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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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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재미로 사시나요

  • 하니비
  • |
  • 2011-06-16
46

어제 이 글을 제 칼럼에 올리고 게시판에 내려온 글을 삭제하였습니다.

 

한참 아이들 키우는 재미에 푹~빠진 쑥쑥맘님들의 분위기에 맞지 않는 글이란 생각에..

 

얼마전 오래전부터 제 글에 댓글 써 주시고 조언을 구하시던 기도맘님의 전화를 받고

엄청 기뻐해야 할 일에 우울했습니다.

반기문 영어대회에서 아드님이 금상을 타셨답니다.

영어 때문에 그토록 걱정근심 하시더니...

마구 축하해주고 또 다른 준비를 위한 조언을 해드려야 하는데,제 하소연만 해서 미안했습니다.

시골에서 고군분투 하시며 열정을 가지고 뒷바라지 하시죠.

아...아이들 키울 때 어른들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지금이 좋을 때다" 저도 좋을 때가 있었습니다.

아..그러나 요즘 슬럼프네요.

2년 넘은 것 같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쓰신 김난도교수님의 슬럼프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예전 젊었을 때 란도쌤 정말 샤프하시고 멋지셨는데,요즘 찍은 사진보고..ㅠㅠ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몇장 읽다 말았습니다.

세월과 나이는 어쩔 수 없는가...봅니다.

참 세월 빠르네요.

고1인 우리 둘째 초등 1학년인가? 2학년 때 쑥을 시작했으니까요.

.........................................................................................................

 

재작년부터 슬럼프인 것 같습니다.

큰애 대학 보내고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작년에는 슬럼프를 극복해 보고자 열심히 일을 했어요.

정신없이 일하면서도 슬럼프는 여전히 지속되고...

 

글쎄요...

자식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아이들 잘 키우는 것에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낄 것 같지만

솔직히, 저는 살아 오면서 제가 버는 돈에 큰 애착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꼈어요.

10년간 내 이름으로 통장을 하나,둘 만드는 것이 참 재미있었죠.

나만의 세계라는 비밀스런 느낌.정말 좋았어요.

 

그러나

내가 번 돈 작년에 남편에게 모두 공개해 버리고..

그 다음부터 이상하게 '돈'에 대한 애착이 없어지더군요.

그리고 통장에 있는 돈은 이미 내 돈이 아닌 상징적인 의미일 뿐...

내 지갑속에 있는 십만원이 소중한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집을 바꾸고 새롭게 리모델링 해볼까,,,,생각도 하지만

둘째 대학 보내고 하기로 마음먹고...

집을 바꾸어도 이것 역시 '잠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 공부 끝나면서 집마련하고 그렇게 원하던 첫 아들 낳고

갑자기 허무감에 빠져..

세상의 영원한 무엇인가를 찾게 되면서

카톨릭이라는 종교를 갖게 되었어요.

 

매사에 감사하고 세상에 부족한 것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을 보고 감사기도를 하죠

은총이 가득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과연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우리 애가 대체복무하면서 연세드신 공무원들과 일하는데

그분들이 "너희 엄마는 참 좋으시겠다" 라고 말씀하신답니다.

그런데 "응? 뭐가 좋은데? "

 

살아오면서 가장 재미있고 행복한 시절을 기억해 보니..

그래도 대학다니고 직장생활 하던 시절이 아니었나?

자유로움이 정말 좋았죠.미래에 대한 막연한 고민과 기대가 가득했고..

 

아...

요즘은

긴장감 속에 또한 지루함...

이것이 끝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저 사는 것이 시들시들하네요.

그래서 올 봄 해피트리와 행운목, 벤자민을 들여서

이것들 물주고 키우는 재미에 살려고 하는데...

해피트리 은근히 신경쓰이네요.

해피트리는 화원 어저씨가 특별히 권하셨는데, 어떻게 제 마음을 아셨을까?

요즘 아줌마들 사이에 인기라고 하시더군요.

'해피트리...'

 

이제 늙어가는데..

지금 재미있게 살아야 하는데...

남편은 젊어서 참 재미없게 사는 것 같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삶에 큰 성취감을 느끼는 듯 하네요.

 

아깝네요.

이 소중한 순간을 시들시들하게 보내는 것이...

살아가면서 슬럼프를 가장 잘 극복하는 길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란 생각이 들어요.

만나서 웃고 떠드는 것 만큼 신나는 일은 없죠.

그러나 친구는 어려울 때 친구보다 친구의 기쁨을 내 기쁨 처럼 받아들일 때 진정한 친구죠.

세상을 살면서 친구 셋을 얻기가 힘들다는 말...이제 나이들면서 깨닫게 되는군요.

 

이제는 생명에 지장이 없다면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 하기 싫고

특별한 욕심도 없고 무언가 '도'가 통한 느낌...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는 슬럼프가 없고 나태함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갑자기 이글을 쓰면서 나는 너무 범생이로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네요.

 

카르페디엠 (carpe diem)

 

..................................................................................................................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님-

 

슬럼프

 

그래, 자네가 요즘 슬럼프라고? 

나태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기가 어렵다고? 

그런 날들이 하루이틀 계속되면서 이제는 스스로가 미워질만큼, 

그런 독한 슬럼프에 빠져있다고? 

왜, 나는 슬럼프 없을 것 같아? 

이런 편지를 다 했네, 내 얘길 듣고 싶다고.

 

우선 하나 말해 두지, 나는 슬럼프란 말을 쓰지 않아, 

대신 그냥 ‘게으름’ 이란 말을 쓰지. 

슬럼프, 라고 표현하면 왠지 자신을 속이는 것 같아서… 

지금부턴 그냥 게으름 또는 나태라고 할께.

 

나는 늘 그랬어. 

한번도 관료제가 견고한 조직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지. 

하다 못해 군대도 학교(육군제3사관학교)였다니까? 

그렇게 거의 25년을 학생으로 살다가, 어느 날 다시 교수로 위치로 바꾼 것이 다라니까? 복 받은 삶이지만, 어려운 점도 있어. 

나를 내치는 상사가 없는 대신, 스스로를 관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게 내 삶이었거든. 

그래서 늘 힘들었어, 자기를 꾸준이 관리해야 된다는 사실이. 평생을 두고 나는 ‘자기관리’라는 화두와 싸워왔어.

 

사람이 기계는 아니잖아… 

감정적인 동요가 있거나, 육체적인 피로가 있거나, 

아니면 그냥 어쩌다 보면 좀 게을러지고 싶고, 또 그게 오래 가는 게 인지상정이잖아… 

교수라는 직업이 밖에서 점검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슬럼프, 아니 나태에 훨씬 쉽게 그리고 깊게 빠져. 

내가 자주 그렇다니깐? 자네들에게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난 나태란 관성의 문제라고 생각해. 

자전거는 올라타서 첫페달 밟을 때까지가 제일 힘들지. 

컴퓨터 켜기도, 자동차 시동걸기도, 사는 것도 마찬가지야. 

정지상태를 깨는 첫 힘을 쏟는 모멘텀을 줄 의지가 관성이 치여버리는 현상... 

난 그것이 자네가 말하는 ‘슬럼프’의 합당한 정의라고 생각해. 

 

근데, 문제는 말야, 나태한 자신이 싫어진다고 말은 하면서도 

그 게으른 일상에 익숙해져서 그걸 즐기고 있단 말이지.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실은 그걸 즐기고 있단 말이지. 

실은 자네도 슬럼프를, 아니 오랜만의 연속된 나태를, 지금 즐기고 있는 거라면 이 글을 여기까지만 읽어. 

딱 여기까지만 읽을 사람을 위해 덕담까지 한 마디 해줄게. 

 

“슬럼프란 더 생산적인 내일을 위한 재충전의 기간이다.” 

 

됐지? 잘 가.

 

 

하지만, 위에 쓴 덕담은 거짓말이야. 

너무 오래 나태하면 안돼. 자아가 부패하거든, 그러면 네 아름다운 육신과 영혼이 슬퍼지거든, 

그러면 너무 아깝거든. 그러니까, ‘정말’ 슬럼프, 아니 나태에서 벗어나겠다고 스스로 각오해. 

그리고 이 다음을 읽어.

 

보통 ‘슬럼프’ 상태에서는 정신이 확 드는 외부적 자극이 자신을 다시 바로 잡아주기를 기다리게 되거든? 

어떤 강력한 사건의 발생이나, 친구/선배의 따끔한 한 마디, 혹은 폭음 후 새벽 숙취 속에서 느끼는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이라도… 그런 걸 느낄 때까지는 자신의 게으름에 대한 자학을 유보하거든? 

땍! 정신 차려 이 친구야, 그런 자극은 없어, 아니면 늘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결국 자신이란 말야. 

그 자극을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그걸 생활의 실천으로 옮기는 스스로의 노력이 없으면 그런 자극이 백번 있어도 

아무 소용 없단 말야.

 

정말 나태에서 벗어날 참이면 코끝에 스치는 바람에도 삶의 의욕을 찾고, 

그러지 않을 참이면 옆에 벼락이 떨어져도 늘 같은 상태라니까?

 

내가 자네만할 때는 말이지, 가을이면 특히 11월이면, 감상적이 되고 우울해지고 많이 그랬거든? 

"자 11월이다, 감상적일 때다" 하고 자기암시를 주기도 하고… 그래 놓고는 그 감정을 해소한다고 술도 마시고, 음악을 듣고… 

그러면 더 감상적이 되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걸 은근히 즐겼어. 딱지가 막 앉은 생채기를 톡톡 건드리면 따끔따끔 아프지만 

재밌잖아? 내 젊은 날의 버거움이란 그런 딱지 같은 거였나봐.

 

나도 철이 들었나보지? 차츰 해결법을 찾았어. 감정은 육체의 버릇이라는 걸 깨닫게 된거지. 

일조량의 부족, 운동량의 부족, 술/담배의 과다… 즐기지 않는 감정적인 문제에 근원이 있다면 그런 거야. 

난 정말 감정에서 자유롭고 싶으면 한 4마일 정도를 달려. 오히려 술도 되도록 적게 마시지, 몸이 아니라 마음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해. 꽤 효과 있어.

 

더 근원적인 건 `목표`의 문제야. 나태는 목표가 흐려질 때 자주 찾아오거든. 선생님 같은 나이에 무슨 새로운 목표가 있겠니?

 

내 목표란 `좋은 선생` `좋은 학자` 되는 건데, 그 `좋은` 이라는게 무척 애매하거든. 

목표는 원대할수록 좋지만, 너무 멀면 동인이 되기 힘들어.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엔 더 작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대개 일주일이나 한달짜리 목표들…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싶어? 

`정말로` 원한다면 해결은 생각보다 쉬워. 

`오늘` 해결하면 되. 늘 `오늘`이 중요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뭐 이런 차원이 아니야.

 

그냥 오늘 자전거의 첫페달을 밟고 그걸로 만족하면 되. 

그런 오늘들이 무섭게 빠른 속도로 모이거든, 나태가 관성인 것처럼 분주함도 관성이 되거든. 

 

사실은 선생님도 먼 나라에 혼자 떨어져서 요즘 감정적으로 무척 힘들어. 

그래서 물리적인 생활을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해. 육체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했잖아? 

늦게 자지 않고, 일찍 일어나고, 술 마시지 않고, 햇빛 아래서 많이 움직이고 걷고 뛰고, 꼭 1시간은 색스폰 연습하고, 

몇 글자라도 읽고, 3페이지 이상 글쓰고… 

나는 잘 알거든, 이런 육체적인 것들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나태 속으로 빠지게 되는걸. 여러 번 경험했거든.

 

힘 내. 얘기가 길어졌지? 

 

내가 늘 그래. 대신 긴 설교를 요약해 줄게. (선생님답지?)

 

일. 나태를 즐기지 마. 

은근히 즐기고 있다면 대신 힘들다고 말하지 마.

 

이. 몸을 움직여. 운동하고, 사람을 만나고, 할 일을 해. 

술 먹지 말고, 일찍 자.

 

삼. 그것이 무엇이든 오늘 해. 지금 하지 않는다면, 

그건 네가 아직도 나태를 즐기고 있다는 증거야. 

그럴거면 더 이상 칭얼대지 마.

 

사. (마지막이야 잘 들어?) 아무리 독한 슬픔과 슬럼프 속에서라도, 

여전히 너는 너야. 조금 구겨졌다고 만원이 천원 되겠어? 

자학하지 마,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그거 알아? 모든 것은 흘러. 지나고 나면 이번 일도 무덤덤해 질거야. 

하지만 말야, 그래도 이번 자네의 슬럼프는 좀 짧아지길 바래.

 

잘 자.

(아니, 아직 자지 마. 오늘 할 일이 있었잖아?)

 

새임.

 

(200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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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동맘
  • |
  • 2011-06-23 11:37
답댓글

딱 요즘 제 마음이네요.. ㅠㅠㅠ

직장을 17년째 다니고 있는데.. 요즘 일이 재미가 없네요..

전엔 재미도 있고 정년까지 다닐거야!! 하고 항상 의심없이 생각햇는데...

요즘은 내가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그생각 뿐입니다.

머리쓰는 일이 아닌 몸을 쓰는 쪽으로 직장을 바꿔볼까도 생각중이구요

17년전 다녔던 직업으로 다시 돌아가 볼까,, 그러기엔 나이가 넘 들지 않았나? 지금 다니는 이 좋은 직장을 두고 다시 시작한다는게 정말 해답일까?..

나이가 드니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게 어렵네요..

슬럼프가 아니라 게으름이란 말이 넘 와닿네요

 

항상 님의 글 잘 보고 있는데.. 말재주가 없어 댓글도 자주 달지 못하고 ㅠㅠ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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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리사
  • |
  • 2011-06-23 03:20
답댓글
저는 아이 피아노 소리 듣는 재미 남편에게 용돈 받는 재미로 사네요. 지금 아이 테니스 치는거 보고 있는데 공 맞는 소리 듣기 좋아요. 올 여름이 마지막 봄날이라 생각하면서 혼자 여행 구상중이에요. 홍해 스쿠버 다이빙 하고싶은데 시칠리아 오퍼가 좋은게 있네요. 저 떠나요.^^ 하니비님도 떠나세요. 금방 올텐데 뭘요.. 핸펀으로 글쓰기 힘드네요. 잘 지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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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자털썜
  • |
  • 2011-06-22 01:38
답댓글

이렇게 긴 글이...쑤욱..읽혀지는건....저의 심리상태가..그렇다는 말일까요? 하하

 

좋은글...감사하다는 인사만이라도 남기고 가고 싶어서요..중등쪽의 글들은..대가의 글들이..많은지라.

 

가끔씩 들려주어..마음도...눈도..귀도....

 

댓글마저도..좋은 글이 많아...생각도....입도...활짝이됩니다.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라...

 

더 재미있고..더 행복하게..하루하루를 꾸며가야겠어요.

 

그렇다면..지금까지의 저와는 다른 생활들을 해보아야겠네요..

 

메니큐어부터..하고 잡네요.. 완전 섹시하게..... 크하하하하...

 

저의 댓글은...무게감이 없어서....좀 그렇지만..정말 좋은 글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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