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게시판에 고등어맘님이 아주 재미있는 글을 쓰셨어요.
http://www.suksuk.co.kr/momboard/read.php?table=BEB_003&number=4843
그거 읽고 생각나는 일화가 있어서.
남편 동료 K씨의 얘기입니다.
그 양반 너그러워서 내가 여기 글 써도 암말 않을 겁니다.
그 양반 얼마 전 기분 좋다고 한턱 내셨습니다.
이유는 그집 둘째인 아들이 인문계 고등학교를 무사히 진학해서입니다.
참나, 특목고도 아니고 인문계 고등학교 갔다고 잔치를 하냐?
그 댁 사모님이 아주 독특하십니다.
"공부 잘 할 거 없다. 인간은 그저 착해야한다."
사모님의 철학 덕분인지 그 집 둘째가 어려서부터 희안합니다.
아주 상냥하기가 동네가 떠들썩할 정도입니다.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미소 지어주고
말 되면서부터 허리가 고부라지게 인사를 해서 인기가 짱입니다.
중학교 때 이사를 했는데, (그럼 어지간히 큰 거 아닙니까?)
거기 가서도 일주일만에 남녀노소 동네 사람을 모두 사귀었습니다.
다른 동 경비 아저씨까지 알고 지내니 참나 희안한 녀석이죠.
이 착한 아드님이 문제가 있으니 공부를 몬하는 기라예.
뭐, 아쉬운 것도 없고, 왜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는지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세상은 이리 아름다운데, 만나 얘기 나눌 사람도 이리 많은데
언제 책상에 앉아 고개 박고 공부하겠습니까?
애 엄마에게 맡겼단 아들 고등학교도 못 가겠다고
드디어 K씨가 나서 매일 밤 공부를 시키는데 복장이 터집니다.
아빠가 소리를 지르면 "아유, 아빠가 힘들어서 어떡해?"
애가 아빠를 안쓰러워 한다네요.
이런 노력 끝에 인문계 고등학교에 드디어 입성합니다. 휴---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 녀석 길 건너다 신호위반 차에 살짝 치였습니다.
어린애가 뭐 아나요. 멍하니 있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다 달려들었습니다.
문방구 아저씨가 차 앞에 막아서고요
동네 할아버지가 운전사를 끌어내렸습니다.
온 동네 화합하여 후다닥 조치, 아이는 무사히 병원에 갑니다.
그날 저녁 발에 붕대 말고 들어온 아들 보고
사모님: 니 와 인제 오노?
아들: 다리를 다칬으예.
사모님: 먼 짓 하다 다리를 그래가 오노?
아들: 차에 치있으예.
사모님: 뱅원엔 우찌 갔노?
아들: **할배하고 00아자씨하고 갔다왔으예.
사모님: 밥 묵고 한 잠 푹 자고 인나라. 숙제 할끼가?
그날 밤 사모님이 남편 K씨에게 그랬답니다.
"거 봐라, 착하면 다 사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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