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브죵님께서 초등 도형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나 주의 사항들을 알려달라고 하셨는데, 시간이 안맞다보니 이제서야 답글을 답니다. 예전에 문의하셨던 글에 달면 혹시라도 못보실까봐 이렇게 게시글로 올립니다. 그러고 보니 쑥에 게시글을 쓴지도 참 오래 되었네요. 돈도 벌어야하고, 아이들 공부도 시켜야하고, 밤에 술자리도 해야하고... 남자들 참 불쌍하게 산다는 점 알아주세요~ ㅋㅋ
1. 초등 도형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자세
초등 학교의 도형은 도형에 대한 기초 지식과 기하적 감각을 키워주는데에 그 목표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 파트와는 접근 자체가 전혀 다릅니다. 초등 수학을 공부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제가 여기저기 둘러보다보니 대충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1) 분수 개념이 너무 어려워서 연산에 문제가 생겨요.
2) 약수와 배수가 너무 어려워요.
3) 문제를 계속 푸는데도 도형은 점수가 오르지를 않네요.
4) 문장제 문제를 어려워해요.
이 중에서 3번째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초등 도형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 아닙니다. 엄밀한 증명을 배우고, 체계적으로 기하를 공부하기 시작하는 때는 중학교 1학년 2학기 부터입니다. 중등 교과 과정은 1학기는 대수학, 2학기는 기하로 나뉘어집니다. 다시 말해서, 중학교 3년동안 기초적인 기하 지식들을 전부 배우게 된다는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기하 공부는 중학교부터라고 보셔야 합니다. 따라서 초등때에 점수에 연연하는 기하 공부 보다는 감각을 키우는 공부를 많이 해봐야한다는 점이죠. 정말 기하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중등 기하를 선행해야하고, 중등 기하를 선행하려면 대수를 반드시 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중1 기하는 1학기에 나오는 방정식 부분을 다 안다는 가정하에 관련 부분을 다룹니다. 2학년 기하는 지수법칙과 다항식의 연산 및 연립 방정식, 부등식등을 모두 안다는 전제하에 관련 부분들을 다루고, 3학년 기하의 첫부분에 나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중3 1학기에 나오는 무리수와 실수 부분을 안다는 전제하에 다루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중학교 1학년 1학기의 대수만 알고서는 2학년이나 3학년 기하는 공부할 수 없다는 말이죠. 그래서 기하를 하려면 먼저 중3 대수를 알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로 중등 수학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학년별로 선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학에 재능이 있는 아이라면 중3까지 대수파트를 먼저 다 하고 나서 기하파트를 이어서 공부하는 방법도 있죠.
중등의 교과 내용을 말씀드린 이유는 초등 도형은 기초적인 지식과 감각을 키우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부모가 인식하고, 이에 맞춰서 아이를 지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2. 초등 도형에서 기초지식 배우기란 무엇인가?
초등 도형에서 기초 지식을 배운다는 것은 도형의 정의를 정확하게 외우는 것입니다. 정의는 약속이기 때문에 외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정의를 이용하여 성질들을 알아가는 것이죠. 원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원을 예로 든 이유는 원은 삼각형과 더불어서 가장 중요한 도형이기 때문입니다.
원은 반지름의 길이가 모두 같습니다. 반지름이란 원의 중심으로부터의 거리를 말하죠. 원의 반지름의 길이가 모두 같다는 것은 원을 배운 아이라면 누구나 압니다. 그럼 질문 하나만 하죠. 왜 같습니까?
답변이 쉽지 않죠? 같으니까 같지 뭔 이유를 따지고 드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원의 반지름의 길이가 모두 같은 이유는 원의 정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원의 정의 : 임의의 한 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들의 모임
정의에 일정한 거리라고 되어 있으므로, 원의 반지름의 길이는 모두 같은 것입니다. 이처럼 기하도 정의로부터 시작합니다. 일전에 제가 분수에 대한 설명을 드릴때도 정의로부터 시작해서 모든 개념들이 확장되었지요? 기하는 이런 성질이 수보다 훨씬 더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를 아는 것은 수를 공부할때보다 더욱 중요시 되어야하죠.
두번째는 정의로부터 어떤 성질들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도형들중에 정사각형이 있습니다. 정사각형은 여러가지 성질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아이와 함께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
정사각형의 정의 : 네 각이 모두 직각이고, 네 변의 길이가 모두 같은 도형
정사각형의 정의로부터 여러가지 정사각형의 성질들을 연구해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초등 도형에서 기초지식을 쌓는다는 것은 정의를 외운 후, 그 정의로부터 어떠한 성질들이 파생되어 나오는지 정리를 해보는 것입니다.
2. 감각 키우기
초등 도형에서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하적 감각이란 무엇이다라고 구체적을 말씀드리기가 상당히 애매한데요, 대충 기하 문제를 풀때에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초등 기하에서 감각을 키우려면 두가지를 기본적으로 많이 해야합니다. 첫번째는 도형 공부가 미술시간인지 수학시간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활동을 해봐야 합니다.
우선 그리기를 잘해야 합니다. 정확하게 그리려고 노력해야 하고, 작도까지는 아니더라도(작도는 중1에 배우게 됩니다.) 자를 이용하여 정확하게 그리도록 독려해야 하고, 원을 그릴때는 컴퍼스로 정확하게 그리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회전감각을 길러줘야 합니다. 중등 기하에서는 증명을 다루게 되는데, 증명을 다룰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합동과 닮음이죠. 합동과 닮음을 잘하려면 주어진 그림에서 도형을 찾아내고, 그것을 회전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릿속에서 회전을 많이 시켜야한다는 것이죠.도형을 이리돌리고, 저리 돌리고, 뒤집고, 자르고 등등등... 회전 감각을 키우는데에 가장 좋은 것은 도형을 최대한 정확하게 그린 후에 그것을 오려서 직접 돌려보는 겁니다. 또한 칠교라는 교구를 이용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칠교는 일곱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조각들을 모두 조합하면 정사각형이 됩니다. 이 7개의 도형들은 평행사변형, 정사각형, 크기가 서로 다른 직각 이등변 삼각형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조각들을 이용해서 특정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놀이입니다. 칠교를 하면, 자연히 이런 도형들을 머릿속으로 혹은 손으로 돌려봐야하고,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문제를 완성할 수 있죠. 바로 시행착오의 과정이 회전 감각을 길러주는 훈련이 되는 것입니다.
이 밖에 퍼즐 맞추기나 숨은 그림찾기등도 기하적 감각을 키워주는데에 매우 좋습니다.
세번째는 문제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초등 도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 집니다. 각, 변의 길이나 넓이등을 구하는 부분을 측정이라고 하고, 도형을 돌리거나 복잡한 모양에서 삼각형이 몇개냐같은 문제들을 다루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도형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측정 문제인지, 도형 문제인지 먼저 구분하고, 그에 따라서 어떤 지식들을 활용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 중에서 중등에 주로 나오는 문제는 측정 문제인데, 측정 문제의 경우 몇가지 팁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각을 구하라는 문제가 나왔다고 하죠. 각의 크기를 구하라하면 보통 다른 주어진 각들의 정보를 이용해서 문제를 풀려고 합니다. 그런데 난이도가 있는 문제들은 절대 각들만의 정보로는 풀지 못하게 나오죠. 그래서 각을 구하려는데 주어진 정보가 불충분하면, 변의 길이나 도형의 성질들을 봐야합니다. 그리고도 안풀리면 혹시 합동인 도형이 있는지 봐야하고, 그래도 안되면 닮음, 그래도 안되면 보조선 그리기등으로 생각의 범위를 확대시켜가면서 문제에 접근해야하죠.
결론적으로, 초등 도형에서는 정의를 외우고 그로부터 유추되는 성질들을 파악한 후에 그 성질들도 외우고 또 외워서 완전히 체득해야 중등때에 증명으로 들어가도 무리없이 할 수 있으며, 도형의 감각을 키우는 훈련을 많이 해야 중등에서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낼때에 훌륭한 감각이 도움이 된다는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겠네요. 브죵님 아이 도형 공부에 도움이 되길 빌겠습니다.
P.S)) 분수 시리즈 글은 언제나 이어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이가 분수는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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