

렌트를 해서 많이 읽었잖아..그런데도 지금 생각해 보니 한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집 애들은 독서취향이 독특해서 일까? 생각보다 상당히 어려운 책들을 읽기도 했지만 다독은

아니였다는 생각이 듭니다.아니 평범한 초등학생의 독서량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도 해 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큰애 초1 때 해리포터 번역 초판이 나와 그 책을 수없이 반복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그러더니 초5때 영문판 해리포터 역시 어렵지만 무리해서 읽었던 기억...

초1때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삼국지 무한반복해서 읽고,로알드 달은 논문 한편을 쓸 정도로 달~달.

그러고 보니 기억나는 특별한 책이 별로 없네요.하기는 애들 중학교 가면서 책정리 하며 예스24에

내다 판 책이 몇박스인데...애들 어릴 때 아파트 옆에 도서관있어서 밥먹고 거기 가서 놀았잖아..

그런데도 초게에 소개되는 책들을 보면..휴~~

한동안 초등게시판에 책소개 러쉬가 밀려왔을 때는 이곳을 떠나고 싶었습니다.ㅠㅠㅠ...

정말 눈이 번쩍번쩍한 멋진 책들...제게는 그림의 떡이었죠.

 

어린 시절 독서력은 고등학교 언어영역으로 심판을 받는다고 합니다.

큰아이 역시 고등학교 시절 다른 영역에 비해 언어영역에서 가장 고전을 했던 기억입니다.

왜? 사람들이 몇백을 들여 고액과외를 시키는지 그 이유와 심정도 알 수 있었죠.

가족들과 모여 이야기 하며 우리 애들은 책을 별로 읽지 않았어..라고 이야기 하면 남편은 아니라고 합니다.

쑥쑥의 세계를 모르거든요.

스테파노 언어영역 고생했잖아...

큰 아들은 책 많이 읽는 것과 언어영역은 또 다른 것이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영어책 많이 읽는 것과 글쓰기(에세이)는 또 다른가봐...나는 학교에서도 글쓰기는 지존으로 통하는데...

어린시절 캐나다 도서관에 캠프를 치고, 영어로 된 동화책과 소설책은 전부 읽고 국내 최연소 텝스

만점받은  여학생은 대학국어 따라가기 너무 힘들다고 드랍했거든...

 

만약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책을 많이 읽힐 수 있을까?

수영빼고 바이올린 빼고 피아노 건너 뛰고 수학은 책 많이 읽은 후 그 저력으로 중학교가서 빡쎄게...

아이게게 책을 많이 읽히며 키우는 것은 그저 '꿈'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라는 것이 어느 수준인지..참 궁금하지만요.

 

어려서 부모의 노력이 공부의 저력이라고 하네요.

하기는 요즘 애들 어려서 노력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깨달으니 기특하죠.

아이가 태어나면 아인쉬타인 우유를 먹이다가 서울우유 먹이고 그 다음엔 연세우유,그리고 건국우유...

라는 우스운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서울대 학생들이 쉽게 공부해서 대학갔다는 얘기에 화가 난 서울대생이 댓글을 썼네요.

가슴 뭉쿨한 이야기라 일부 퍼왔습니다.

...................................................................................................................................................

 

서울대를 어렵게 들어왔네, 쉽게 들어왔네. 다들 참 말이 많다.
보다가 답답해서 '어렵게' 들어온 자로써 글을 하나 써본다.

솔직히 주변에서 이런 얘기 하는 애들 엄청 봤거든.
수능을 3개월 공부했는데 대박이 터졌다거나, 이런 허무맹랑한 얘기들.
들을때마다 짜증났는데 댓글로 그런 얘기 주욱 달리는거 보고 짜증이 더 증폭됐다.

먼저 하나 묻고 싶은데 왜 '쉽게'들어온 것이 자랑이 되어야 하지?

'천재'를 과도하게 칭송하는 사회,
한 명이 천 명을 먹여살린다는 천박한 말이 버젓이 쓰이는 나라에서
범재가 무언가 '열심히'해서 성과물을 얻는다는건 모욕이 되는건가?

소위 '노력 안했다'며 잘난체 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조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남들은 상상도 못할 좋은 조건에 있으면서 그 조건은 '당연한'거라 생각하는 애들,
그러면서 난 쉽게 들어왔어~ 서울대 노력하면 다 되~
하는 애들 보면 정말 싸대기 한 방 날려주고 싶다.

각설하고, 난 여기 정말 어렵게 들어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정말 열심히 공부한 것만으로 들어온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뭔말이냐 하면,

난 중학교때 반 10등 정도에서 놀았다. 간단히 말해 공부 별로 안하는 놈이었다.
중학교 시험 알겠지만, 벼락만 '성실하게' 쳐도 10등은 할 수 있다.

33%. 내 중학교 내신 석차였고, 난 이 상태로 고등학교에 들어왔다.

뭔가 위기감이 들어서 3월에 죽어라고 시작했다. 근데 문제는 다른게 아니었다. 가락이었다.
시험 때 벼락치기 하던 가락밖에 없는 놈이 매일 독서실 가서 공부하려니까 엉덩이에 쥐가 나더라.
거의 15분 공부하다 pc 방 갔던 적이 허다했다.

그러다 이러다가는 정말 이상한 대학 가겠다는 위기감에 잠도 모르고 책을 붙잡고 공부했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어느덧 내 내신석차가 전교 한자릿수를 마크하고 있더라.
모의고사 석차도 고등학교 1학년 때 이미 전교 5등안에 들어있었다.

그때까지 난 정말로 내가 머리가 좋고, 성실해서 반 10등성적을 전교 수준으로 끌어올린줄 알았다.
서울대 합격했을 때, 나도 꽤나 나름의 방식으로 잘난체 하고 다녔다.
노력만 하면 서울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고.

난 나 자신을 노력을 열심히 한 표본으로 봤고 내 중학교 성적을 알던 친구들도
그렇게 나를 추켜세웠다.

그런데 철 좀 들고, 그러니까 대학 물 1년 먹고 생각해보니까,
내가 정말 철 없는 생각 하고 있었던 거였다.

물론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중학교 석차 33%가 0.5%가 된건 노력뿐만이 아니었다. 그럼 머리가 좋은 거였냐고? 그건 정말 희대의 개소리다.

생각해보니

어릴 때 부모님이 없는 돈 털어가며 사줬던 책, 그리고 책 읽기 싫어하는 나를 윽발질러 가기도 하면서 읽혔던 책들. 그게 나도 모르게 '독해 역량' 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정말 하기 싫었던 영어 공부 나 앉혀 놓고 시키던 아빠. 없는 돈에 방학 동안 일산에 있는 어학원 보내서 배웠던 것들. 그게 나도 모르게 '영어 실력'이 되어 있었다.

솔직히 저게 없었으면 백날 노력해봤자, 죽어도 여기 못 왔을 거다.
이런 말 하기 싫지만, 난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부모가 어릴때 시켰던 교육 덕택에 여기 왔다.


이걸 깨닫고 나니까, 노력하면 다 된다, 중학교 10등도 서울대 가는데 노력만 하면 서울대 들어가기 쉬운거다, 난 머리가 좋아서 극복했다, 이딴 소리 하고 다녔던 내가 그렇게 한심해 보일 수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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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릭맘
  • |
  • 2010-02-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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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에도 목터져라 5권읽어주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 하는거요..미술학원 일주일에 세번가는거

집에서 저랑 영어집듣30분정도 일기쓰기 독서 이겁니다.

도서관에서 빌린책 잘 읽습니다.확인은 안합니다.잘 읽고 있으려니 믿으려구요.

 

맞벌이라 낮엔 이모네 맡기는데 언니가 대충 문제집 풀리고 리팍 한시간 시키고

그래서 남은 저녁시간에 저랑 하는거 씻기고 먹이고 ...

근데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구요.내가 하는 게 옳은것인가 하고 자문하게 되고

막 사교육시키는 엄마들 보며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저 학교다닐때 공부 잘 했어요.근데 바탕에 독서가 되어있지 않았어요.그래서 정말

빡세게 외우고 공부했어요.공부해도 이해 안되는 거 너무 많았어요..그 공부 대학때도 마찬가지더라구요.

곰곰 생각해보니 초등시절 바탕이 되어야할 독서가 제게는 없었어요..

근데 울반에 매일 수업시간에 자고도 공부잘하는 친구는

초등때의 독서가 자신의 공부비결이었다고 자신있게 얘기하더라구요.

울 남편도 서울대 다녔는데 항상 하는 얘기가 자신의 독서입니다.

초등때 아버지가 사다준 책들 그것의 자신의 근간이 되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목이 터져라 오늘 밤에도 읽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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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렉스
  • |
  • 2010-02-12 10:01
답댓글

하니비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쓴 서울대생 참 건강하고 기대되는 학생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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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서맘
  • |
  • 2010-02-12 00:06
답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희 딸이 독서에 관심이 없어서엄마가 혼자 끌고 가는게 뭔도움이 될까 읽기 싫어하는거 지가 타고 난거니 그냥 둬야 되나 고민이 많았어요. 아이가 하기 싫어하면 엄마가 끌어줘야 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어려서의 독서력이 고등학교 언어영역으로 심판받는다는 말 새겨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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