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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 Princess Academy

  • anthropo
  • |
  • 2010-07-05
11


 

오랜만에 칼럼방에서 인사드려요.

제 일터는 이미 방학을 했지만... 일의 성격상, 방학은 가르치는 거 외의 것들을 지금 숨차게 안하면 도태되는 환경이라, 쉬고픈 맘 다스려가며 차 홀짝여가며 모니터 째려보다가 이렇게 외도를 하고 있습니다. ㅎㅎ 멋지게 클 이 곳의 울 아가들은 다 커서 이리 살아도 되니, 방학은 맘껏 방학의 권리 찾아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오랜만에, 정말로 오랜만에 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어요.

그 날따라 저녁 먹은 뒤치닥거리, 집정리도 일찍 끝나고, 늘 학교숙제가 많은 (의욕넘치는 담임쌤, 자제해주소서!) 둘째 꼬맹이가 숙제도 남김없이 했고, 쪼르륵 영어씨디롬을 보겠다고 하시니, 큰 애를 단독으로 끼고 앉을 흔치 않은 기회였죠^^


아이들과 영어책 같이 읽는 시간이 참 피로회복제같고 좋았던 적이 많았는데,

큰아이가 도톰한 책을 익숙히 보는 어느 순간부터 너혼자 읽어라가 수월하니 계속되었고,

둘째는 그냥 책읽기보단, 요로콤 조로콤하면 짧은 시간에 읽기와 어휘를 익히겠구나라는 흑심이 들다보니, 수많은 눈빛을 주고받았던 그림책들이 완행열차같아서 답답해지더군요. 흑.

그런데 글을 가르치자 혹은 어휘력을 챙겨주자 생각하고 하는 책읽기는 자꾸 중단되네요. 커리큘럼도 없고, 에미가 이끌어야 한다는 신념도 시간도 별로 없는 저같은 경우 당연한 귀결이겠지요? 그래서 그냥 오로지 독서를 위한 독서로 유턴합니다. 나머진 필요하면 다 하겄쥬. 아브라카다브라, 


평소 성향과 달리, 의외로 프렌세스란 단어가 붙은 책을 뽑아옵니다. (네. 저희 집에도 아직 안읽은 단행본들이 수두룩합니다.^^;;) 아마도 표지에 있는 소녀의 모습이, 단아하지만 공주스럽기보단 조용한 기세가 있어보여서?

여하튼 읽어줄 때 늘 그랬던 것처럼, 미리 읽어보거나, 책의 레벨이나 줄거리를 미리 검색해보거나, 단어가 이 녀석 수준에 맞는지 어떤지 체크해보는 것 같은 친절한 과정없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라, 이런 적이 별로 없었는데...? 혀가 꼬이고 익숙지 않은 사람이름 -Miri. Peder, Marda ? -에 뭔지 모를 (나중에 보니 Collins Dictionary 정도로는 나와있지도 않은) 광물인 것 같은 단어들이 등장하는데다 간만에 접하는 문학작품의 리듬도 어색하여.. 속으론 제대로 전달이 되는 건감? 겉으론 문제없는 척 읽어갔지요.


한 두페이지 오호? 하며 읽는데, “시골인가 봐” “요즘이 아닌 거 같아”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길 거 같아” 하며, 잔잔한 글인데도 의외의 궁금증과 몰입을 보여주십니다. 매 챕터가 詩로 시작하는데 라임을 좋아하는 즈이 딸램은 거기서 일단 낚인 듯하네요 ^^ 읽어주는 엄마는 낯선 이름과 이상한 광물 단어랑 문학적 문체의 범상치 않음에 분투하느라 내용파악이 더딘데 비해 듣는 딸냄은 나보다 단어이해는 떨어지는데도 거칠 것 없이 유추와 상상이 가능한 모양입니다.

딸이 씨디와 함께 읽는 (‘집듣’이라는 거) 책의 레벨이 대체로 아이의 실제 레벨보다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 있는 거겠거니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특별히 재미있게 혹은 내용전달이 잘되게 읽지도 않는데, 호기심을 보이고 한 페이지만 더 읽어주면 안되냐 하는 걸 보니 작품이 좋은 모양입니다.(흠, 역시 은딱지 작품/ 아님 엄마가 좋아서? ㅋㅋ)  에둘러 심리를 표현하는 대목들에서는 참지 못하고, 알겄어? (Do you get it?) 하고 묻는데, 씽긋 하고 끄덕입니다. 표현이 좋다는 거네요. ^^ 미리 읽어보지 않아 저도 몹시 궁금해지던 참인데, 목욕하고 자야할 시간이 되어서 그만 읽기를 두 번쯤 한 참입니다. 광산촌에 아버지와 언니랑 같이 사는 미리란 소녀와 그 마을 여자아이 전체가 왕자의 신붓감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데, 미리는 맘에 둔 청년이 있는 거 같고, 왠지 미리가 억압받는 분위기의 그 마을의 대표주자가 될 거 같기도 하구요...


다 읽지도 않은 책을 독서일기랍시고 썼는데...이 곳에 고학년맘들의 글이 많지 않은 터라, 더더욱 엄마랑 같이 읽는 모습은 많지 않을 거라 그냥 책읽는 모습 한자락 올려봅니다 (큰딸은 초4입니다 ^^) 다른 고학년들은 어떤 책들을 어떻게 읽고 계시는지...? 쑥의 중심은 2-3학년인 듯하지만, 그래도 많은 고학년 (혹은 고학년레벨의 책읽기를 하는 친구들) 부모님들이 여전히 옵저빙을 하시지는 않을까, 그러면 겸손해마시고 이런 식의 단편적인 소통으로 혼자 읽기의 지루함 혹은 정체를(if there's any) 떨어내는 건 어떨까 싶어 적어봤습니다.


칼럼글을 다시 쓸 땐 둘째 꼬맹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싶었는데,

그 친구는 한글책에 빠져 있습니다. 영어책도 한글책마냥 한번 보기 시작하면 한 옆에 잔뜩 쌓아놓고 보기는 하는데, 엄청난 집중력과 연기력으로 그림들을 분석하며(글자가 아니라 !) 내용을 상상하는 듯합니다. 큰아이 때도 생각해보면 시기만 조금 빨랐을 뿐이지, 한글책을 많이 보는 과정이 앞서 있은 후에 영어책을 자연스럽게 본 것 같습니다.

글 깨우치고 내용 이해에 속도가 붙는 여러 다른 방식이 있겠지만, 저희집처럼 붙잡고 가르치는 과정이 없는 경우엔 그런 수순이지 않을까,.. 조급해지지 않으려 합니다.

어느 그리운 님이 쓰셨던 것처럼, 일제 36년도 참았는데,... 설마 30살 전에는 잘 읽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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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쟁이맘
  • |
  • 2010-07-07 13:42
답댓글

안쓰로포님, 오랫만에 글 남겨주셔서 반갑습니다.

아이가 점차 혼자 책 읽는 시간이 많아지니

예전에 책 읽어주던 시간이 그립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한테 읽어달라 목빼는 둘째가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아이학년이 올라가더라도 쭉~ 책을 읽어줄수 있으면 좋겟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가 커서 어린시절을 추억할때

책읽어주던 엄마로 기억하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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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thropo
  • |
  • 2010-07-07 22:00
개구쟁이맘님의 개성있는 호명에 늘 애정이 갑니다 ㅋㅋ
언제 학교가는가 싶었는데 우리의 1학년들도 벌써 한학기를 마쳐가는군요.
학교 잘 다니죠? 울 둘째는 언니와 달리 남자친구들을 너무 좋아해서, 짝지랑 평생 짝하자구
지들끼리 약속도 하고, 남자짝이 치과에서 받은 꽃반지도 ㅋㅋ 가져다 주고 정말 별꼴이 반쪽입니다.
이 애들 얼굴에서 아기티가 다 빠지기 전에 온갖 별꼴놀이 다하며 재미있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번득이는 그림 잘 그리는 개구쟁이도 신나는 여름방학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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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울
  • |
  • 2010-07-06 16:32
답댓글

방학하셨서여  왠지 무지 부럽습니다...엔트로포님은 책읽어주는거  좋아하시는구나..나는 왜  그게 그리 싫은지  모르겠어요...그래서  울애가 책을 그닥 좋아하지 않은가 봐요..

책읽어주며 주고 받는이야기가  참 정겨워요..엔ㅌ로포님이  따뜻한 분이시구나  딸한테....

둘째는 또 다르군요 큰애랑..둘다 키우는재미가 남다르실거같아요...

앤트로포님이 겸손해서 그렇지  따님들 실력도  대단할거여요..언제 한번 풀어놓셔요..

책소개도 가감사합니다  서점에서 여러번 표지를 봤는데  내 취향에는 좋아하는 표지 그림이랑 제목인데  울애는 별로인지라  못샀어요...

아이와 영어를 해볼까  맘은먹는데  실천은 안되고  애는금방 크네요 ..

아이혼자 하는세상은 아니구나  엄마가  이것저것  정성을 드려야하는시대구나 하는것을 요즘 절감하는중이어요  엄마 정성이 들어가는만큼  아이는 자란다...요즘의 교육세태인가 봅니다...

옛날 스파르타시대처러 아이들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믄 좋겟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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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thropo
  • |
  • 2010-07-06 19:46
에혀, 부러우실 것 하나도 없심다. 출퇴근시간 똑같구요, 방학 끝나기 전에 어느정도 마무리짓자 생각하니 더운날 땀 삐질거리며 곰세마리한테 쫓기는 기분이구만요. 제대로 발동걸릴 때 밤늦게까지 연구실에 남아있고 싶어도 낮동안 버려운 애들이 눈에 밟혀서 그 짓도 잘 못하죠. 방학은 또 어짤꼬...
스웨덴같은 나라에 살믄 얼마나 좋을까... 늘 보육문제가 가장 마음의 전쟁이어요. 주울님도 그러시죠?
다른 두 아이를 키우는 건 재미있고 풍요롭기도 하고, 골빠지기도 합니다... ^^;;
제가 올만에 여기서 수다를 하니 반가와서 자꾸 말이 길어지려해요 ㅎㅎ
씩씩하고 예쁜 제니애플도 잘 지내지요? 다른 꼭지에서 또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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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자나무
  • |
  • 2010-07-06 09:28
답댓글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사실 이 책은 표지와 제목만 보고 선택하지 않았었는데 anthropo님의 소개를 받고보니

마구마구 읽고 싶어지네요.

(사실 프린세스 아카데미 라고 쓰여있고 여자애가 있으니 뭐 공주 이야기인가 하고 그냥 지나쳤었거든요.)

쑥쑥에 들르면서 여러가지 많이 배워가는 것 같아요.

특히 책에 관해서요....

재미있고 유익한 책은 어떤 레벨이라도 누구라도 소개시켜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설령 지금 못 읽는다 해도 언젠가 읽을 수 있는 레벨이 되었을 때

목표가 될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책을 읽는 이유가 더 생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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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thropo
  • |
  • 2010-07-06 10:39
어설픈 책소개였는데, 그래도 읽고싶다는 맘이 드신다니 저도 반갑습니다 ^^
나머지가 얼마나 타이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전개될지 저도 전혀 몰라요. 그냥 같이 읽으면서 아이에게 발동이 걸렸어요. 지금이 워낙 널널한 때라 책 몇 권을 동시에 보고 있는데, 열심히 보던 책도 엄마, 책 읽어주랴? 하면 던저놓고 오네요.
야자나무님 좋은 책 읽고 읽히고픈 욕심이(?^^) 가득 묻어나십니다. ㅎㅎ
보시다가 맛깔나는 책 발견하시면 소개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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