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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향 남아의 영어 DVD 실패기

  • 개구쟁이맘
  • |
  • 2011-01-21
54

아이마다 다르겠지만 저희집 큰 아이(9세 남아)는 중독 성향이 강합니다.

한 가지에 홀딱 빠져버리면 옆에서 무슨 일이 나도 모릅니다.

하지만 평소엔 상당히 산만해서

자기가 하기 싫은 과제를 해야 하는 경우,

옆에서 작은 자극만 주어져도 금새 흐트러집니다.

 

재미의 역치가 아주아주 높아야 집중력이 발휘되는 스타일이죠.

사실 이런 아이들은 미디어 중독이 되기 쉽습니다.

게다가 저는 직장을 다니고 낮엔 아줌마만 집에 있으니 일일히 감시할수도 없죠.

 

아이가 5세때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해봤는데

1달 하고 나니 득보다 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미련을 못버리고 영어 프로그램도 사용했는데

역시 게임스러운 마우스의 터치에 엄청나게 열광하더군요.

그림책 작가의 홈피에 들어가서 관련된 게임을 시켰더니 거의 중독 증상을 보여

그날부터 집에서 데스크탑 컴퓨터를 없애고

노트북으로 바꿔 남편이 출퇴근시 들고 다닙니다.

물론 아이는 몇날 며칠 울고불고 야단이었지만

곧 잠잠해지더군요.

 

7세때는 닌텐도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뤘습니다.

주변에 닌텐도 가진 친구들이 많으니 자기도 사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여러차례 아이한테 게임중독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설득했습니다.

아이는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게임중독의 폐해를 설명해주니(약간의 뻥도 섞어서)

마침내(거의 1년 걸렸습니다. ^^;;) 동의하더군요.

하지만 아직도 사촌형 집에 가면 닌텐도 위를 하며 혼연일체가 되곤 합니다.

 

아이가 이러하니 비디오 노출도 조심스러웠습니다.

아이 6세때 까이유, 맥스와 루비, 도라도라 등 비디오를 틀어줬으나

그닥 재미가 없는지라 잠시 보고 시큰둥하더군요.

미디오 중독 성향이 심한 아이라서 저 또한 크게 비디오에 방점을 찍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이는 7세 들어 디즈니, 픽사류의 영화에 열광하게 되어 DVD를 많이 구입해줬더니

한국어 더빙이 있는것을 알고 줄창 더빙을 틀고 봐서 영어공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엄마표 영어의 주된 축이 비디오 보기인데

명색이 무늬만 엄마표 4년차인데 비디오 보기가 안착이 안되었다는게 좀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큰맘 먹고 비디오 몇편을 구입했습니다.

 

먼저 제로니모 1집.

한국어 더빙이 없어 구입했더니 캐릭터를 이미 알던 터라 아이가 즐겁게 보더군요.

하지만 2주만에 그 열정이 사그러들었습니다.

아직 영어로만 듣기에 실력이 부족했던것 같습니다.

우리말로 들어야 재미를 충분히 느낄텐데 영어다보니 그닥 재미를 못느낀거죠.

 

이후 아서 DVD를 보여줬습니다.(역시 우리말 더빙이 없었습니다)

마침 아서 어드벤쳐를 도서관에서 빌려보며 같이 보여주니 그럭저럭 조금 보더군요.

하지만 이것도 2주쯤 지나니 시들해져서 아무리 보라 해도 안보더군요.

제로니모보다 쉽고 책과 비슷한 내용(대사가 거의 같더군요)이 많아

엄마 입장에서는 영어 학습에 참 도움이 될것 같았는데 말이죠.

 

그리고나서 세번째 떡밥으로 아바타:아앙의 전설을 보여줬어요.

아이는 표지를 보더니 엄청 흥분하며 좋아하고

영화 볼 생각으로 밤에 7시간밖에 안자는 기염을 토하더군요.

근데.. 문제는 역시 한국어 더빙이었습니다!

사실 한국어 더빙때문에 계속 망설이고 미루다가 구입한건데요...

제가 집에 있으면 그나마 영어소리+한글자막으로 보는데(가뭄에 콩나듯 무자막도 보고)

제가 없는 그 긴 낮시간동안 주구장창 한국어 더빙으로 신나게 보더군요.

방금전에 전화해보니 둘째가 일릅니다.

-엄마, 형아가 아침에도 아바타 봤는데 태권도 다녀오고(1~2시) 또 아바타 봐!!

 

으이구. 제가 제 무덤을 팠지 뭡니까.

차라리 아바타를 안보여줬다면 평소처럼 만화책 보던가 다른 책도 좀 볼텐데...(독서를 좋아합니다)

제가 너무 어마어마한 떡밥을 던져줬으니 완죤 생쥐앞에 치즈 올려준 격이 되었지 뭐에요.

 

아흑~ 돈은 돈대로 들고, 애 영어는 하나도 안늘고, 애는 독서할 시간 빼앗기고..

이래저래 남는건 하나도 없는, 오히려 손해 막심한 결과를 낳았답니다.

 

그냥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소박하게 책 읽기 연습과 집중듣기로 가늘고 길게 명맥을 이어갔어야 했는데

겨울 방학 대박을 꿈꾸던 엄마의 욕심으로 인해 아이는 미디어의 수렁에 빠져들어갔습니다.

 

쑥쑥맘님들.

잘 하는 아이들 진행기 보면 영어 DVD가 꼭 나오니까 욕심 나시죠?

조심 하세요. 저희집 꼴 되시지 않으려면요...

눈물로 이 글을 적으면서(아흑!~)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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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샛별마을
  • |
  • 2011-01-28 15:24
답댓글

저희 둘째도 요새 dvd에 푹 빠져서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보면 안돼?

하고 물을 때가 많아요. 아침에는 유치원 가야하니까 사정상 여의치가 않아

유치원 다녀와서 봐라 하는데... 제가 댓글 쓰고 있는 지금도 언니랑 나란히 앉아 열심히

톰소여의 모험을 영어로 보고 있네요. 큰 딸의 영향으로 항상 영어dvd 만 틀어놨던 터라

거부감이 심하지는 않은데 둘째는 어쩌다가 한글로 보면 안되냐고 그래요

한 번 보여줬더니 그 담부터는 계속 한글로만 보려고 하지 뭡니까?

그래서 아예 한글로는 못 보게 하는 걸로 제가 금지 시켜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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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쟁이맘
  • |
  • 2011-01-28 16:31
비디오 보는게 일종의 오락이라서... 무조건 한국어 더빙을 금지 시키기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언니가 영어로 보는게 습관이 들었으니 조금 나을겁니다.
저희 둘째도 영어 틀어놓으면 너무 싫어해서 제가 앉아서 말해주며 보기도 했지만
좀 더 영어 내공이 쌓여야 편안해할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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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량이
  • |
  • 2011-01-28 14:34
답댓글

저와 비슷하네요 게임좋아하고 남자아이가 좋아한다고 산 영어책 dvd다 실패했는데 참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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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윤사랑
  • |
  • 2011-01-27 13:49
답댓글

저희아이와 나이도 성향도 같아 개구쟁이맘님의 글 챙겨보고 있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저희도 아앙에 열광합니다.

컴퓨터게임에 열광하사 게임하지 않을때는 그림그려가며 작전짜고 있습니다.

 

게임은

1. 게임으로 인한 사건사고 사실대로 전달(이표현 그대로 감정섞지 않고 이런일 있어라고)해줍니다.

   (PC방에서 사망사고, 부모가 자식방치한 것, 자식이 부모죽인것--살벌하죠?) 

  

   게임이라는 것이 빠져들면 사람을 그렇게도 만드는 거라서

   엄마아빠가 걱정하는 거다라고 이야기 합니다(기분 좋을때)

 

2. 주말에만 닌텐도 1시간할 수 있어 평일에는 보드게임  같이 하면서 풀려고 노력합니다.

 

아앙의 전설은

1. 아예 자막없는 걸로 보여줬고

2. 소리 따서 흘려듣기해줍니다.

3. 책이 있더라구요.쑥몰것이 아니라 링크하기는 그렇고...

글밥 꽤되고 서체도 눈에 익지 않아 저는 내키지 않았는데 죽으나 사나 들고 있습니다.

(영어책 절대 스스로 잡지 않는 아이인데...)

 

쑥에 있는 아이들을 보며,  

한 때 '내가 이렇게 너를 위해 애쓰는데 넌 왜...'라는 마음이 있었죠.

엄마욕심을 조금(정말 쪼금) 내려놓으니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애쓰고, 또 잘 찾아가고 있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우리 개구장이들 잘 찾아갈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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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쟁이맘
  • |
  • 2011-01-28 10:00
비슷한 아들을 두신 분이군요. ^^
아이가 뭔가 홀딱 빠지면 조절하기 어려우실텐데
그래도 닌텐도 시간이나 컴 게임 시간 약속을 잘 지키나보네요.

사실 저도 언제까지 이렇게 차단할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5~6학년 되어 친구들끼리 어울려다니면 닌텐도는 절대 피할수 없는것이 될텐데 말이에요.
혹 그때 닌따가 되어 하는수 없이 사줄지도 모르구요...

하지만 일단 그 나이가 되기전에
아이한테 충분히 게임기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게임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재미삼아 할 수 있는 것들(보드게임, 책읽기, 운동)을 하도록 격려해주고 있답니다.

학습에 대해서는 기대치를 많이 낮춰놨어요.
그래도 요즘엔 좀 컸다고 30분 정도 집중하는것은 많이 쉬워졌어요.
일기도 혼자서 못썼는데 요즘엔 좀 쓰더군요.(내용은 안습이지만요..)

아~ 이렇게 조금씩 커가는구나 싶어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요.
물론 잘하는 애들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지만
저희 아이 싸이클에만 맞춰서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민윤맘님도 아이를 위해 노력하신 느낌이 많이 드네요.
키우기 어려운 아이지만, 그만큼 엄마도 아이를 키우며 성숙해지는것 같아
한편으로 '인생이란게 이런거구나' 하고 느끼기도 한답니다.

정감어린 댓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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