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술이 얼큰하게 취해서 늦게 들어온 남편이 귀찮기는 하지만 밉진 않아서..
잘 달래서 아이방에 재우고, 휴대폰 충전기에 꽂아 충전시키고, 잘 자라고 이불 덮어주면서...
음.. 나도 많이 컸구나.. 생각했습니다.
결혼생활 이제 10년이 훌쩍 넘으니.. 남편에게 적응도 되고 또 문득문득 안 됐단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서 또 아들녀석 키우는 것이 남편 키우는(? ㅋ)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멋모르는 젊은 시절엔... 남자는 여자를 위해 봉사해줘야하고, 늦은밤 꼭 바래다 줘야하고..
무거운 것 들어줘야하고, 무서운 밤길에도 용감무쌍해야하고... 하던 수많은 주문들이...
아들키우면서 막상 닥쳐보니.. 겁 많은 것 이루 말할 데 없고 소심한 것이.. 가만보니 남편을 아주 많이 닮았습니다. 저희 남편은 약간의 강박이 있어서... 더운 한여름에도 절대 현관문 열어 놓질 않아요. 술마시면 문잠겼는지 5번쯤 확인합니다. 겁도 많고.. 불안도 가만보니 높습니다....
이런 남편이 아이를 통해서 이해가 됩니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라고 던지던 저의 하소연이.. 이제는 말 안하면 모르는구나.. 당연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말로 할 때도 꼭 자세히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들어 이야기해주어야합니다. 한번은 동네 수퍼에 잔치국수면 사오라고 했더니, 중면이냐 소면이냐부터해서.. 대충 사오면 될 것을 어찌나 전화해서 묻는지.. 다음부터는 아주 자세히 여러 경우의 수를 들어 말해줍니다..
뭐.. 그런적은 아직까지 없지만.. 예를들면 이런 겁니다.
카레를 하기위해 카레와 각종 야채를 사오라고 적어주었는데, 마침 수퍼에 카페 가루가 떨어졌다면.. 다른 야채도 사올 필요가 없어진다는 아주 단순한 것도 꼭 따로 이야기해주어야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사람도 나처럼 무서움이 많고 도독이 들까봐 무섭고 겁난다는 사실.. 징그러운 벌레보면 소리는 지르지 않아도 충분히 징그럽다는 사실을 아들을 통해 배워갑니다.
또 칭찬도 곳곳에서 해주어야합니다. 도닥여주고 아들과 똑같이 사랑해주어야합니다. 질투는 어찌나 많은지 ~~
어떤 사람은 딸 키우면서 자기가 큰딸 노릇하고 남편에게 귀여움 받는 사람도 있다던데... 어찌된게 남편이 나이도 저보다 3살이나 많은데.. 졸지에 아들 둘 키우며 살고 있네요.
그래도 우리 큰아들? 직장생활 열심히 하고, 마눌과 큰 대화는 아이어도.. 노냐(제 닉네임) 아직 자? 뭐 요딴 거지만.. 매신저도 주고 받는 거 싫어하지 않고, 술기운이지만.. 난 마눌없인 못살아... 이런 맨트도 날려주니... 걍 제가 엄마노릇하며 살려구요.
지난주 분당에서 수다 떨면서 소파에서 자기 좋아하는 남편때문에 스트레스 받다가.. 이사오면서 아주 침대처럼 큰 소파를 마련해서 앞으로 이사갈게 걱정이라는 말을 제가 했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누는 분들 저에게 아주 잘했다 하시더만요.. 그걸 싸우지 않고 받아들이고 걍 소파에서 자도록 편하게 내버려둔다구요..
안 그럼 어쩌겠어요.. 말을 안듣는 것을...
50대 지인에게 들은 우스게 소리인데...
50대에 퇴직해서 집에 있는 남편에게, 마눌님이 외출하면서
점심은 사먹으라고 했더니 남편 되시는 분이
" 우리 엄마는 나한테 이렇게 안해줬는데...." 하더랍니다
그랬더니 그 외출하려던 마나님 말씀 ..
" 나도 내 아들한텐 그렇게 안해 ~~, 나 갔다 올게 " 하더랍니다.
아들한테만큼 남편에게도 잘해줘야하는데.. 그게 잘 되진 않죠...^^
오늘은 영어 이야기말고.. 그냥 남편이야기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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