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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잘 하는 것과 "수학시험"을 잘 보는 것

  • 에서로
  • |
  • 2010-10-06
24

저는 현재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고 여섯살 여덟살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우연히 들렀다가 "사칙연산에 대한 생각" 이라는 좋은 글을 읽고 저도 느낀 바가 있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에게 묻습니다.  아이가 수학을 잘하기를 원하세요 아니면 수학 점수를 잘 맞기를 원하세요?

 

"같은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저 둘은 같은 경우도 있지만 불행하게도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네 가지의 서로 다른 경우가 있지요..

 

1. 수학을 아주 잘하고 수학 점수도 높다.

2. 수학을 잘하는 것은 아닌데 수학점수가 높다

3. 수학을 잘하는데 수학점수는 높지 않다.

4. 수학을 잘하지 못하고 수학점수도 좋지 않다.

 

첫번째 경우의 학생은 아마 천재가 아닐까요? 우리나라와 같이 척박한 교육 환경속에서 수학을 잘하고 거기에 점수까지 높다니... 100명에 1명 있을까말까한 학생이지요..

 

두번째 경우의 학생이 제법 됩니다. 수학을 잘하지도 않고 재능도 뛰어나지 않지만 수학점수만 높은 학생

 

세번째 경우가 안타까운 경우이지요... 수학적 재질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자기가 수학적 재능이 없는 것으로 알고 나중에는 포기하게 되는.. 그런 안타까운 학생

 

네번째 경우를 두번째로 만들 수는 있으나 한계가 나타날 겁니다. (학생의 능력에 따라 한계가 나타나는 시기가 달라지겠지요)

 

그럼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당연히 시험문제가 "좋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 "좋은 문제"가 아닐까요?

 

만들기 어려우니까요....    좋은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창조" 와 "지식"의 관계에 대해 조금 알아보지요..

 

어떤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생각해 내는 것은 매우 어렵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소수의 천재들이 그것을 생각해내지요.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 내었을 때, 그 당시의 사람들은 얼마나 놀랐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믿지 않으려 했을 지도 모릅니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정말 위대한 "창조물"인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이 "창조물"로만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그것을 "지식"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왠만한 고등학생은 어쩌면 뉴턴보다 만유인력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뉴턴 이전에 "시험문제"로 내었다면 정말로 어렵고 창조적인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만약 요즘아이들에게 그것을 시험문제로 출제한다면 단순히 암기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만유 인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도 공식만을 암기해서 100점을 맞을 수도 있겠지요.

 

수학시험이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제대로된 수학개념을 형성하고 있는가, 계산은 잘해내는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가 등을 묻기 위한 문제들을 만들었다 해도 그 아이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 문제는 매우 창조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단순히 암기한 것을 기억해내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다양한 문제집과 참고서들 덕택에 연습을 충분히 한 아이들에게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문제는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창조적이고 지적인 도전을 요구하는 문제"를 만드는 것이 과연 쉬울까요?

 

수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도 그것은 몇날 밤을 세야 할 지도 모르는 어려운 일입니다. 더구나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비전공자들에게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학시험을 잘 보기 위해 우리는 아이들에게 단지 반복적인 연습을 시키면 되는 것입니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하루에 문제집 5장씩만 정신차려서 풀게 하면 (물론 세세한 테크닉이 있겠지요) 아이들의 수학 점수는 높아질 겁니다.

 

높아진 점수 때문에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수학을 좋아하게 되고 또 쓸데 없어 보이는 호기심을 갖게 되어 궁극적으로 수학을 잘하게 된다면 그것은 최상의 시나리오 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러한 단순한 반복 작업에 지치게 되고 어쩌다 한 두번 한 실수때문에 점수라도 조금 떨어지면 실망하여 수학을 손에서 놓게 될 수도 있지요...

 

운동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요?

 

100m 달리기로 뽑으면 될까요?  물론 그렇게 해도 순발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을 수는 있고 그런 사람이 운동능력이 뛰어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거리 달리기도 측정하고, 멀리뛰기도 측정하고, 허들 종목도 측정하고... 이렇게 다양한 종목을 축정한다면 그 사람의 운동능력을 좀 더 세부적으로 알게 되고 다양한 종목의 선수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 시험은 100m  달리기와 같습니다. 오직 빠른 시간에 많은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야 하는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가혹한 일이지요.

 

그곳에 마라톤에 재질이 있는 아이를 뛰게하여 운동 못하는 아이로 낙인 찍는 일을 우리가 지금 하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가 됩니다.

 

뭐 아이들의 성적을 100% 수행평가로 한다면 아마 당장 부모님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입시제도가 낳은 기형적인 시험제도에 저도 순응할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불쌍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렇게 주입식 교육을 시키고 달달 외우게 하여도 그 안에서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아이들이 늘 툭툭 튀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아이들에게 경의를 표할 뿐입니다.

 

두서없이 감정적으로 쓴 글이 되어 버렸네요... 잘못된 부분은 찬찬히 살펴보면 차근차근 바로잡겠습니다.

 

이해하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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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이맘
  • |
  • 2010-10-18 05:29
답댓글
재능도 시간이 가면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저희 아이에게 희망을 걸어보지만... 가끔씩 속이 뒤집혀 폭발하고 맙니다...^^;;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훌륭한 부모가 된다고 하는데...어렵습니다...특히 수학문제 풀때는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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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리사
  • |
  • 2010-10-12 00:55
답댓글

 

 학교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대범'한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뭘로 아들을 기분 좋게 해줄까나..

 매일 이런 고민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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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경
  • |
  • 2010-10-11 14:03
답댓글
잘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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