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제게 부탁이라곤 없는 남편이 그럽니다.
"쑥쑥의 빽 좀 빌리자."
말이 즉슨, 김민기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우리 시대 우리의 아픔 때문에 그를 희생시킨 게 가슴 아프다,
그의 중년 이후의 삶이 녹아든 학전 극장이 20년 기념 공연을 하는데,
어린이 공연을 기획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 학전 공연 좀 알려지게 당신이 이바구좀 해주라.,
주저리 주저리...
그리고 쿠션 만큼 두꺼운 그에 대한 평전을 사들고 배를 깔고 읽으며
그의 독백인지 푸념인 듯한 나즈막한 노래를 듣네요.
김민기를 아십니까? 그럼 아침이슬 노래는 아시지요?
긴 밤 지새우고 풀잎 마다 맺힌
진주 보다 더 고운 저 아침이슬 처럼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70, 80년 대 수많은 젊은이들이 독재 정권에 맞서 몸을 던진
일을 쑥쑥의 몇 엄마가 아시는지 모르겠어요.
광주 민주항쟁 때 저는 고등학생이었고 격변의 80년대 대학을 다녔지만
전, 뭐 빼닥구두 신고 까불고 댕기느라 시대의 아픔을 잘 몰랐던 시대의 날라리입니다.
캠퍼스에서 선배가 반정부 구호를 외치다 끌려가고, 친한 친구가 사회과학 써클에서 공부하다
소위 말하는 짭새(끄나풀 경찰)에게 속아 시위 날짜 알려주고
그 탓으로 다른 친구가 끌려가는 사태 때문에 자퇴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는데
난 그냥 빼닥구두 신고 까불고 댕겼고 그 친구의 희생으로 얻은 자유사회에서 혜택만 누립니다.
그 때 김민기씨는 모든 학생들의 정신을 독려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그럴 의도가 없었을 지라도 그가 지어낸 노랫말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거리에서 골목에서 뭉치게 만들었으니
그의 아릅다고 서정적인 혼자의 독백은 군중에 의해 열사의 노래로 바뀌고
그의 삶은 정권에 의해 올가미가 씌여져 쫓기지 않으면 갇히는 젊음을 보냅니다.
그가 쫓기는 삶에서 헤어나와 시작한 것이 학전 극장입니다.
다음은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기자의 말 일부입니다.
"김 대표의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학전 20주년’은 대단한 일이다. 숱한 스타들을 배출하며, 한국 공연 사상 최장기간(4000회) 무대에 오른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있고, 지상파 방송에서 탐을 내 가져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가 있었으며, 김광석·안치환·박학기·권진원·장필순·들국화·동물원·여행스케치·노찾사·유리상자 등 학전에서 시작된 소극장 라이브 콘서트는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는 친구다’를 비롯,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무적의 삼총사’ 등 어린이의 꿈과 고민을 담은 ‘학전 어린이 무대’ 시리즈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작업일 것이다." (3월 9일자 문화일보)
그 학전 극장이 20주년 기념 공연을 합니다.
어린이 극에 주력하려는데 아무래도 어린이극은 장사(?)가 안되서
자금 마련을 위한 목적이랍니다.
내로라하는 유명 뮤지컬 배우들이 다 학전 출신입니다.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한 뮤지컬은 다음 주부터, 그 이후에는 음악회 형식으로 진행되나 봅니다.
또 기사를 빌리자면,
"22일엔 동물원·강승원·박학기·권진원 등이 출연해 편안한 무대를 선보이고 23일은 ‘연주하는 민기 포크’라는 제목으로 김광민·이병우·노영심이 노래하고 연주한다. 24일엔 박상원·이문세가 출연해 가족같은 분위기의 공연을 선보이고 25일엔 정원영·이적·장기하가 음악이라는 고리로 새로운 빛을 만들어낸다. 26일엔 신대철과 신윤철 형제가 무대에 서고 27일엔 한대수와 강산에, 29일엔 황병기와 윤상이 등장한다. 그리고 30일엔 학전 20주년 기념 공연 마지막 무대인 만큼 김 대표의 오랜 친구들, 조영남·강근식·조원익·이장희·김세환·양희은 등이 한꺼번에 출연할 예정이다"
굉장하죠? 쑥쑥의 빽을 빌려 이 공연 소식을 알려달라는 남편의 부탁입니다.
이런 공연은 도와줘야한다, 그 자금으로 어린이극 만든단다,
어린이는 쑥쑥의 고객 아니냐, 운운하면서.

공식 사이트는 여기입니다. http://www.hakchon.co.kr/
저희 집도 표를 예매한 모양입니다.
저는 뮤지컬/연극 매들리 보러 다음 주말에 간답니다.
제 젊음에는 직접적 영향이 적었으나 (저의 모자람으로)
남편의 젊음을 서럽게도, 불타게도 했던 그니를 보러 갑니다.
하긴, 김민기씨야 나오겠어요. 워낙 수줍음이 심하다는데.
조국을 민주화시키는데 부지불식 간이든, 의도적이든 관여한 그에게 감사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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