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량(臨界量)이란?
임계량(critical mass)이란 핵분열 물질이 연쇄 반응을 할 수 있는 최소의 질량을 뜻하는 물리학 용어이다. 영어교육에서 임계량을 얘기하는 이유는, 영어를 습득하는 데 있어서도 일정한 기간 내에 일정량 이상의 공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영어 임계량의 법칙에서도 영어 노출로 인한 공부량이 일정량을 넘어서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영어 습득, 임계량 도달이 성공의 관건
11,680시간. 나는 10여 년 전부터 이 숫자를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다. 학부나 대학원 수업을 할 때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 또는 언론사와 인터뷰를 할 때 나는 거의 예외 없이 이 숫자를 제시하고는 했다.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숫자는 하루 8시간, 365일, 그리고 4년 동안 영어를 매일 듣고 말했을 때 축적되는 전체시간이다. 영어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무리 설명해도 많은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이 숫자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했다. 11,680시간은 하루 8시간씩 4년간 매일 영어를 듣고 말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해주면 영어를 배운다는 것의 실체를 조금은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8시간 영어를 듣고 말하는 것이 가능할까.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우리에게 하루 8시간이라는 숫자는 결코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계산법을 동원해서 설명을 해주곤 한다. 하루 4시간씩 매일 듣고 말하면, 11,680시간이라는 시간을 채우는데 8년이 걸린다. 하루 2시간씩 매일 듣고 말하면, 16년이 걸리고, 하루 1시간씩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영어를 듣고 말해본다면, 32년이 걸려야 11,680시간을 채울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적어도 하루 1시간은 영어를 듣고 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수백 명이 모인 강연장에서 이 질문을 했을 때, 자신 있게 ‘예’라고 손을 드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학교를 졸업한 일반인들이라면 대개 지난 1년 동안 영어를 듣거나 말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 식이라면 1년에 1시간 영어를 듣고 말하는 사람이 11,680시간을 채우려면, 11,680년이 흘러야 한다는 상상할수 없는 계산이 나온다.
아기가 모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
어떤 사람은 이 숫자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이 숫자는 실은 어린이들이 세상에 태어나서 모국어를 배우는 데 걸린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필자의 궁금증에서 나온 계산이다. 모국어 습득을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런 질문을 한 경우는 거의 없다. 연구자들이 책이나 논문에서 이런저런 식으로 간략하게 언급한 것들을 종합하고 나의 배경지식을 동원해서 유추해 보면, 갓난아이가 만 4세(48개월)가 되어 자신의 모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때까지 대략 이 정도는 언어를 듣고 사용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를 어느 언어학자는 10,000시간이라고 표현했고, 언어습득을 연구하는 어떤 학자는 6백만 번의 발화(發話)를 하게 된다고 표현했다. 이를 나는 11,680시간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흥미 있는 연구를 보면 아이들은 세상에 태어나서 7일이 되었을 때, 엄마의 목소리는 물론 사람의 말소리와 자연의 소리를 구분한다고 한다. 생후 7일된 아이는 이미 자신의 모국어를 배우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깨어 있는 시간을 통해서 아이는 끊임없이 자신의 모국어와 상호작용을 하고 학습할 기회를 갖는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조금씩 자신의 모국어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이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니며 주변의 말을 들었다고 해서 말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절대적인 시간의 언어 노출 및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어린이들이 모국어를 배우는 데 필수적이다.
성공한 사람들만이 가지는 시간의 법칙
말콤 글래드웰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있다. 매년 미국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이 발표되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티핑 포인트」와「블링크」가 그의 책이다. 2008년에 쓴「아웃라이어」라는 책을 보면서 나는 새삼 세상의 도(道)와 진리는 어디에서 접근하든 서로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11,680시간 가설은 1999년에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2008년 말콤 글래드웰은「아웃라이어」에서 10,000시간 법칙을 말한다. 사람들이 한 분야에 성공하기 위해서 적어도 10,000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예로 들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세계적인 로펌을 운영하고 있는M&A 전문 변호사 조 플롬, 세계적인 팝그룹 비틀스. 이들이 모두 성공하기 전에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 10,000시간 정도의 훈련과 경험을 쌓았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있다.
어디 이들뿐인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강수진, 피겨 요정 김연아, 수영의 기린아 박태환. 이들이 모두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 연습을 했을까 따져 보면 반드시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음을 알 수 있다. TV 프로그램 중에서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를 즐겨본다. 그 프로를 보면 각 분야에서 달인의 경지에도달한 사람들이 나온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공통점은 대부분 자기 분야에서 10년 정도 종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10년 동안 그 달인들은 같은 일을 얼마나 반복했고 몇 시간이나 같은 일을 했을까?
한 분야의 구루(guru)가 되려면 시간을 투자하라
우리가 바라는 영어를 유창하게 사람은 누구일까?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 비교 대상이 원어민이 될 것이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원어민은 그야말로 그 분야의‘구루’(guru)이고 달인이다. 그들은 과연 그런 달인이 되기 위해서 영어를 얼마나 듣고 말하며 살았을까? 그 물음은 그 자체로 매우 어리석은 질문일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을 둘러보면 그 답은 자명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날이 있을까? 침묵의 시간을 과연 10시간이라도 가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하루에 몇 시간이나 우리말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 동안 얼마나 우리말을 연습한 것이 될까?
영어에 유창하게 된다는 11,680시간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그렇게 비교하면 왜 영어를 잘하는 것이 어렵고, 영어를 잘 해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불을 보듯 분명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11,680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달인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원어민과 그것을 어렵게 실천한 사람 말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