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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컨텐츠

국도로 돌아간들 어떠하리...

  • 빨강머리앤
  • |
  • 2010-10-12
15

제 남편과 저는 아이들 데리고 많이 돌아다니는 편인데요

굳이 고속도로만 고집하지는 않는답니다.

거리상으로 시간상으로 보면 고속도로가 편하긴 하지만

고속도로는 단조롭고 졸립고 무료하잖아요..

영어든 다른 공부든 다들 고속도로만을 통해 가려고 합니다.

영어학원유치부-사립초-국제중-특목고-아이비리그...

이렇게 쭉쭉 뻥 뚫린 고속도로로 달려나가면 앞길 창창해보이지요?

그렇지만 모두가 다 고속도로로 몰려들면 막히게 마련입니다.

쉬가 마려워도 세울 수 없고,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옆으로 보나 다 나와 같은 차들만 늘어서있습니다.

그럴 땐 그냥 국도로 빠지세요.

돌아가는 듯 하나 그닥 시간 차이도 별로 안 나고

가는 길에 가까이서 코스모스도 보고 누런 황금 들판도 보고

차 별로 없으면 좋은 경치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어도 되고

운 좋으면 맛집도 들어가 볼 수도 있답니다.

설령 조금 늦게 도착하면 어떻습니까.

가는 길에 변화된 중소도시들도 보고 판자집도 보고 시골집도 보고

고속도로로만 달려간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보고 경험하고 얻었는걸요.

게다가 톨비도 절약되고...

 

막히면 나오십시요.

돌아가다보면 더 좋은 것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어디메쯤 가다가 고속도가 다시 뚫렸다더라 싶으면 다시 들어가면 되니까요.

돌아간 길이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랍니다.

앞차 꽁무니만 쳐다보며

저 차는 브레이크 등이 고장났네. 저 차는 왜 끼어들기를 저 따위로 하는거야. 요 차는 왜 이렇게 고속도로에서 브레이크를 자주 밟는거야. 뒷 차는 신경쓰이게 왜 자꾸 바짝 따라붙는거지? 하며 예민하게 갈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

이 길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만 버리면 아름답고 즐거운 세상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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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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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조알
  • |
  • 2010-10-14 08:29
답댓글

조만간 책 내실 것 같아요.

앤님 요즘 글들이 예사롭지가 않아요.

제가 잠시 잠수 타다가 나왔는데 그래도 게시판 글은 안 빼놓고 다 읽었거든요.

오늘 글은 그 중에 백미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구만요.

전 안그런척 하면서 고속도로 고수형인 것 같아요. ㅎㅎㅎ

요즘 날씨는 하루하루 가는게 아까울 정도네요.

행복한 시간들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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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0-10-14 08:49
잘 지내셨죠?
죽기전에 책 하나 낼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우리 아그들이 잘 자라주어야 할 것인데.. 하하하.
고속도로 고수형은 뭐지요? 흠... 막히 고속도로에서 갓길로 막 달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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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쩨르미
  • |
  • 2010-10-14 11:59
'안그런척 하면서 고속도로 고수형'이라는 말 딱 제게 해당되는 말 같습니다.
그래서 웃음이 나와서 글 올립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많은 빈둥거리는 시간과 더 적은 명령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어느새 아이가 빈둥거리면 마음이 조급해 오고 명령하고 계획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학교가고 없는 시간은 아이에게 많이 미안하고 돌아오면 더 많은 시간을 줘야지 하면서 막상 학교갔다 돌아오면 오늘 할일 부터 먼저 지정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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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주리
  • |
  • 2010-10-13 10:49
답댓글

브라바!! 완전 글 읽으면서 아니 어떻게 이런 글을 이렇게 표현했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빨간님은 정말 대단하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처녓적에는 이런 글 정말 음! 맞아!! 하고 읽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낳아 보고 나니

비싼 놀이 학교도 보내고 싶고, 가능하면 사립초도 보내고 싶고, 국제중이나 특목고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듭니다.

이왕이면 아이가 힘들게 덜컹거리며 돌아가지 않고 쭉~! 뚤린 고속도로로 시원하게 내달렸음을 보고 싶은 것이 어리석은 엄마의 마음이네요...

 

그래도 주변에서 고속도로에서 힘들어 하는 아이도 충분히 보았고

또 국도로 돌어가도 행복하게 잘만가는 아이들을 보았기에

 

고속도로만이 전부는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리석고 어리석은 엄마 마음은 그래도 우리 아이 앞에 좋은 일만 가득 했으면...

아이가 너무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욕심을 아주 버리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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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0-10-14 08:48
대부분 제 닉넴을 줄여서 그냥 앤이라고 부르시던데 은주리님 정말... 빨간님... ㅋㅋㅋ
쌩쌩 달리면 좋겠지만 막히는 고속도로는 피해야겠지요?
은주리님 오랫만이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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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자나무
  • |
  • 2010-10-13 09:17
답댓글

국도와 고속도로라...

참 재미있는 표현이고 머리 속에 콱 박히는 표현이네요....

빨강머리님 말씀으로 보면

전 평생 국도로만 다녀보고 고속도로는 동경만 해 보았는데

오늘 위로 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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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0-10-13 10:23
고속도로만 다니면 어느 휴게소 밥이 맛있나 뭐.. 그 밥에 그 나물이지만
국도로 다니면 그 고장 특유의 음식도 만나게 되고 눈도 즐겁고..
필요하면 고속도로도 타야하겠지만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제가 올린 글도 국도를 타고 달리면서 떠오른 생각이니 사색하기에도 고속도로보다 훨씬 좋더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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