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간만에 글을 씁니다. 사실은 들어온지도 꽤 된 것 같네요. 아이가 2,3학년이었던 시절, 쑥쑥폐인이 되어^^ 열심히 들락거렸는데, 그 아이가 지금은 5학년이 됩니다. 당시 딸은 챕터북의 매력에 빠져 책이나 실컷 읽자며 다니던 학원을 그만 둔 상태였고, 저는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는 있었지만 시간이 널널했던 엄마였던지라 하릴없이 쑥쑥에 와서 책에 관한 정보들을 알뜰살뜰 긁어모으곤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면 그 짧은 엄마표(라고는 말 못하고요,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쑥쑥표^^)영어 시절이
딸의 영어에 가장 빛나는 시기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제 딸 같은 경우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었어요. 지금도 책 보다 좋은 게 너무 많지요.
(아이의 한계)
저는 태생이 게으르고 양육방법은 자유 방임론에 가까운 엉망진창 엉마이기 때문에
책 안 읽는 애 옆에서 세심하게 살피고 함께 읽으며 관심을 유도하긴 애초에 어려웠습니다.
(엄마의 한계)
그러다 보니 책으로 영어 수준을 올리긴 힘든 상황이었는데 소위 대박나는 몇 몇 책들이 있어서 그나마 오디오북과 함께 아이의 영어 실력이 성장할 수 있었답니다.
초등학교 1학년때는Junnie B에 미쳐(이런 표현..용서하세요) 하루 종일 주니비의 그 찢어지는 목소리를 들어야 했는데 조용하고 우아한 생활을 사랑하여 애도 하나만 낳은 저에게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었죠. 나름 참기는 했는데 나중엔 시끄럽다고 짜증도 좀 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Magic Tree House로 이어졌고 시들해지나 했더니 The secret of droon을 발견, 오디오 없으면 책도 잘 안읽던 아이의 손에서 책이 안떨어지는 기적을 경험하기도 했었죠.(쓰다보니 무슨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 간증하는 분위기^^) 아무튼 그 책은 딸에게 영어책의 재미를 알려준 우리에겐 잊을 수 없는, 참 고마운 책이었어요. 그 후로 생애 최초로 불붙은 아이의 독서열을(영어책만요, 재미가 지상 최대의 목적이자 삶의 이유인 아이라 한국책은 너무 교훈적이고 재미없다고 잘 안읽어요, 문제죠.) 이어가기 위해서 집 앞에 책 빌려주는 곳에 등록했는데 그 때 거기 있는 읽기 레벨 3~4정도의 책은 다 읽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이의 영어도 성장했죠.
영어 잘 하는 애들, 정말 많지만 그 시절 딸의 영어에 외국인 선생님들이 했던 공통되는 칭찬은 "화려한 어휘"였습니다. 이건 책으로만 가능한 거죠. 사실 살다와도 안될 수 있는..왜 이렇게 생각하냐면 우리 딸의 한국말 어휘는 화려하지 않거든요. 까다롭게 평가하자면 좀 빈약하달까? 사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어휘력을 키우려면 책을 읽는 게 맞는 방법이겠죠.
책에 빠져 살던 그 달콤했던 시간 이후, 딸은 학원으로 돌아갔고 저는 꽤 바쁘게 일하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딸의 영어를 돌아보니 제가 경계하던 '학원 영어'를 하고 있더군요. 학원 영어는 학원 다니면서 책 거의 안읽고, 혹은 못읽고 따박따박 학원 숙제만 해갈때 주로 나타나는 증상인데(물론 제가 그냥 만든 말이에요^^)학원 레벨은 계속 올라가지만 그 레벨의 다른 책은 실질적으로 잘 못읽는 경우를 일컫는 단어랄까요?
그래서 얼마 전에는 극약처방으로 Princess Diaries 를 던져줬더니 책이 무슨 구제역 전염병인냥 며칠동안 본체 만체 옆에도 가지 않더만 어제 할 일이 진짜 없었는지 몇 장 뒤적거리더니 꼼짝않고 3시간동안 책을 읽는, 그녀로서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러더니 당장 2권을 사내라며 저를 협박하네요. 저는 이거 1편밖에 안읽긴 했지만 미국 고딩들 담배 피우는 얘기, 연예인들 목록 만들어서 누구 가슴이 진짜이고 가짜일까 표 만드는 짓..등등 한국 초딩한테 이 책을 별로 권장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다시 이렇게 쑥쑥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좋은 책 리스트를 얻고, 대박났던 책들 소개받고.. 여기만큼 풍요롭게 책이야기 구경할 수 있었던 곳은 없었던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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