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포럼에서 자원봉사하시던 선생님이 학교를 휴직하고 아예 포럼을 위해 일하신다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일전에 포럼에 나가 <영어원서 자기주도적 읽기>에 관해 발표를 한 적이 있어 그 인연으로 알게 된 분이예요. 그 후로 저는 몇 푼이나마 정기 후원하고 있는데 급여도 거의 없는 일을 하시겠다고 희생을 하는 젊은이가 자랑스럽고 고맙고 미안해서 여기 게시판에 글 올려 봅니다. 사교육 걱정을 없애자는 것이지 사교육을 없애자는 것은 아니니 오해마시기 바랍니다. ---------------- <생략> 금년에 제가 우리 나이로 딱 마흔이 되었습니다. 보통 마흔이면 ‘아무 것에도 미혹이 되지 않는 나이’라고 하는데, 저는 어떻게 나이 마흔이 되는 시점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너무나 강력한 유혹을 만나게 되었네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나기 전에는 교직 13년차에 들어가는 교사로서, 제 삶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반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유혹에 넘어가 1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휴직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학교가 아닌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가까운 분들이 2년 뒤에는 확실히 학교로 돌아오는 것이 맞는지 많이 물어보십니다. 사실 앞으로의 제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저 스스로도 무척 궁금합니다. 어쩌면 2년 계획을 하고 휴직을 했지만 잘 적응을 못하고 1년 만에 자의에 의해 혹은 타의에 의해(일을 잘 못해서 구조조정..^^;) 학교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반대로 2년 뒤 휴직을 더 연장하게 될 수도 있고, 어쩌면 그 이후에는 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이 안정되어 가는 것이 정상일 수 있는 마흔 살의 나이가 되는 시점에, 오히려 반대로 이런 ‘불투명함’이 제 삶에 찾아온 것을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투명함’을 달리 표현하면 삶의 새로운 ‘가능성’이고 ‘역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쉽게 찾아오기는 힘든 ‘행운’(신앙의 표현을 빌면 ’은혜’)이 제 삶에 찾아온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2008년 가을에 우연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났고, 제가 생각해도 열심히(^^) 기웃거리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 때, 영어사교육과 관련된 토론회에 시민논찬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글 말미에 썼던 글을 다시 한 번 인용하고 싶은데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대하는 제 태도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교육과 관련하여 자녀교육에 대한 불안을 이야기할 때, 누구나 객관적인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나의 의식 밖에 존재하는 ‘객관적’인 현실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현실은 나의 선택과 참여로 나의 삶에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고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강화되는 것입니다. 만약 정말 ‘객관적’인 현실이 있다면 모든 이들의 현실 인식과 실천은 같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녀교육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것을 현실로 인정하는 사람에게만이 현실은 불안과 공포로 다가오게 되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반면 그것을 삶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로 결단하는 사람들은 그 현실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는 것에 비로소 구멍이 생기며 새로운 현실이 구성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으로 인해 제가 그리고 선생님이 ‘객관적’인 현실에 반(反)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얻게 되고, 그런 우리의 선택으로 인해 좀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새로운 현실’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우리 사회에 점점 퍼져갔으면 좋겠습니다.
2년 동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위해 열심히, 그리고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한계를 돌파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이후에 또 소식 전할 때 반갑게 맞아주시고 선생님과 서로 인사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후략> 2010년 3월 11일 김승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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