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기초라서 게시판에 아이들 스케쥴이나 학습량에 대한 문의글이 많이 올라오는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직장맘 엄마들이 말 안듣는 아들때문에 속 썩는 얘기들이 마음에 많이 와닿더군요.
왜냐하면 저도 직장을 다니고 무지하게 말 안듣는 초1 아들을 두고 있거든요.
게다가 형이 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따라하고 싶어하는 샘이 많은 5살 남동생도 있구요.
엄마가 직장을 다니면서 가장 좋은 조합은 착실한 외동딸을 둔 경우인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 지인이 이런 케이스인데, 엄마가 자주 해외출장을 가면서도
딸이 워낙 착실하다보니 유치원이나 학원에서 가르쳐준 내용을 잘 소화하면서
자기 앞가림도 잘 하며 고맙게 잘 커주고 있더라구요.
독서 수준도 또래에 비해 높은 편이고, 영유를 안다녔는데 영어수준도 영유 2년차 졸업생 만큼은 됩니다.
물론 그 집 엄마도 나름대로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제 눈에는 배부른 고민처럼 보이더라구요. ^^;;
(B맘, 자기를 팔아서 미안하오.. ^^)
가장 최악의 조합이 바로 저희집 케이스인것 같더라구요.
첫째 아들은 엄마 말을 안듣고 자기가 관심있어 하는 것만 매달리고
남들처럼 학원 보내고 싶어도 안가겠다고 버티고
남들 다 하는 학교 숙제도 힘들다고 징징거리면서 안한다고 도망다니고
게다가 둘째 아들은 자기도 봐달라고 엄마 들볶고 있고
가끔 만나는 남편은 자기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나 해대고...
뭐.. 대략 집안의 저녁 풍경이 그려지시죠? ^^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도
큰아이 독서습관 들인다고 매주 점심시간에 도서관 다니며 책 한보따리 가져오고
한글이 유난히 늦은 관계로 목 아픈줄도 모르고 열심히 밤마다 책 읽어주고
영어도 해보겠다고 맨날 낮에 쑥쑥 들락날락하며 지내왔습니다.
지난 3월, 큰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제 나름대로 방과후 스케쥴을 짜느냐 머리가 아팠습니다.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꼭 필요한 것들만으로 스케쥴을 짰으나
역시 아이의 생각과 제 생각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더라구요.
3개월 선납을 한 영어학원은 단 1번 가고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해서
위약금을 내고 눈물을 지으며 해지를 했고,
남들 다 한다는 사고력 수학 학원도 등록해서 다니게 했더니
1장 짜리 숙제때문에 온 저녁시간에 난리를 치며 안하더군요.
제가 좀 일찍 퇴근하는 날에 밀린 여러가지 스케쥴을 연이어 짰더니
차안에서 토를 하면서 엄마때문에 힘든데 쉬지도 못했다며 원망을 했구요.
2년동안 해오던 태권도를 계속 하라 했더니
학교 다니느냐 힘든데 운동까지 하라면서 화를 내더군요.
뭐...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학습은 자기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입니다.
사실 요즘 애들이 워낙 학습량이 많다보니
저도 눈과 귀가 있는 사람인지라 몹시 불안하더라구요.
입학해보니 저희 아이처럼 영어학원 안다니는 애들이 거의 없고
저희 아이처럼 학습지 않하는 애가 거의 없고
저희 아이처럼 엄마 말 안듣는 애가 거의 없는것처럼 보였습니다.
(요 부분은 집집마다 숨겨진 진실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그래도 할 수 없더라구요.
당장 내 아이가 힘들다며 학교 갔다와서 침대로 달려가고 있고
학교 숙제(라기엔 민망할 정도로 적은데)를 하라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런 애한테 마구 엄마 욕심을 부릴수가 없더라구요.
남들처럼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주면 고마울것을
남들과는 다른 싸이클을 가진 아이다보니
결국 엄마가 백기 들고 아이에게 맞춰가는 수 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아주 마음을 비우고 기준을 많이 낮췄습니다.
다행히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서 학교 생활은 잘 하고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의 장점을 보도록 노력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체육 활동을 많이 하도록 도와주고
스킨쉽을 많이 하고 조금이라도 잘 하면 과장되게 칭찬해주라고 하시더군요.
-육아서에서 툭~ 튀어나오신 분처럼 느껴졌습니다. ^^
저희 아이가 부족한게 많지만 그래도 장점을 찾아본다면
독서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물론 책벌레 아이들처럼 하루에 10권, 20권씩 읽는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집에서 늘 책(대부분 만화책이라서 약간 안습이지만요)을 보고
책의 재미에 빠져있는 편입니다.
엄마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거실 책꽂이에 꽂아두면
무슨 책인지 관심을 갖고 보고 자기 취향의 책은 홀딱 빠져서 읽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 아이에게는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학습은 최소량으로 하고(학교 숙제)
되도록 독서를 가장(!)한 학습으로 방향을 맞추고 있습니다.
영어공부도 독서를 가장해서 오디오 들으며 보거나 엄마가 직접 읽어주고 있고,
학원은 태권도와 방과후 로봇으로 완전히 줄여서 자유시간을 많이 줘서
독서할 시간적 여유를 많이 주고 있습니다.
뭐.. 아직 초1 이라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다들 저학년 시간 많을때 영어에 올인하라 하지만,
저는 저학년 시간 많을때 빈둥거릴 시간을 많이 줘서
아이가 충분히 독서할수 있도록 배려해주려고 합니다.
-물론 독서만 하지 않지요. 당연히 그냥 빈둥거리며 노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스케쥴이 빡빡하다보면
아이는 지치고 엄마는 마음이 급해져서
반드시 아이랑 싸우고 서로 원수지간이 되더라구요.
장기적으로 볼때 아이가 지금 엄마가 원하는 학습량을 이루는것보다
엄마와 관계가 좋은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그냥 스케쥴 다이어트를 해서 아이랑 평화롭게 지내려고 노력중입니다.
제가 하는 방식이 굳이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저는 제 아이에게 맞춘 방식을 찾다보니 이렇게 시간활용을 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착실한 외동딸을 두었다면
저도 학원 빡세게 돌리며 제가 원하는 악기교육도 시킬것입니다.
글쎄요... 둘째는 좀 이런 소망을 이뤄줄런지요?
하지만 요즘 아파서 유치원 안간다고 좋아하는걸 보니
일찍부터 둘째에게도 마음 비우기를 해야 할것 같네요. ^^;;
독감이 유행이네요.
모두 건강하시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세요.
특히 직장맘 엄마들께 힘을 실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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