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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 다음날

  • 빨강머리앤
  • |
  • 2011-03-03
21

작은 아이가 초등입학을 했습니다.

오~~래된 학교인데 늘 지나가며 보면 산뜻하게 색칠해져있길래 그 안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어제 안으로 들어가보니 오~~~래된 학교 맞더군요.

계단과 복도 그득히 족히 1cm 쯤은 되어보이는 암울한 빛의 먼지들과

가장자리가 벗겨지고 뜯겨져 나간 책상과

테니스공 십자칼집 내어 만든 나름 의자 발싸개 역시

벗겨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는 관계로 짝다리가 되어 뛰뚱뛰뚱한 의자가 되었고..

마치 우리 어릴때나 들었을 법한 날카로운 차렷! 교장선생님께 경롓! 소리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어제는 아무런 오리엔테이션 없이 입학식이 끝난 강당에서 아이 데리고 가라더군요.

어째서 주렁주렁 창문에 매달린 엄마들에게 따뜻하게 "안녕하세요. 어머니들. 제가 담임을 맡은 000입니다. 첫날이라 너무 긴장되시지요? 너무 걱정마세요." 따위의 멘트를 할 수 없는건지..

오늘도.. 기대에 잔뜩 부푼 우리 딸은 엄마가 곱게 땋아놓은 양갈래 디스코 머리를 찰랑거리며 학교로 뛰어갔습니다.

여전히 뛰뚱거리는 의자에 앉는 우리 딸이 참으로 안스러웠지만

엄마는 집에 갔다가 끝나기 전에 오겠다 하고 학교를 나섰습니다.

학교 앞에서 죽치고 앉아 아이만 기다리는 엄마가 되지 않는다고 이미 큰 애 이전에 생각해 놓은 것이었기에..

우리 아이는

새 학용품이 거의 없네요.

크레파스 하나 사주었고 색연필. 필통. 연필. 지우개. 종합장. 실내화 신발주머니 몽땅 다 집에서 혹은 유치원에서 쓰던 것 그대로 가져갔습니다. 심지어 운동화마저 언니 신던 거 물려신고 갔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불평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딸이 고맙고 대견할 뿐입니다. 새 거 사줄 필요 전혀 없답니다. 낭비라면서.. (어이구. 기특.. 내 딸이지만 유치원에서 너무 교육을 잘 받은 것 같아요. 흐흐)

주변을 둘러보고 여러가지 환경을 보며 걱정하는 것은 엄마뿐입니다.

아이는 새로이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한 기대로 들떠있고

책상이 벗겨졌는지 화장실이 더러운지. 복도에 먼지가 한가득인지 등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아이의 미소는 그런 것과는 관계가 없는데

못난 엄마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나봅니다.

두툴두툴한 책상에, 높이도 맞지않는 의자에, 꼬린내 진동하던 화장실을 사용하고 차별과 폭력을 일삼던 선생님의 행동조차도 전혀 이상하다 여기지 않았던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이 말입니다. ㅋㅋ

어쨌든 두 아이가 다 학교를 가니 기분이 묘~~ 합니다.

이제 조금 어른이 된 것 같고 학부형이 된 것 같아요.

신입생 엄마들.. 3월 한달 아이도 엄마도 적응 잘 하시고

아이가 학교를 즐거이 다닐 수 있도록 엄마의 기우는 감추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신나는 첫 달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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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rpediem
  • |
  • 2011-03-05 18:07
답댓글
근데 왜 초등 1학년 선생님들은 그리 근엄하시고 엄마들 도움을 당연시 할까요?    고등학교 공립학교 교사인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인데 말이죠.. 참.. 제 딸.. 엄마 4시간 수업 내내 공부만 해... "어떻게?"라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쭉 읽어 주시고 노래 하나 배우고.. 뭐 그래"라고 하네요.. 고등학교 아이들도 수업 지루할까봐 파워포인트에, 서로 interaction하고 질문대답하고.. 그러는데... 1학년 아이들을 4시간동안 쭉쭉 수업만 한다니... 쓴웃음 나왔습니다.. 하긴.. 1학년은 졸지 않겠군요.. 지루한 표정도 못 짓구요... 참... 엄마들께서 초1때의 마음의 1/100 만큼만 고등학교 담임에게 보여준다면.. 아마.. 제 생각에.. 그 담임.. 1년내내 그 학부모님 못 잊을껄요...촌지는 물론(이미 안받는 선생으로들 아시고..주시는 분도 없지만... ) 만원짜리 바디 로션도 돌려보내는 제가... 연로하신 제 아이 담임에게... 참.. 어찌해야 할지... 고민 너무 됩니다..벌써 급식 시작해서 엄마들이 돕고 있다는데..담임선생님께 제일먼저 식사 떠 드린답니다.. 하하.. 왜 본인이 안 떠 드실까요? 저도 초등교사하고 싶네요..쩝.. 전 학교에서 수업 4교시 있는 날엔 4교시 후 곧장 담임맡고 있는 반에 가서 급식 지도 하고.. 20분 늦게 식사 하러 가는데.. 급식 지도가 넘 늦어 교실에서 한번 먹었더니.. 한 아이가 "샘.. 여기서 드시면 공짜 아니에요?" 순간.. 더럽고 치사해서.. 욕 나올 뻔 한 적도 있답니다.. 이상은.... 수업준비도, 수업 연구도, 야자 감독까지도 하는 고교 교사의 초등1학년 담임을 샘나해서 한 푸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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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혜맘
  • |
  • 2011-03-04 20:57
답댓글

앤님 둘째마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유게를 떠나시니..너무 허전해요..

입학 축하드려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유게에게도 자주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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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1-03-05 09:25
저 유게 자주 갈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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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피님
  • |
  • 2011-03-04 15:56
답댓글

가은이 입학식 댕겨오셨죠...

아직 시설이 낧은 곳이 많은 것 같아요... 아파트도 새아파트, 학교도 새 학교가 시설은 좋은 듯 합니다.

 

저도 다은이 입학식 댕겨 왔어요... 강당이 어찌나 작던지 아이들 들어가니 더는 못 들어갈것 같고.......

50대 중반의 여 선생님을 보며 약간은 속이 상했죠............

옆반 선생님은 얼마나 젊던지.........

하지만 딸 아이는 전혀 신경 안 쓰며 한 마디 하더군요... "엄마 옆반 선생님은 정말 예뻐."

그래서 우리 딸에게 "너희 선생님은 경험이 많으셔서 공부하는 방법, 친구들 사귀는 법 등 많은 것을 알고

계시니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봐."

 

저는 압니다. 선생님은 일단 예뻐야 한다는 것을...... 유치원생도 예쁜 선생님에게 집중력이

더 높게 나타난다고 하더라구요..

중고등학생도 젊고 예쁜 선생님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는 걸........

 

여하튼 다은이는 신나라 합니다.

참고로 우리 딸 대한민국 3% 키를 자랑하는데 같은 반에 3% 한명, 1% 한명.......

키 순으로 한 3번째 될 것 같아 저희 부부는 그저 행복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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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1-03-04 20:17
요피님도 이쁘세요. ^^
울 딸반에도 더 작은 애가 한명 있는 듯... 저도 안도의 한숨을...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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