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에 심어놓고 가끔 들어와서 둘러보곤 합니다.
오늘도 그런 맘으로 읽어 내려가고 있었는데,
말로 표현하기 힘든 위로가 됩니다.
감사해요....
: 하니비님의 글입니다.
> 어제 이 글을 제 칼럼에 올리고 게시판에 내려온 글을 삭제하였습니다.
>
> 한참 아이들 키우는 재미에 푹~빠진 쑥쑥맘님들의 분위기에 맞지 않는 글이란 생각에..
>
> 얼마전 오래전부터 제 글에 댓글 써 주시고 조언을 구하시던 기도맘님의 전화를 받고
> 엄첨 기뻐해야 할 일에 우울했습니다.
> 반기문 영어대회에서 금상을 타셨답니다.
> 시골에서 고군부투 하시며 열정을 가지고 뒷바라지 하시죠.
> 아...아이들 키울 때 어른 들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 "지금이 좋을 때다" 저도 좋을 때가 있었습니다.
> 아..그러나 요즘 슬럼프네요.
> 2년 넘은 것 같습니다.
> 요즘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쓰신 김난도교수님의 슬럼프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 예전 젊었을 때 김난도쌤 정말 샤프하시고 멋지셨는데,요즘 사진 보고 우울했습니다.
>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몇장 읽다 말았습니다.
> 세월과 나이는 어쩔 수 없는가...봅니다.
> 참 세월 빠르네요.
> 입시생인 우리 둘째 초등 1학년인가? 2학년 때 쑥을 시작했으니까요.
> .........................................................................................................
>
> 재작년부터 슬럼프인 것 같습니다.
> 큰애 대학 보내고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
> 작년에는 슬럼프를 극복해 보고자 열심히 일을 했어요.
> 정신없이 일하면서도 슬럼프는 여전히 지속되고...
>
> 글쎄요...
> 자식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아이들 잘 키우는 것에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낄 것 같지만
> 솔직히 지금끼지는 살아 오면서 제가 버는 돈에 큰 애착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꼈어요.
> 10년간 내 이름으로 통장을 하나,둘 만드는 것이 참 재미있었죠.
> 나만의 세계라는 비밀스런 느낌.정말 좋았어요.
>
> 그러나
> 내가 번 돈 작년에 남편에게 모두 공개해 버리고..
> 그 다음부터 이상하게 '돈'에 대한 애착이 없어지더군요.
> 그리고 통장에 있는 돈은 이미 내 돈이 아닌 상징적인 의미일 뿐...
> 내 지갑속에 있는 십만원이 소중한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
> 집을 바꾸고 새롭게 리모델링 해볼까,,,,생각도 하지만
> 둘째 대학 보내고 하기로 마음먹고...
> 집을 바꾸어도 이것 역시 '잠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
> 남편 공부 끝나면서 집마련하고 그렇게 원하던 첫 아들 낳고
> 갑자기 허무감에 빠져..
> 세상의 영원한 무엇인가를 찾게 되면서
> 카톨릭이라는 종교를 갖게 되었어요.
>
> 매사에 감사하고 세상에 부족한 것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을 보고 감사기도를 하죠
> 은총이 가득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
> 그런데..
> 과연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
> 우리 애가 대체복무하면서 연세드신 공무원들과 일하는데
> 그분들이 "너희 엄마는 참 좋으시겠다" 라고 말씀하신답니다.
> 그런데 "응? 뭐가 좋은데? "
>
> 살아오면서 가장 재미있고 행복한 시절을 기억해 보니..
> 그래도 대학다니고 직장생활 하던 시절이 아니었나?
> 자유로움이 정말 좋았죠.미래에 대한 막연한 고민과 기대가 가득했고..
>
> 아...
> 요즘은
> 긴장감 속에 또한 지루함...
> 이것이 끝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
> 그저 사는 것이 시들시들하네요.
> 그래서 올 봄 해피트리와 행운목, 벤자민을 들여서
> 이것들 물주고 키우는 재미에 살려고 하는데...
> 해피트리 은근히 신경쓰이네요.
> 해피트리는 화원 어저씨가 특별히 권하셨는데, 어떻게 제 마음을 아셨을까?
> 요즘 아줌마들 사이에 인기라고 하시더군요.
> '해피트리...'
>
> 이제 늙어가는데..
> 지금 재미있게 살아야 하는데...
> 남편은 젊어서 참 재미없게 사는 것 같았는데
> 나이가 들면서 삶에 큰 성취감을 느끼는 듯 하네요.
>
> 아깝네요.
> 이 소중한 순간을 시들시들하게 보내는 것이...
> 살아가면서 슬럼프를 가장 잘 극복하는 길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란 생각이 들어요.
> 만나서 웃고 떠드는 것 만큼 신나는 일은 없죠.
> 그러나 친구는 어려울 때 친구보다 친구의 기쁨을 내 기쁨 처럼 받아들일 때 진정한 친구죠.
> 세상을 살면서 친구 셋을 얻기가 힘들다는 말...이제 나이들면서 깨닫게 되는군요.
>
> 이제는 생명에 지장이 없다면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 하기 싫고
> 특별한 욕심도 없고 무언가 '도'가 통한 느낌...
>
>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는 슬럼프가 없고 나태함이 없을 줄 알았는데
> 그건 아니고...
>
> 갑자기 이글을 쓰면서 나는 너무 범생이로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네요.
>
> 카르페디엠 (carpe diem)
>
> ..................................................................................................................
>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님-
>
> 슬럼프
>
> 그래, 자네가 요즘 슬럼프라고?
> 나태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기가 어렵다고?
> 그런 날들이 하루이틀 계속되면서 이제는 스스로가 미워질만큼,
> 그런 독한 슬럼프에 빠져있다고?
> 왜, 나는 슬럼프 없을 것 같아?
> 이런 편지를 다 했네, 내 얘길 듣고 싶다고.
>
> 우선 하나 말해 두지, 나는 슬럼프란 말을 쓰지 않아,
> 대신 그냥 ‘게으름’ 이란 말을 쓰지.
> 슬럼프, 라고 표현하면 왠지 자신을 속이는 것 같아서…
> 지금부턴 그냥 게으름 또는 나태라고 할께.
>
> 나는 늘 그랬어.
> 한번도 관료제가 견고한 조직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지.
> 하다 못해 군대도 학교(육군제3사관학교)였다니까?
> 그렇게 거의 25년을 학생으로 살다가, 어느 날 다시 교수로 위치로 바꾼 것이 다라니까? 복 받은 삶이지만, 어려운 점도 있어.
> 나를 내치는 상사가 없는 대신, 스스로를 관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게 내 삶이었거든.
> 그래서 늘 힘들었어, 자기를 꾸준이 관리해야 된다는 사실이. 평생을 두고 나는 ‘자기관리’라는 화두와 싸워왔어.
>
> 사람이 기계는 아니잖아…
> 감정적인 동요가 있거나, 육체적인 피로가 있거나,
> 아니면 그냥 어쩌다 보면 좀 게을러지고 싶고, 또 그게 오래 가는 게 인지상정이잖아…
> 교수라는 직업이 밖에서 점검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슬럼프, 아니 나태에 훨씬 쉽게 그리고 깊게 빠져.
> 내가 자주 그렇다니깐? 자네들에게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
> 난 나태란 관성의 문제라고 생각해.
> 자전거는 올라타서 첫페달 밟을 때까지가 제일 힘들지.
> 컴퓨터 켜기도, 자동차 시동걸기도, 사는 것도 마찬가지야.
> 정지상태를 깨는 첫 힘을 쏟는 모멘텀을 줄 의지가 관성이 치여버리는 현상...
> 난 그것이 자네가 말하는 ‘슬럼프’의 합당한 정의라고 생각해.
>
> 근데, 문제는 말야, 나태한 자신이 싫어진다고 말은 하면서도
> 그 게으른 일상에 익숙해져서 그걸 즐기고 있단 말이지.
>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실은 그걸 즐기고 있단 말이지.
> 실은 자네도 슬럼프를, 아니 오랜만의 연속된 나태를, 지금 즐기고 있는 거라면 이 글을 여기까지만 읽어.
> 딱 여기까지만 읽을 사람을 위해 덕담까지 한 마디 해줄게.
>
> “슬럼프란 더 생산적인 내일을 위한 재충전의 기간이다.”
>
> 됐지? 잘 가.
>
>
> 하지만, 위에 쓴 덕담은 거짓말이야.
> 너무 오래 나태하면 안돼. 자아가 부패하거든, 그러면 네 아름다운 육신과 영혼이 슬퍼지거든,
> 그러면 너무 아깝거든. 그러니까, ‘정말’ 슬럼프, 아니 나태에서 벗어나겠다고 스스로 각오해.
> 그리고 이 다음을 읽어.
>
> 보통 ‘슬럼프’ 상태에서는 정신이 확 드는 외부적 자극이 자신을 다시 바로 잡아주기를 기다리게 되거든?
> 어떤 강력한 사건의 발생이나, 친구/선배의 따끔한 한 마디, 혹은 폭음 후 새벽 숙취 속에서 느끼는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이라도… 그런 걸 느낄 때까지는 자신의 게으름에 대한 자학을 유보하거든?
> 땍! 정신 차려 이 친구야, 그런 자극은 없어, 아니면 늘 있어.
>
> 정말 중요한 것은 결국 자신이란 말야.
> 그 자극을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그걸 생활의 실천으로 옮기는 스스로의 노력이 없으면 그런 자극이 백번 있어도
> 아무 소용 없단 말야.
>
> 정말 나태에서 벗어날 참이면 코끝에 스치는 바람에도 삶의 의욕을 찾고,
> 그러지 않을 참이면 옆에 벼락이 떨어져도 늘 같은 상태라니까?
>
> 내가 자네만할 때는 말이지, 가을이면 특히 11월이면, 감상적이 되고 우울해지고 많이 그랬거든?
> "자 11월이다, 감상적일 때다" 하고 자기암시를 주기도 하고… 그래 놓고는 그 감정을 해소한다고 술도 마시고, 음악을 듣고…
> 그러면 더 감상적이 되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걸 은근히 즐겼어. 딱지가 막 앉은 생채기를 톡톡 건드리면 따끔따끔 아프지만
> 재밌잖아? 내 젊은 날의 버거움이란 그런 딱지 같은 거였나봐.
>
> 나도 철이 들었나보지? 차츰 해결법을 찾았어. 감정은 육체의 버릇이라는 걸 깨닫게 된거지.
> 일조량의 부족, 운동량의 부족, 술/담배의 과다… 즐기지 않는 감정적인 문제에 근원이 있다면 그런 거야.
> 난 정말 감정에서 자유롭고 싶으면 한 4마일 정도를 달려. 오히려 술도 되도록 적게 마시지, 몸이 아니라 마음을 위해서.
>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해. 꽤 효과 있어.
>
> 더 근원적인 건 `목표`의 문제야. 나태는 목표가 흐려질 때 자주 찾아오거든. 선생님 같은 나이에 무슨 새로운 목표가 있겠니?
>
> 내 목표란 `좋은 선생` `좋은 학자` 되는 건데, 그 `좋은` 이라는게 무척 애매하거든.
> 목표는 원대할수록 좋지만, 너무 멀면 동인이 되기 힘들어.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엔 더 작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 대개 일주일이나 한달짜리 목표들…
>
>
>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싶어?
> `정말로` 원한다면 해결은 생각보다 쉬워.
> `오늘` 해결하면 되. 늘 `오늘`이 중요해.
>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뭐 이런 차원이 아니야.
>
> 그냥 오늘 자전거의 첫페달을 밟고 그걸로 만족하면 되.
> 그런 오늘들이 무섭게 빠른 속도로 모이거든, 나태가 관성인 것처럼 분주함도 관성이 되거든.
>
> 사실은 선생님도 먼 나라에 혼자 떨어져서 요즘 감정적으로 무척 힘들어.
> 그래서 물리적인 생활을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해. 육체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했잖아?
> 늦게 자지 않고, 일찍 일어나고, 술 마시지 않고, 햇빛 아래서 많이 움직이고 걷고 뛰고, 꼭 1시간은 색스폰 연습하고,
> 몇 글자라도 읽고, 3페이지 이상 글쓰고…
> 나는 잘 알거든, 이런 육체적인 것들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나태 속으로 빠지게 되는걸. 여러 번 경험했거든.
>
> 힘 내. 얘기가 길어졌지?
>
> 내가 늘 그래. 대신 긴 설교를 요약해 줄게. (선생님답지?)
>
> 일. 나태를 즐기지 마.
> 은근히 즐기고 있다면 대신 힘들다고 말하지 마.
>
> 이. 몸을 움직여. 운동하고, 사람을 만나고, 할 일을 해.
> 술 먹지 말고, 일찍 자.
>
> 삼. 그것이 무엇이든 오늘 해. 지금 하지 않는다면,
> 그건 네가 아직도 나태를 즐기고 있다는 증거야.
> 그럴거면 더 이상 칭얼대지 마.
>
> 사. (마지막이야 잘 들어?) 아무리 독한 슬픔과 슬럼프 속에서라도,
> 여전히 너는 너야. 조금 구겨졌다고 만원이 천원 되겠어?
> 자학하지 마,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
> 그거 알아? 모든 것은 흘러. 지나고 나면 이번 일도 무덤덤해 질거야.
> 하지만 말야, 그래도 이번 자네의 슬럼프는 좀 짧아지길 바래.
>
> 잘 자.
> (아니, 아직 자지 마. 오늘 할 일이 있었잖아?)
>
> 새임.
>
> (2005.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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