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학년 자주방 4월 22일 금요일 문 열게요.
봄비가 무슨 장맛비처럼 내리네요.
상쾌하고 이쁘게 내리는 비를 보면 어릴 적 비 속을 뛰어다니던 추억이 떠오르는데
오늘처럼 어두운 하늘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별로 상쾌하지 않네요.
비면 다 같은 비일텐데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다니...
아이들도 그러겠지요?
다같은 아이들이지만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달라질테니요..
오늘은 제가 알고 있는 한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 가을에 처음 저한테 수업받으러 온 아인데요.
처음 한 달 동안 매일 혀를 내둘렀습니다.
꽤 어려운 수학책을 푸는데 별로 손대줄 것도 없이 척척척 잘도 풀어냅니다.
어쩌다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어떻게든 혼자 풀어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정 안되겠다 싶어 뭔가 실마리가 될 만한 말 한 마디 툭 던져주면
바로 "아~"하고 깨닫습니다.
여태 제가 본 아이 중에 수학 쪽으로는 정말 놀라운 아이였어요.
사람들 만날 때마다 진짜 어메이징한 아이라고 얼마나 칭찬을 했던지요...
그 아이가 도교육청 수학영재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습니다.
1차 필기 시험이 있었구요.
2차 면접(구술)시험이 있었는데 문제라는 것이 정답이 있는게 아니고
어느쪽을 선택하느냐....그렇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이걸 물어보더라구요.
어느쪽이냐...보다는 왜....에 중점을 둔 질문들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해를 못했어요.
그렇게 뛰어난 아이가 왜 떨어졌을까...이상하다...
그보다 못한 다른 아이는 합격했는데....뭐가 문제일까...
시간이 지난 뒤 깨달았어요.
창의력, 자기주도적, 능동적...이런 말과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요...
그 아이....자기 스케줄 모릅니다.
뭔가 질문을 하면 "몰라요" 하고 "엄마한테 물어봐야해요" 합니다.
스케줄에서 아주 작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정지상태입니다.
엄마는 고지식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고지식하기 보다는 상황대처능력이 없다고 봐야겠지요.
상황대처능력이란게 평소에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힘에서 나오는건데요...
아이가 머리도 좋고 수학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굉장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자기주도능력이 0%였으니
자기 생각을 말하는 시험에서 어찌 했을지 짐작이 가더군요.
엄마가....지금 씻어라..물 마셔라...옷 갈아입어라...어디 가서 서 있어라....
하나에서 열까지 다 말해줍니다.
그럼 아이는 생각이란걸 할 필요가 없게되는거죠.
그 아이를 보면서 많이 생각합니다.
제가 하이디하는 하는 말들을요...
아침에 일어나라..부터 시작해서
밥 먹어라..
씻어라..
옷 입어라..
썬크림 발라라...
책가방 매라...
하나 하나 다 말해주고 있더라구요...
그러다보면 점점 엄마의존도가 높아지겠지요.
휴...
그래서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준비물 놓고 가는 하이디한테 직접 챙겨주기보다는 "오늘 뭐 들은 날이더라?" 한마디 해줍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뭐 부터 할래?" 하고 묻습니다.
오랜 습관때문에 저도 모르게 "배드민턴 채 가져가리"하고 손에 쥐어줄 때도 있지만 엄청 노력중입니다.
요새 자기주도학습이란 이름으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이 과연 무엇일까요?
제 모습을 돌아보니 주간학습계획서 세울 때 엄마의 입김대로
수학은 이만큼 영어는 이만큼 미리 정해놓고 아이보고 지키라 합니다.
그래놓고 자기주도라고 하네요... 부끄럽습니다.
지금 당장 너 알아서 해라....하고 던져줄 수 없으니 하나씩 하나씩 해야겠어요
주간 계획 세울 때 이야기 더 많이 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날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나 하나 하이디에게 넘겨주려구요.
오늘의 다짐입니다.
자주방 어머님들...
진정한 자기 주도(학습뿐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가 되는 날까지 함께 가요
화이팅
피에쓰!!
다음 주부터는 희서맘님이 대문 열어주실거에요.
응원해주시고 관심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왕관...저녁때 넘길게요...
오늘 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3,4학년 자주방 마님들....감사해요..
덕분에 제일 좋은 선물을 받게 되었어요.
돌쇠동생에게 좀 미안해서 대놓고 좋아하기 쑥스러워서
가만있을까 했는데요..
또 감사인사를 안하고 넘어가면
버릇없다 그러실까 싶어
늦게나마 인사드려요..
다시한 번 큰 절 올려요.. 고마워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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