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침묵을 깨고 그렇게 불쑥 첫 글을 올린 이유는 나이가 들며 이런저런 계산이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지난 날의 내 모습을 가진 엄마들의 손을 조용히 잡아주고 싶었기 때문이라 썼다. 가까이 있다면 그저 가만히 등을 토닥여 주며 아무말없이 그냥 옆에 있어 주고 싶었다. 엄마라는 힘겨운 비를 맞고 있는 예전의 내 모습들 옆에서 너무 외롭지 않게 가만히 옆에 있어주고 싶었다. 함께 비를 맞으며... 오로지 그 생각만 하였다.
특별하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 원론적인 내 말에 많은 엄마들이 공감해주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너무나 기본적인 내 얘기를 그저 잠시 잊었던게다. 쑥의 엄마들 참 똑똑하다. 이미 난 그 들이 올린 글로 위로 받고 힘을 얻으며 감탄했던 바 있다. 그 들이 올린 알차고 유용한 정보도 훌륭하지만 주옥같은 엑기스를 아낌없이 나누는 모습은 정말 너무너무 칭찬해주고싶다. 앗! 또 이렇게 못 고친 직업병..ㅎㅎ
오래전 교직에 있었다. 남편이 유학갈 때 얼씨구나, 하고 던지고 간 그 자릴 친정 엄마는 아직도 아깝다하신다. 권태감이 모락모락 올라오던 즈음이라 전~혀 미련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섭섭도 없이 시원하기만 했던 그 자리가 사실 내겐 천직이었다.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대전에 자릴 잡고 잠시 복귀하고 싶는 마음 굴뚝같은 때도 있었지만 늦게 낳은 내 아이를 새삼스럽게 떨어뜨리는 게 쉽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러는사이 둘째를 낳고 다시 미국으로... 그러면서 나는 아이들만 잘 키우고 싶었다. 난 원래 아이들을 무지 예뻐한다. 동네 아이들도 나를 잘 따른다. 그러니 얼마나 내 아이들을 잘 키우겠냐고 주위에선 늘 좋은 엄마라 했다 엄마학교 교장선생님만 하랴? 정말 엄마의 참모습을 보여주시고 많은 초보 엄마들의 갈 길을 이끄시는 그 분이 난 정말 존경스럽다. 좋은 엄마는 결코 내가 들을 말이 아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열심히 키웠다. 아토피체질인 걸 이미 알고 - 연애할 때 본 시누이 볼은 늘 발그레한 아토피피부였다 - 늘 유기농으로 간식까지 챙겼다. 사립학교 보내려고 남편 떼어 놓고 애들만 데리고 서울와서 시어머니 원성을 살짝 샀지만 그냥 밀어 부쳤다. 남편은 아직도 주말엔 고속도로를 달린다. 다른 엄마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나의 생활이다.^^ 심지어 시험때는 올라오지 않길 은근히 바라기도 했고 큰 애가 고등학생일 땐 대 놓고 주문하기도 했다. 편히 TV보기 힘들거라고 살짝 겁주면서.. 한참 치열하던 외고 입시 뒷바라지하느라 로드매니저도 몇 년 했다. 나서기 싫어하는 귀차니스트라 숨어 숨어다니다 된통걸려 학부모회장도 하고 카리스마있는 아들덕에 반대표엄마도 한다. 나름 엄마 노릇 열심히 했다. 나의 장점인 성실 그 자체로..
심지어 큰 아들 미국 유아원(pre-K)다닐 땐 기회될 때 마다 한복을 입혀보내 한국을 알렸다. 외국에 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하지 않던가? 그 때만해도 88올림픽 열린 나라라 말해줘도 북한인지 남한인지 헷갈려하기 일쑤고 그게 별 상관있냐는 반응이 많았다. 그래도 열심히 알렸다. 돌아보니 숨이 차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 잘 컸을까? 나는 그렇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그렇게 가는 궤도에 이제 올라 있다고... 어떤게 잘 큰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분분하겠지만, 부모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며 늘 주위를 배려하는 따뜻한 큰 아이와 당차고 자기 주장 분명한 대조적인 작은 아이가 이젠 엄마 손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각자의 인생을 걸어가고자 한다. 쓰나미까지는 아니었어도 분명 내겐 그 이상의 힘겨운 시간들이 있었는데 정신차리고보니 부쩍 커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눈 꼭 감고 마구마구 달렸던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막막하기만 하더니 이제 내 소중한 아이들이 내 옆에 우뚝 서 있다. 난 겪을 걸 다 겪고서야 이제 알았다. 상처줄 걸 다 주고 이제 알았다. 나의 몸부림이 너무 비효율적이었다는 걸, 정말 지혜롭지 못했다는 걸..
아파했던 모습을 공개한다는게 쉽지 않음에도 공유해줘 고맙다는 엄마가 나는 고맙다. 이 땅의 엄마들이 선배의 실수에서 지혜를 얻어 조금이나마 행복해졌으면 하는 내 바램이 너무 거창한걸까?
쑥에 오면 지혜로운 엄마표를 하며 아이들을 훌륭히 이끌고 힘들지만 보람을 느끼는 엄마들도 있다. 정말 다행이다. 그런 엄마들이 많아졌으면 하는게 내 바램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거나 이끄는 과정에서 힘들다못해 부모 자식의 기본적인 애정이나 행복을 잃게되는 부작용에 힘들어한다. 아이들은 천태만상이다.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엄마표도 모든 집이 달라야 하지 않을까? 성공한 옆집의 엄마표가 우리집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당연히 여기고 엄마니까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오류를 늘 경계한다면 조금은 덜 힘든 엄마표가 되지 않을까?
아, 난 또 오늘도 원론적인 얘길 벗어나지 못했다. 그게 내 한계다. 족집게가 되지못하는..
우리 똑똑한 쑥의 엄마들이 다 알고 있는 `기본`을 그냥 한 번 환기시켜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많은 엄마들이 하루는 잘 넘길 수 있을까? 글을 읽고 마음을 추스려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두팔 벌려 안아주려 굳게 맘 먹었다가 확 깨는 소식을 알려오는 아이땜에 또 다시 머리가 하얘지는 건 아닐까? 일주일은 아니더라도 하루정도는 평안한 엄마와 아이들의 시간이길 바란다. 하루 정도는 아이가 예뻐보였으면 좋겠다.
어제 미사 강론 중에 듣던 예수님 말씀 `너희에게 평화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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