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큰아이가 일기를 혼자 못써서 걱정이 됩니다.
어려서부터 산만해서 엉덩이 붙이고 책상앞에 앉히는 것도 어려웠고,
소근육 발달이 늦은 아이라서 연필 쥐는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 성향상 본인이 좋아하는것에 과집중하고 관심없는것은 아예 불을 꺼버리는 스타일인지라,
일기를 쓰라하면 자기가 재밌고 즐거었던 경험에 대해서는 곧잘 쓰지만,
선생님이 내어주는 주제일기에 대해서는 단 한줄도 적지 못합니다.
이 녀석 글쓰기를 어떻게 지도할까 고민하다 먼저 말하기를 시도해보았습니다.
엄마: 어머니에 대해 생각나는 단어를 세가지 말해봐라.
아들: 눈썹
엄마: 왜?
아들: 그냥 생각이 나서
엄마: 왜 그런 생각이 나는지 이유가 있을거 아냐?
아들: 없어.
이런 식으로 말하기를 해서는 안될것 같아
접근법을 바꾸어보았습니다.
엄마: 울트라맨 가이아하면 떠오르는 단어 다섯개 말해봐.
아들: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가이아, 아그루, @@@, $$$, %%% (엄마는 기억못하는 각종 괴물 이름들)
엄마: 그럼 울트라맨 가이아를 보고 느낀 점을 말해봐.
아들: (눈을 빛내며 의욕적으로 말함) 가이아에 나오는 괴물들은 점점 더 다양하고 쎄게 나오고, 그때마다 가이아와 아고라도 점점 더 강해진다.
엄마: (갑자기 긴 문장으로 대답해서 놀람) 또?
아들: 과연 괴물들은 언제까지 나올 것인가?
엄마: 또?
아들: 가이아와 아고라가 합체될때 어떻게 변하는지 보고싶다.
기존 학교 교육의 틀에는 그닥 맞지는 않지만,
집중력과 사회성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기억력, 어휘력, 창의력, 추상적 사고력)에서는 평균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는 이 아이를
과연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늘 엄마의 큰 숙제거리입니다.
그래서 최근엔 (제가 전에 게시판에서 소개해드린) 멜 레빈의 <아이의 뇌를 읽으면 아이의 미래가 열린다>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학습 부진을 보이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소아과 의사로
'다양한 정신의 아이들'이란 센터를 만들어서 아이들의 강점을 키워주고 약점을 보완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부모는 물론 학교 선생님들과의 협조를 통해 아이가 본인의 약점을 극복하고 강점을 잘 발휘해서
훌륭한(자기 몫을 제대로 하는) 성인으로 자라도록 도와줍니다.
멜 레빈 선생님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아이의 강점을 찾아주라'는 것입니다.
강점을 찾는 첫번째 단계는, 바로 아이가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영역에 클로즈업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그림그리기나 노래부르기, 운동이나 독서, 심지어 동전 수집일지라도
아이가 열정을 가지고 그것에 몰두하면 크게 격려해주며 북돋아주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취향을 키워 열정으로 변화시키고,
그 열정은 다시 전문영역을 만들어 낸다.
깊은 지식은 정신이 발달하면서 얻게 되는 풍성한 배당금이다.
예를 들어 읽기 학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자기가 잘 아는 내용의 글을 읽는 것이다.
... 여러면에서 볼때,
취향이나 전문성을 살려 기능을 연마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어른들이 아이의 취향을 선택할 수는 없다.
우리 어른들은 열린 마음으로 아이의 취향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이 직접 선택한 관심 영역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개발시켜 줄 수가 있다.
어린이들은 자신의 취향을 오랜 시간에 걸쳐 개발할 기본 권리가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해야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의 취향을 키우도록 비옥한 토양을 제공해야 하며,
학업에서 요구하는 내용이 아이의 정신구조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 내용을 저희 아이에게 적용시켜본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괴물류의 영화나 만화를 소재로 해서 아이의 글쓰기를 확장해가는것이 옳습니다.
또한 아이가 글씨 쓰기 자체에 지나치게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기 때문에
본인의 생각을 녹음해서 그것을 듣고 적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소근육 활동이 느려서 악필일수 밖에 없는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
타이핑 등을 가르쳐서 handwriting을 대체하도록 해줘야겠죠.
(아직 저학년이므로 타이핑은 고학년에 시도하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수업 시간안에 글쓰기 과제를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께 부탁해서 따로 시간을 더 주던가 아이의 그런 약점을 나무라지 않도록 부탁해야 하구요.
(이건 이미 부탁드려서 간혹 나머지 공부로 보충해주십니다. 다행히 친절한 선생님을 만나서요...)
이렇게 해서 아이가 글쓰기를 하는데 장애물이 되는 것들을 최소화하고
글쓰기로 인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여주면서
본인이 흥미있어 하는 주제를 통해 글쓰기를 확장시켜가는것이죠.
저는 그동안 산만한 큰애한테만 특별한 맞춤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작은애 한글을 가르치다보니 작은애도 자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취향이 있는 아이고,
엄마가 그것을 잘 찾아내서 맞춰줄때 최상의 컨디션이 되는것을 발견했습니다.
역으로, 엄마 생각대로 끌고가려하니 저항이 매우 심하더라구요.
그래서 모든 아이는 엄마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고,
엄마가 아이 정신의 결을 잘 이해해서
아이안에 있는 보석이 잘 드러나도록 도와줘야겠다는것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사실 모든 아이들은 다양한 정신의 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 아이들에게 맞는 학습방법은 천차만별일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가장 아이를 잘 아는 부모가
자신의 아이의 취향과 약점을 잘 살펴서
취향을 발전시켜 아이의 강점으로 만들어주고
약점을 보완시켜 아이가 그로 인해 수치심이나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쑥쑥의 엄마들은 이런 지혜로운 부모가 되시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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