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부터 날이 많이 덥지요? 이렇게 여름이 가나 싶더니 막바지에 들어서서 여름이 마지막 정열을 불사르고 있나 봅니다. 어제도 무지 더워서 홍똘이를 목욕시켜놓고 팬티만 입혀놓고 있었지요. 외출준비를 하느라고 화장을 하고 있는데, 이녀석이 자기 서랍을 뒤져서 벙어리 장갑을 꺼내왔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더워죽겠는데 그걸 끼느라고 낑낑 대더니 결국 양손에 회색 벙어리 장갑을 끼고는 매우 만족스러워하더군요. 팬티바람에 양손에 벙어리 장갑을 낀 모습이 좀 엽기스럽기조차 하더군요.^^ 아이는 신이 나서 박수도 치고, 장갑을 낀 손으로 바닥을 닦으면서 마루로, 방으로 연신 뛰어다녔습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하던 저도 땀이 나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화장을 하고 있었는데 땀을 뻘뻘 흘리는 홍똘이가 걱정이 되서, "인표야, 안더워? 장갑 벗고 선풍기 앞에 좀 서있어." 했지요. 그랬더니 이녀석 금새 장갑을 벗더군요. '덥긴 무지 더웠나보군.' 벙어리 장갑을 훌렁 벗은 홍똘이는 그 장갑 두짝을 선풍기 앞에 곱게 펴놓고는 이렇게 말하는 거였어요. "미튼 더워." 그러면서 장갑만 선풍기 앞에 놔두고 아이는 다시 마루로 뛰어나갑니다. 처음에는 무슨말 하는지 잘 못알아 들었는데, 'Good night moon'에 나오는 'a pair of mitten'에서 들은 'mitten'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써먹었나 봅니다. 덥기는 자기 손이 더운 것이였을텐데, 아마도 장갑이 더울 거라고 생각하면서 선풍기 앞에 장갑을 놓아 바람을 쐬어주고는 뛰어나가던 홍똘이의 뒷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 요즘 단어들은 느는데도 아직 영어는 문장으로는 잘 이야기 못하고, 영어와 우리말을 마구잡이로 섞어쓰는 모습이 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뭐 나아지겠지요? 그나저나 요즘 저희 홍똘이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말놀이가 뭐지 아세요? " What your name?"놀이랍니다. 제가 홍똘이의 미니카를 갖고 이름을 물어보고 대답하는 놀이를 해주었더니, 어느새 제게 "왓쮸어넴?" 합니다. "I'm Mommy."하면, 두눈에 장난기를 가득 담고는 자기에게 물어봐주기를 기다립니다. 제가 "What's your name?"하고 물어보면 "아임 쩨짤(세살)."합니다. 그러면 전 "Hi! 세살! Nice to meet you,세살."해주면 그렇게 재미있어하고 깔깔거립니다. 뭔가 자기나름대로 꼬아서 말하는데, 제가 그걸 받아주는게 재미있나봅니다. 그나저나 놀이가 몸에 굳어버려서 자기 이름이 '홍세살'이라고 믿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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