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시즌이다.
이번 주말 엄마와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장에 들어가는 여러가지 재료 준비로 머리가 아프다.
고추가루는 도와주는 분이 다듬어 준비해 주셨고,배추는 유기데이에 절임배추를 주문했으니
봉투만 열면 끝이다.
그런데 젓갈과 마늘이 문제다.
젓갈도 가을, 이웃들 사러갈 때 때 맞추어 부탁하지 않으면 구하기 힘든데
그 시기를 놓쳐버렸다.
마늘도 일 도와주시는 분이 까고 갈아서 김장하고 냉동실에 일년 먹을 분량을 저장해 주시는데
이번에는 좀 힘들것 같다.
김장 3주전부터 마늘걱정에 온통 신경이 쓰인다.
우리집은 마늘을 많이 먹기 때문에 햇마늘이 나오면 가장 좋은 품종으로 많은 양을 사서
베란다에 말리고 소중한 보물처럼 관리한다.
결국 데드라인이 다가오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마늘 어쩌지?"
엄마가 오셔서 밤을 새워서라도 까 주시겠다고 한다.
이런 내가 미쳤지...이렇게 자판 두드리는 동안 조금씩 까면 되는데.....
컴퓨터가 내게서 빼앗아 간 소중한 것들...
나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돈을 잘 벌기 보다 살림을 잘하는 여자였다.
가을이 되면 무가 아삭아삭 맛있는 계절이다.
가을 무가 나오기 시작하면 일단 동치미를 넉넉히 담아 이웃에게 나누고,고추장아찌도 담았다.
물론 굴을 듬뿍 넣은 굴 깍두기는 우리집 별미였다.
무청은 햇볕에 말려 겨울 내 저장해 두고 시래기나물을 해 먹었다.
그러나 올해 우리집은 깍뚜기만 조금 담았을 뿐 동치미도 시래기 나물도 없다.
물론 가족들이 집에서 밥을 먹지 않고 임플란트 치료로 나도 씹을 수 없어
헛수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허전함.
지금 시원하고 칼칼한 동치미 국물이 그립다.
여름에는 집안 온도가 올라가 빵과 쿠키를 굽지 못 하지만 찬바람이 불면 밤을 새워 오븐을 돌렸다.
둘째 아이 돌전에 오븐을 구입해서 '방배동선생님' 에게 빵과 쿠키 만드는 법을 배웠다.
아기를 데리고 오면 수업을 받을 수 없다고 했지만 둘째를 등에 업고 홈 베이킹을 배웠다.
밤에 아이들이 잠들면 무수한 실패를 거치며 나의 작품은 완성되어갔다.
'브래드 가든' ... 아마 아이들 책 사러 서점 드나들 듯이 들락거렸다.
독일제 기구들을 수도 없이 사 들이고 빵재료를 구입하였다.
우리 애들은 밥을 좋아하고 빵과 쿠키를 싫어해서 안타까웠지만 이웃에게 나누고,남편은 행복했다.
지금도 생각하지만 아이들 키우는 것 만큼 빵과 쿠키를 만들어 내는 것도 하나의 작품이며 예술이란 생각.
어느날 컴퓨터가 내 손에 들어왔다.
386세대인 나는 대학을 다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컴퓨터 구경을 못했다.
결혼하고 남편이 집에서 심심한데 주식트레이딩을 해 보라며 1988년 후반 컴퓨터를 선물해 주었지만
관심이 없었다.오히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객장이 더 좋았다.
아...컴퓨터가 없던 시절, 한때 주식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다.
지금은 집에서 편하게 거래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아이들에게 집중하려고 주식은 그만두었다.
큰아이가 5학년, 여름방학 어학연수를 떠나며 집에 인터넷을 연결하였다.
아이의 영문일기,기행문등을 멜로 집에 보내면 우리가 첨삭해서 보내야했기에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이 연결된 것이다.
다른 집들보다 상당히 늦게 인터넷이 연결되었다.
전자공학을 하고 첨단기기를 개발하는 연구원인 남편이었지만
컴퓨터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던것 같다.
컴퓨터가 없음에 나는 집안 살림을 충실히 할 수 있었고
흔들림 없이 내 소신대로 아이들 교육도 열심이었다.
물론 책도 참 많이 읽고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이 많았으며 모임도 많이 참석했다.
지금은 게시판의 가벼운 글만 읽다보니 작은 아이가 공부하는 언어의 비문학 지문 읽기가
벅차고 집중도 힘들고 너무 어렵다.아...어쩔까?
정말 인간다운 내 삶의 모습은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었다.
온라인 생활을 하면서 뭐든 하면 집중하는 내 성격이 여기에도 적용되었다.
정보를 얻기는 했지만 백가지 정보가 있다면 그 중 내가 취할 수 있는 것은 두,세가지였다.
그러나 미친듯이 열중했다.
게시판의 이야기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고 대표의견일 뿐인데
나는 왜? 그토록 집중했을까?
나는 좀 다른데 말이다.
정말 시간은 '금'이라고 하는데 헛된 시간을 많이 흘려보냈다는 생각도 들고
소중한 것도 많이 잃어버렸다.
그러나
어제는 온라인 인연이지만 아주 특별한 만남을 경험하였다.
교육사이트에서 수년간 활동했지만 스치고 지나간 인연이라 말해야 할까?
맞다,댓글 몇번 다는사이,우리의 우정은 쌓이는 듯 하지만...
큰아이 학교 조교님을 통해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은 것이다.
정말 누구실까? 궁금했다.우리 아이 사진은 한번 공개했지만 우리 애 이름을 아는 분이 없는데...
"쑥쑥에서 내 글을 잘 읽고 있고 감사하다는 선물과 편지"가 큰아이를 통해 내게 전달되었다.
어떻게 학교까지 가셨으며 과사무실의 조교와는 어떻게 연락을 하셨으며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었다.
아...이제 의문은 풀렸지만 정말 평생 두고두고 생각할 소중한 인연이었다.
조교님도 감동이셨나?
나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았다.게시판 생활을 통해서...
내게도 가장 고맙고 소중한 분이 계시다.
지금 레지던트 생활로 얼굴도 볼 수 없고 찾을 수도 없다.
그분이 개원을 하시면 장미꽃 한다발 사가지고 간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과연,,,,
아무튼 삭막한 이 세상에도 아름다움을 꽃피울 수 있는 방법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잃은 것이 많았다고 생각했지만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신다는 분들...
가장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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