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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8월 19일]
성곡미술관에 갔다.
저번에 다녀온 뒤로 좋은 전시를 하면 다시 한번 다녀와야지..했는데 이번에 열리는 전시회가 작품의 구상부터 과정까지 보여주는 "미술의 시작展 Ⅲ"전이라기에 쉽게 이해를 도울 것 같아 데리고 가기로 했다.
현지아빠가 성곡미술관에 태워다 줘서 가는 길은 정말 편하게 갔다.
조금 큰 아이들은 프로그램 신청을 해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도 해볼 수 있고 작가와의 대화에서 좋은 경험을 얻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했더라도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단계별로 관찰할 수 있어서 내가 보면서 설명해주기도 쉬웠고 직접 보면서 과정을 들으니 현지도 잘 알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내가 설명해준 것을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캔버스에 젯소를 바른 후 흰색을 칠하고 다 마른 후에 검정색을 두번 겹칠해서 말리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린 작품이 있었는데 과정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보여주고 있어 같이 보면서 설명을 해주었더니 나중에 혼자 그런다 "검정색을 두번 색칠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렸대...")
젯소는 학교 다닐 때에도 자주 사용했던 재료인데 젯소를 캔트지 위에 바르고 손이나 칫솔 등으로 다양한 질감을 만들 수 있고 아이들의 감각을 자극하는데 좋은 재료인 것 같고 다 마른 후에 그 위에 크레파스나 색연필 등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도 색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다.
판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은 재밌기도 하고 판화의 특성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정작 현지는 별로였나보다.
손놀림이 자유롭다면 집에서 조각칼로 나무판을 파내어 직접 찍어보면 좋을텐데..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고 집에서 고구마나 비누 등을 파내어 놀 수는 있을 것이다. 아직은 못해봤지만..
이번 전시는 사진촬영도 가능했기에 현지가 좋아했던 조각 작품 안에서는 네컷이나 찍었다.
다양한 작품 표현방법을 알 수 있고, 한두번의 묘사로만 작품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미술놀이를 할 때에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미술의 시작Ⅲ-현대 미술 속으로 들어가자’展 / 별관의 現場 2001 : 건·너·간·다
미술의 시작展 Ⅲ - 특별 교육프로그램
별관의 現場 2001 : 건·너·간·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설 때 현지가 움찔했다.
정태춘의 낮은 노래(건너간다)가 흐르고 있었고 분위기도 살벌 그 자체였다.
들어가지도 않으려고 했지만 전시 주제를 담는 듯한 스크린에서 송충이가 기어가는 모습을 보더니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획의도를 읽고 있자니 좀 어려워보였지만 작품의 큰 주제인 건너간다의 의미가 다양하게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웃음이 픽 돌던 작품은 강아지가 신발장 앞에 있고 마루에 여자(아마도 주부겠지)가 앉아서 뭔가를 먹고있는데 제목이 ?_blank"교감"이다.
꼭 개가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다. '너나 나나 집지키는 개 신세다..'
공중전화 수화기가 여러개 매달려 그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인간의 삶에 관한 구도적인 메세지를 담았다는 얼기 설기 엮인 인체 설치 조각은 전시장 안에서도 볼 수 있지만 미술관 입구에서 대형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다.
다른 작품들에는 시선이 잘 안갔지만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있던 "옷걸리, 옷꼬리"라는 작품(언뜻 보면 옷걸이 두개를 서로 마주보게 꽂아 놓은 것 같지만 눈여겨 보면 한개는 여자의 곡선을 한개는 남자의 곡선을 표현해 놓았다)이 재미있었고 옥상에 올라가면 갯벌 관련 솟대들을 만날 수 있다.
솟대에 매달린 구름과새, 그리고 물고기와 조개와 소라. 단순히 재미를 주는 작품이 아니라 환경운동과 연관이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작고 아담한 옥상 공간이 따가운 햇빛만 아니었다면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냈을 법한 아늑한 장소. 옥상에서 내려다 본 성곡미술관의 조각공원은 더 졍겹고 평화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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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생태환경 프로젝트 두번째 작품인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를 보기 위해 장소를 이동했다.
현지는 입장료를 끊기도 전에 먼저 들어가서 미로처럼 세워져 있는 숲속을 헤메로 다닌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잎사귀에 남기고 싶은 글을 적어 끈으로 숲을 장식하기도 하는데 현지는 연필로 낙서를 한 후 매달았다.
여기저기 매달려 있는 잎사귀들이 다녀간 사람들의 수를 말해주겠지.
소원을 적어놓은 아이도 있었는데 정말 그 소원을 이루어 줄 것 같은 동화같은 숲이었다.
연못에 풀어놓은 금붕어들과 산새들(노랗고 푸른 앵무새들의 지저귐이 숲속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소품처럼 예쁜 그네를 타는 아이의 얼굴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옹달샘이라는 곳의 뒷부분 구멍에 정수기의 부분이 보이는데 일부터 손으로 그 물을 받아 옹달샘을 떠먹는 것처럼 흉내도 내 보았다.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 요란한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숲속을 헤메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현지에게는 떠나고 싶지 않은 공간이었나보다.
미술의 한계는 어디일까.
요즘은 사람들과 친숙한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접근하기가 수월해진 것 같다.
전시회를 통해 다양한 놀이를 생각해내어 아이랑 놀 수 있다면 그 이상의 기대는 접어두어도 좋을 만큼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젯소를 사다가 손으로 발라보고 칫솔로 두드리기도 하고 문지르기도 하면서 놀아야지. 젯소가 마르기 전에 모아둔 뚜껑들을 미리 색칠하고 덜 마른 젯소 위에 뽕뽕 붙여서 모양을 만들어야지.
크레파스로 그림도 그려보고.
계란판에 물감을 뿌리고 한지도 붙여 꾸민 후 발로 밟아 부수는 놀이도 해보고..
고구마나 비누에 그림을 그려 도장찍기 놀이도 하고..
돌아오는 길. 힘들다며 징징대는 바람에 그곳에서 종각까지 안고 걸어서 지하철을 타고..마을버스를 타고..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때까지 내내 자는 바람에 정말 쓰러지는 줄 알았다.
갈때는 시원하게 잘 갔는데..올때는 땀투성이에 녹초가 되었다.
현지와 나는 그렇게 저녁 내내 잠을 잤다.
아픈게 많이 나아져서 다행이다.
내일부터는 다시 어린이집에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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