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마다 다르겠지만 저희집 큰 아이(9세 남아)는 중독 성향이 강합니다.
한 가지에 홀딱 빠져버리면 옆에서 무슨 일이 나도 모릅니다.
하지만 평소엔 상당히 산만해서
자기가 하기 싫은 과제를 해야 하는 경우,
옆에서 작은 자극만 주어져도 금새 흐트러집니다.
재미의 역치가 아주아주 높아야 집중력이 발휘되는 스타일이죠.
사실 이런 아이들은 미디어 중독이 되기 쉽습니다.
게다가 저는 직장을 다니고 낮엔 아줌마만 집에 있으니 일일히 감시할수도 없죠.
아이가 5세때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해봤는데
1달 하고 나니 득보다 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미련을 못버리고 영어 프로그램도 사용했는데
역시 게임스러운 마우스의 터치에 엄청나게 열광하더군요.
그림책 작가의 홈피에 들어가서 관련된 게임을 시켰더니 거의 중독 증상을 보여
그날부터 집에서 데스크탑 컴퓨터를 없애고
노트북으로 바꿔 남편이 출퇴근시 들고 다닙니다.
물론 아이는 몇날 며칠 울고불고 야단이었지만
곧 잠잠해지더군요.
7세때는 닌텐도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뤘습니다.
주변에 닌텐도 가진 친구들이 많으니 자기도 사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여러차례 아이한테 게임중독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설득했습니다.
아이는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게임중독의 폐해를 설명해주니(약간의 뻥도 섞어서)
마침내(거의 1년 걸렸습니다. ^^;;) 동의하더군요.
하지만 아직도 사촌형 집에 가면 닌텐도 위를 하며 혼연일체가 되곤 합니다.
아이가 이러하니 비디오 노출도 조심스러웠습니다.
아이 6세때 까이유, 맥스와 루비, 도라도라 등 비디오를 틀어줬으나
그닥 재미가 없는지라 잠시 보고 시큰둥하더군요.
미디오 중독 성향이 심한 아이라서 저 또한 크게 비디오에 방점을 찍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이는 7세 들어 디즈니, 픽사류의 영화에 열광하게 되어 DVD를 많이 구입해줬더니
한국어 더빙이 있는것을 알고 줄창 더빙을 틀고 봐서 영어공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엄마표 영어의 주된 축이 비디오 보기인데
명색이 무늬만 엄마표 4년차인데 비디오 보기가 안착이 안되었다는게 좀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큰맘 먹고 비디오 몇편을 구입했습니다.
먼저 제로니모 1집.
한국어 더빙이 없어 구입했더니 캐릭터를 이미 알던 터라 아이가 즐겁게 보더군요.
하지만 2주만에 그 열정이 사그러들었습니다.
아직 영어로만 듣기에 실력이 부족했던것 같습니다.
우리말로 들어야 재미를 충분히 느낄텐데 영어다보니 그닥 재미를 못느낀거죠.
이후 아서 DVD를 보여줬습니다.(역시 우리말 더빙이 없었습니다)
마침 아서 어드벤쳐를 도서관에서 빌려보며 같이 보여주니 그럭저럭 조금 보더군요.
하지만 이것도 2주쯤 지나니 시들해져서 아무리 보라 해도 안보더군요.
제로니모보다 쉽고 책과 비슷한 내용(대사가 거의 같더군요)이 많아
엄마 입장에서는 영어 학습에 참 도움이 될것 같았는데 말이죠.
그리고나서 세번째 떡밥으로 아바타:아앙의 전설을 보여줬어요.
아이는 표지를 보더니 엄청 흥분하며 좋아하고
영화 볼 생각으로 밤에 7시간밖에 안자는 기염을 토하더군요.
근데.. 문제는 역시 한국어 더빙이었습니다!
사실 한국어 더빙때문에 계속 망설이고 미루다가 구입한건데요...
제가 집에 있으면 그나마 영어소리+한글자막으로 보는데(가뭄에 콩나듯 무자막도 보고)
제가 없는 그 긴 낮시간동안 주구장창 한국어 더빙으로 신나게 보더군요.
방금전에 전화해보니 둘째가 일릅니다.
-엄마, 형아가 아침에도 아바타 봤는데 태권도 다녀오고(1~2시) 또 아바타 봐!!
으이구. 제가 제 무덤을 팠지 뭡니까.
차라리 아바타를 안보여줬다면 평소처럼 만화책 보던가 다른 책도 좀 볼텐데...(독서를 좋아합니다)
제가 너무 어마어마한 떡밥을 던져줬으니 완죤 생쥐앞에 치즈 올려준 격이 되었지 뭐에요.
아흑~ 돈은 돈대로 들고, 애 영어는 하나도 안늘고, 애는 독서할 시간 빼앗기고..
이래저래 남는건 하나도 없는, 오히려 손해 막심한 결과를 낳았답니다.
그냥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소박하게 책 읽기 연습과 집중듣기로 가늘고 길게 명맥을 이어갔어야 했는데
겨울 방학 대박을 꿈꾸던 엄마의 욕심으로 인해 아이는 미디어의 수렁에 빠져들어갔습니다.
쑥쑥맘님들.
잘 하는 아이들 진행기 보면 영어 DVD가 꼭 나오니까 욕심 나시죠?
조심 하세요. 저희집 꼴 되시지 않으려면요...
눈물로 이 글을 적으면서(아흑!~)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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