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불안~!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부모가 떨쳐버리기 참 힘든 단어인 듯 싶습니다.
어제 퇴근해 오는 길에 중1 아들 담임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시화전 작품 때문에 뭘 물어보실 게 있어서 전화를 하셨다가, 아이 학교 생활에 대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학년 마치면서 제일 봉사도 많이 하고 모범적인 학생에게 학교장상이 나가는데,
반 아이들 대부분이 우리 아이를 추천했다는 겁니다.
아무튼 아이들이 추천한 이유인즉슨,
청소시간에 자기 구역이 끝나면 다른 아이들 구역도 잘 도와주고,
쉬는 시간, 점심 시간에 수학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계속 꾸준히 친절하게 수학을 가르쳐 주어서랍니다.
그 중 두 세 명 정도는 아주 자주자주 거의 매일 물으러 온답니다.
(그 아이들 수학 성적이 우연의 일치인지 이번에 좀 올랐다네요.ㅋㅋ)
그래서 반 아이들이 보기에 봉사정신이 강하다며 추천을 했고, 선생님께서도 엄청 칭찬을 하셨다는데....
이쯤 말씀드리면 "어머, 쟤는 수학을 엄청 잘하나봐."
뭐 이런 생각 드시나요? 그건 아닙니다~!
사실 우리 아이는 초등 때 학교공부만 충실히 했던 우등생에, 물론 사교육은 제로, 선행이고 심화고 나몰라라, 공부로 속도 안 썩이고 그래도 뭐 잘하네 이러면서 나름 만족하며, 수학 선행 내지 예습을 도외시했던 대책없는 강심장인 엄마탓에 중학교 와서 수학 성적이 다른 과목에 비해 잘해나가거나 앞서나가지 않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중학교 올라와서 애는 느긋한데 엄마만 진도 안 나간다고 마음 급해하고 있지요.
그리고 그 다음 얘기가
반에서 수학을 아주 잘하는 아이(중3과정 거의 끝나고 이제 고등 과정 선행 들어갈 차례인데 중3과정도 하이레벨인가 하는 우리 아이는 구경도 못한 심화 교재를 하고 있었다네요. ㅋㅋ)도 우리 아이한테 수학 문제를 들고 온다는 겁니다.
학원이나 과외 숙제를 하다 안 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같이 풀자고 들고 온다네요.(참 그 반 아이들 면학 분위기가 대단하죠? 노는 시간엔 축구나 하고 놀 것이지.ㅎㅎ)
그런데 문제는~!!
제가 그런 것에 대해 과연 어떤 반응을 평소에 보였을까요?? 사실 자세하게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면서,
"가르쳐주는 건 좋은데 괜히 네 시간 뺏기는 것 아냐? 네 발등에 불부터 꺼야하지 않겠니?"(이건 아이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엄마의 참으로 치사한 공격이죠. 성적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요.)
이런 저급한 멘트를 날렸었거든요.
이번에 제가 다시 질문을 했지요.
"가르쳐 주는 게 귀찮거나 하진 않았어?"(갑자기 멘트도 참 친절해지죠?)
아들의 대답입니다.
"바쁠 땐 귀찮을 때도 솔직히 있지만, 애들이 물어보는 문제 가르쳐주며 설명해주다보면 저도 연습이 되기도 하고 괜찮아요."
"저는 학원도 안 다니고 과외도 안하니까 그런 아이들이 어떤 교재 쓰는지 어떤 문제 푸는지 알고 하면 그것도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잘 하는 아이들이 갖고 오는 문제는 어려운 문제도 많아서 같이 고민해서 풀기도 하고 그래요."
오홋~!!!!! 아니 이것은 진정한 고수의 포스가 아닌가~!!!!!
가르치면서 효과적인 공부가 된다는 사실도 벌써 알고 있고,
자신의 능력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 능력까지~!!!!
이건 아무래도 자기주도학습의 효과???? ㅋㅋㅋ
엄마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현재에 대한 불신으로 아이를 몰아갈 때도, 아이는 나눔을 배워가고 있었고, 나누는 것이 희생이 아닌 자신의 즐거움이요 자신에게 돌아오는 혜택이라고 생각했다니~!!!! 세상에~ (너무 거창했나요?ㅎㅎ)
제가 부끄러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네요.
성적통지표 배포시기가 오면 연출되는 "커서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살 거냐?"고 부모가 한번씩 터뜨리는 이런 식의 명백하고 뻔한 스토리의 분노 뿐만 아니라, 한 번의 근심 어린 표정, 무심하게 던지는 말 한 마디, 또는 말하지 않고 마음에 품은 생각 등 부모 스스로는 알아채지도 못하는 이런 미묘한 메시지가 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고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아이들이 감당하기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부족한 아이들에게 도움 주는 것을 꺼리지 않고 그것이 자신의 배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부족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노력하여 자신을 향상시키고 채워나가려 하는 아이들~
성적이나 실력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누구에게서나 뭔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이런 우리 아이들 정말 예쁘지 않나요? 아이들이 서로를 끌어내려야 할 경쟁상대로만 생각하지나 않을까하는 것은 모두 어른들이 멋대로 생각한 걱정 아니었나 싶네요.
배움에 대해 이런 건강한 태도를 가진 아이들 모두 앞으로 그까짓 수학 실력 높이고 영어 달인 되는 건 식은 죽먹기 아닐까요?^_^*
배움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오늘 느낀 꼭 실천해야할 저의 부모역할과제입니다.
혹시 우리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역량을 믿지 않으셨나요?
"모든 아이들은 원래부터 배움에 Hardwired되어 있다."는 말이 있답니다.
원래 잘 배워 나갈 수 있는 아이들을 부모가 그들의 두려움과 불안으로 그 잠재능력의 전개(속도가 빠를 수도 느릴 수도 있죠)를 방해하여 오히려 배움에서 떼어놓는 일만은 최소한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이의 진로에 대해 같이 얘기 나누며
"네가 잘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정말 행복하겠지?"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살라는 얘기를 수시로 했으면서,
네 시간 뺏기는 것 아니냐 네 발등에 불부터 꺼야지 했던 얄팍하며 얕은 엄마의 마음을 아이한테 들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밴댕이 소갈머리 엄마를 부끄럽게 만드는 아이~ 스스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는 아이를 신뢰하고 또 인내하며 지켜봐주어야겠습니다.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부모의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이 아이에게 도움은 못 될 망정 최소한 아이 스스로 해나가는 인생의 배움 과정을 방해하지는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거듭 해봅니다.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해독제는 역시 신뢰와 인내인 것 같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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