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쑥쑥에 처음 글을 남긴 게 아이 1학년 가을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티모네시 유치원>을 한달 정도 보더니 통째로 외워서 번역 하는 모습을 보고
기대반 걱정반으로 며칠을 고민 했습니다.
걱정의 요지는, 영어 영재(?)일지도 모르는데 이런 식으로만 진행하면 안 될텐데 하는..
엄마인 내가 뭔가 해줘야하는데 뭘 해줘야 하나. 그래서 문의글을 올렸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의글 올린 거 많이 후회했습니다. ^^;;
딸아이는 그 무렵 학교 방과후 영어교실에 다니며 파닉스를 쉬엄쉬엄
배우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간혹 치르는 테스트도 재미있다 했고 저는 크게 관심두지 않았습니다.
다른 아이들 원어민 학원이다 엄마표다 일찍부터 시작했는데 아무 것도 안 할수 없어
방과후 교실이라도 시작해보자 했던거니까요.
그런데, 그 '티모시네 통번역' 사건 후로 비극 아닌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두통이 생길때까지 쑥쑥 게시판을 뒤지고 여러 영어지도서를 읽으며
리더스와 dvd, 교재를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까지 없던 tv도 거금주고 마련했습니다.
아이 옆에 찰싹 붙어 앉아 발음, 철자, 표정까지 시시콜콜 체크하면서
칭찬 한마디 없이 몰아붙이기만 했습니다. 참 무모했습니다.
그 땐 제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제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질수록 혼자 알아서 하던 흘려듣기를 안하는겁니다.
보다못해 제가 챙겨서 오디오를 틀어 놓으면 아이는 어느새 꺼놓고...
급기야 듣기 싫다는 소리를 했습니다.
1학년 가을부터 2학년 봄까지 불과 몇 달 사이에 아이는 영어에 흥미를 잃었습니다.
그러던 중 결정적 사건이 터졌습니다.
학교 영어동화구연 대회 참가...
남편과 큰소리까지 내면서 준비를 시켰으니 여러분들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에휴...
어쨌든 제가 아니라 남편이 달래가며 준비시켜 원하는 상도 받았는데
그 후로, 엄마가 왜 영어선생님까지 하려고 하느냐며
엄마와는 절대로 영어를 하지 않겠다 선언합니다.
또, 잘 다니던 방과후 영어교실은 아이들이 너무 많아 싫다 합니다.
아~ 1학년 가을부터 2학년 여름 불과 몇 달 사이에
아이는 엄마를 너무 미워하게 되었고 영어도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2학년 여름 어쩔 수 없이 학원 몇 곳에서 테스트를 받게했습니다.
아이가 이런 테스트 받는 학원은 싫다며 키즈***, 키즈** 등등
유치부 중심인 곳으로 보내달랍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저는 엄마표 영어가 아니면 죄를 짓는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집에서 잘 해 줄 것이지 그것도 아니면서요.
제가 지은 죄값을 치른다는 맘으로 2학년 여름부터 아이가 원하는 학원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학원 셔틀 타는 아이는 너무 즐거워하는데(아무래도 유치원 셔틀 타는 기분이었나봐요)
저는 꼭 수용소로 보내는 맘이었네요^^;;
학원에서도 시작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두어달 동안은 100%원어민 수업이 너무 힘들다며 어깨가 축 쳐졌습니다.
숙제도 제대로 못 알아 들어 버벅거리고...살짝 눈물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선택은 네가 한 것이니 3개월은 해 봐야 한다 그 때도 힘들면 다시 생각해보자며
다독임 반, 버티기 반 뭐 그렇게 지냈습니다.
2학년 겨울 무렵부터는 신나서 다니기 시작했고
예비 4학년인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습니다. 벌써 4학년이네요.
숙제나 테스트 준비도 혼자 알아서 다 하고 학원에서 주는 상도 곧잘 받아옵니다.
작년 여름부터 book report 숙제도 있었는데 아이가 저 모르게 혼자 해 갔다는 걸
나중에 알게되었습니다.
이유는 뭐 뻔하죠. 엄마 간섭 들어오기 시작하면...상상 그 이상이 될테니까요.
아이는 원어민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며 잘 다니고 있는데(학원을 옮기든 집에서 하든
지금 선생님들을 다 모시고 와야 한다며...)
항상 제가 먼저 고민을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유치부 중심 학원이라 초등 고학년이 거의 없는 것도 고민이고
다른 어학원에 비해 너무 느슨하게 진행되는 것도 고민이고.
해서, 엄마표가 안 된다면 청*어학원으로 옮겨야 되지 않나 싶어
겨울방학 끝무렵에 테스트도 받았습니다.
아이는 테스트 난이도에 약간 놀란듯 했습니다.
레벨...무시하고 싶지만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와 더 고민됐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배정 받은 레벨에서 다루는 내용을 보니 터무니 없이 어려워 선뜻
결정할 수가 없어 명절 내내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아이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고 물어보니
영어를 더 잘하려면 학원을 옮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대답합니다.
옮기기는 싫은데 테스트 받아보니 자기가 너무 쉬운 것만 배운거 아니냐고.
어학원 테스트라면 질색하던 아이가 이런 생각까지 하는 걸 보니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은 지금 다니는 학원을 한학기 더 다니면서
집중듣기도 하고 낭독도 열심히 하자로 정했습니다.
엄마 때문에 영어를 싫어하던 아이는 국내 최고 영어학원 세우는 게 꿈이 되었고
(아무래도 학원 원장님이 좋아보이나봐요. 자꾸 흉내를 내면서 깔깔거립니다)
엄마와 진행하는 집중듣기와 낭독도 마다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쑥에 올린 녹음 파일에 여러분들이 응원 댓글을 써주셔서
지금까지 흥미진진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녹음할 때마다 이것도 올려줄거야?하며 기대하기도 하고
어떨 땐, 이건 올리지마, 뭔가 부족해...하며 자기평가도 하고 있습니다.
봄방학이 되면 매직트리를 처음 시작해볼까 합니다.
처음이니 소리듣기부터 해야겠죠?
작년까지는 소리도 듣기 싫다더니 얼마전 우연히 소리를 듣고는
참 좋다며 무슨 책인지 사달라 합니다. 흐흐 그 날 바로 구입해서 잘 모셔놨습니다.
매직스쿨버스dvd, 쥬니비...모두 작년 가을까지는 싫다 하던 것들인데
이젠 재미있다며 조금씩 찾습니다.
다른 또래보다 레벨이 더디게 나가는 것 같지만 기다려야죠.
또 미움 받으면 안 되니까요.
아이가 커갈수록 많은 것을 가지고 더 자주 오래 고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고민을 불러오는 것은 제 욕심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와서 아이 1학년때를 돌이켜보면 제가 부린 욕심에 어이없고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마음을 다스려야죠.
겨울방학동안 작성한 낭독일지와 DK Readers1 섀도우녹음파일도 올립니다.
DK Readers1이 오디오 속도는 느리지만 저는 이 소리가 참 좋아요.
저도 이런 진행기 꼭 올리고 싶었는데 드디어 마무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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