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방학 동안 아이들이랑 이렇게 영어 공부했어요.
작성일: 2002년 9월 10일
1. 주명이 이야기
지난 다이어리에 제가 주명이가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했던 얘기를 올렸었죠?
아쉽게도 수상은 못했지만 영어를 좀더 열심히 해서 다시 한번 도전해 보겠다는 오기를 아이에게 심어준 계기가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시작한 McGraw-Hill Spotlight 시리즈는 이제 레벨 1에서 6단계를 하고 있는 상태인데 쉬운 단계라 아이에게 자신감을 많이 심어준 듯합니다. 아이가 집중해서 듣고 따라 할 수 있도록 적당한 길이의 오디오테잎을 골라 해당 단계의 Theme Book과 나머지 3권의 책 테잎을 죽 연이어 들을 수 있게 한테이프에 다시 녹음하였습니다.
워크북은 파닉스, 단어, 문장 이해도, 문법을 골고루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아리송한 단어도 가끔 나오는 지라 아이랑 풀기 전에 제가 먼저 꼭 책을 챙겨 보는 편입니다.
(그래도 레벨 1-5 워크북 5쪽 첫번째 문제는 정말 모르겠더라구요. 가운데 세면대 그림 나오는 거 말이에요. s로 시작하는 단어라는데 누구 아시는 분 계시면 꼭 굴비 달아주세요.
그리고 11쪽 4번 문제는 문제 자체가 틀렸더군요. The car ~.가 아니라 The cat ~. 이어야 맞는데 말이죠.
이런 옥의 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책구성에 대체로 만족하는 편입니다.)
Dictation 코너는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인데, 맨밑에 단어를 책받침으로 가린 후 빈칸을 채워나가면서 하는 말이,
"엄마, 파닉스를 배우니까 참 편하네요."
"왜?"
"hid, did, kid 이렇게 단어 끝 스펠링이 다 똑같으니까, 단어 앞 다른 스펠링부분만 외우면 기억하기가 쉽거든요."
하며 아는체를 합니다.
파닉스라는 것이 새삼 이 책으로만 배운 것이겠습니까만은 아이는 그동안 책이나 시디롬을 통해서 머리에 두서없이 입력되었던 지식-영어 문장이나 단어들-이 번에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는 느낌인가 봅니다.
그동안은 별다른 설명을 안해주었던 과거 시제와 현재 시제의 차이에 대해 이젠 조금씩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과거 시제 동사의 현재형도 그동안 읽어주었던 동화의 예문을 들어 설명해 주었더니 쉽게 알아듣는 것을 보면서 뭐든지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때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후 처음 영어에 발을 담가주려 시도했을 때, 아이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물었고 저는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이유를 설명했지만 아이는 이해하지 못했었죠.
'편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우리말 비디오 대신 엄마는 왜 내게 영어 자막 비디오를 사다주시는 건가?
우리말이 너무 편하고, 이제야 한글도 능숙하게 읽게 되었는데, 영어 모른다고 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데 왜 이 골치아픈 언어를 배워야 하나? 내가 영어 모른다고 친구들이 나랑 안놀아주는 것도 아닌데.우리 나라도 세계에서 제일 센 나라가 되어서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말을 배웠으면 참 좋을텐데.....'
하면서 말이죠.
그런 아이를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이의 뺀질거림에 속상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영어로 놀이를 많이 했고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꾸준히 관찰하고 한가지 교재만 고집하지 않았던 것이 주명이 경우엔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주명이는 지금 짧은 그림책을 혼자 읽는 수준이며, 제가 전에 한번도 읽어준 적이 없는 책은 아직도 더듬거리며 읽는 편입니다만, 오디오 테잎만 여러번 듣고도 곧 능숙하게 따라 읽고 연음 현상도 어렴풋이 이해하는걸 보면 '읽기'와 '듣기'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보면 장족의 발전을 한 것 같습니다.
주명이는 아직도 영어로 말하는 걸 많이 어색해 합니다. 그래서 영어 학원에 보내는 것도 고려해 보았지만 아이가 싫다고 해서 당분간은 지금하는 식으로 제가 가르칠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동안 소홀히 했던 영어 놀이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히플러님의 신간 'Let's Play 베이비 OK 맘'은 제게 가뭄끝에 만난 단비와 같습니다.
2. 재필이 이야기
초등학생인 형 위주로 영어 학습을 하다보니, 유치원생인 재필이는 늘 뒷전이었습니다.
오히려 형 공부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오히려 거실로 쫒기 일쑤였답니다.
3년이란 터울 탓도 있었고 아직까지는 그냥 우리말외에 영어라는 또다른 언어가 있다는 것만 알려주고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재필이는 항상 덤으로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는 생각이었거든요.
오죽하면 한날은 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 리더래빗 시디하는데 나도 형처럼 돌봐줘요. 엄마, 여기 옆에 앉아서 나하는 것 보세요."
(주명이 런투리드 파닉스 시디롬 나갈때 제가 꼭 옆에 앉아서 발음이며, 진도를 꼼꼼히 체크하던 모습이 딴엔 엄마의 대단한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여름방학을 계기로 [꼬마 영어책 만들고 읽기]를 시작했을때 싫다는 소리없이 아직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스티커 백개 모으면 원하는 탑블레이드 사주겠다는 당근도 있었지만요.
뭔 소리냐면 꼬마 영어책만 만들어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요걸 외울 정도로 읽게 시켜야겠는데 그냥 읽으라면 1-2번 읽다 말아버릴테니 평소 돈이나 장난감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재필이 성격을 십분 이용한 거죠.
꼬마책 한권 완성하면 스티커 2장, 꼬마책 한권 읽을 때마다 스티커 1장을 아이에게 줍니다. 아이에게 주는 스티커도 반짝거리는 별모양, 하트 모양 등 다양하게 구비해 놓고 꼭 아이에게 물어보고 원하는 스티커로 붙여줍니다.
처음엔 매일 자기가 세더니, 20장이 넘어가니까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몇장이 되었는지 세어달라고 하고, 확인이 끝나면 너무나 행복한 표정입니다.
스티커 모으기에 취미를 붙인 아이는 이젠 한글 그림책도 1권씩 큰소리로 읽고나면 스티커를 한장씩 달라고 요구하는데, 그 모습이 밉지가 않네요.
이 스티커 덕택에 아이의 우리말과 영어 읽기 능력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좀 컸다고 스티커 붙이는 일에 신경도 쓰지 않던 주명이도 재필이가 기를 쓰고 모으니까 저도 백장 모으면 책가방이랑 원하는 장난감 하나만 사달라고 하더군요. 이젠 책가방이 너무 작은데다가 만화 주인공이 그려진 가방을 들고 다니는 친구가 거의 없다면서요.
McGraw-Hill Spotlight 책 네권 녹음한 오디오테잎 한번 듣는데, 스티커 한장, 책네권 한번씩 읽는데 스티커 한장, 워크북 할때마다 장수에 관계없이 한장 주겠다고 했더니 아이가 그러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재필이가 형은 왜 두가지나 사주냐고 불공평하다며 자기도 장난감을 두개 사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형은 책 네권에 스티커 한장이니 재필이 보다 백장 모을 때까지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더니, 한참을 말없이 서있던 재필이가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이들과 저의 협상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오늘은 재필이가 그동안 모은 스키커가 94장이라면서 당장 백장 채워서 탑블레이드 사러가야고 떼를 쓰는 걸 겨우 달랬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아이는 책을 더 읽고 스티커를 받겠다는데, 오늘은 그만하라고 말리는 엄마를요.
저 참 행복했겠죠?
공부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스스로 느끼기엔 재필이가 아직은 어리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스티커 백장 모아 장난감 사는게 목적이라 책을 읽지만 좀 나이가 들면, 책 자체가 주는 감동과 즐거움, 그리고 또다른 언어를 알면서 더 넓어지는 시야를 느껴 책을 읽고 영어를 익히리라 믿습니다.
주명이는 초등학교 1학년때 영어를 시작하면서 의도적으로 읽기와 쓰기를 안가르쳤습니다. '듣기'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재필이는 그동안 덤으로 들은 영어 듣기양이 결코 적은양이 아닌만치 수월하게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를 함께 할 수가 있어서 참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만든 꼬마책 중 Animal Coverings와 Animals on the Farm에는 간단하게 동물 이름을 쓰는 칸이 나오는데, 워낙 쓰는 걸 좋아하는 아이여서인지 잘 따라 쓰고 있습니다.
특히, 책을 다 만든 다음 서명할 때는 어찌나 뻐기는지 옆에서 보기가 우스울 지경이지만 저는 그런티 절대 안내고 같이 기분을 마구 띄워주며 기를 팍팍 살려주는 편입니다.
당분간은 서남희님의 '아이와 함께 만드는 꼬마 영어책 만들기'를 교재로 꼬마책을 계속해서 만들고 읽히면서 집에 있는 다른 쉬운 책도 활용할 예정입니다.
아래 사진은 재필이가 7월말부터 최근까지 만든 꼬마 영어책입니다. 한번 구경해 보세요.
(신체 명칭을 배울때는 먼저 포스트잇을 대일 밴드 삼아 몸 여기저기에 붙이며 명칭을 다 익힌 후 책을 만들었어요.
아래 앵무새 깃털은 제가 가지고 있는 브로치 털을 잘라 붙인거고요, 금붕어 꼬리 부분은 양파망 잘라 붙인 건데 근사하죠?
검은 도화지를 잘라 부채처럼 접어 만든 'Stars'라는 책에는 별모양 스티커를 붙여 아코디언 북 형태로 만든 거에요.)
꼬랑지; 재필이는 알파벳 대소문자와 1-10까지 숫자를 카드 2벌 가지고 'Go Fish' 게임을 통해 다 터득했는데 재미있는 건, 처음 이 'Go Fish' 게임을 가르쳐준 사람이 제가 아니라 재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게임은 영어 게임 시디 '스파이 폭스'에 나오는데, 게임 속에서는 뺏지를 꼭 따야하는 스파이 폭스가 돼지 아저씨가 서양 카드를 가지고 'Go Fish' 게임을 하지요.
게임 목표는 같은 번호의 카드를 4개 모아서 내려놓고 이렇게 만든 것이 많을 수록 이기는 게임인데 각각 7개의 카드를 갖고 나머지는 모아서 엎어 놓습니다.
먼저 한명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 중에서 하나를 말하고 상대방에게 있을 경우 이것을 가져옵니다.
이렇게 상대방에게서 카드를 받아온 경우에는 계속할 수 있지만, 만약 상대방에게 없을 경우 상대방은 'Go Fish'라고 말합니다.
Go Fish가 되면 엎어놓은 카드에서 하나를 가져오고 상대방에게 차례가 넘어간답니다.
Pig: Got any eights? (상대방이 여러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니, 복수로 말합니다.)
Fox: Nope, go fish.
Pig: Got any kings?
(스파이 폭스가 카드를 내놓습니다.)
A card. Thank you so much. That makes me a set.(카드가 네장이 되었으니 내려 놓습니다.)
Got any Aces?
Fox: Nice try, but you need to go fish.
이런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인데, 재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카드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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