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자전거를 탔습니다. 쑥쑥에서도 자전거 타시는 분들 있으시면 휴일에 번개라도 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포에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동작대교 남단인데 이곳을 만재와 저는 돈키호테 삼거리 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유인즉 돈키호테가 삼거리에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글을 함께 읽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만재가 학교에 간 사이 저 혼자서 돈키호테 삼거리에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여의도방면으로 갈까 팔당댐방면으로 갈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떤 멋진 여자분이 휙 지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 나 같이 힘없는 남자는 저런 젊은 여자를 따라가야 해 그래야 운동이 될꺼야 하는 생각에 기아 9단 3단으로 바꾸고 전속력으로 허벅지 힘 이빠이 들여서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헉헉!! 힘이 딸리는 것을 느끼면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너무 매일 술 마시고 운동을 게을리 했다는 생각하면서 반성도 하고 부모님에게 너무 못나게 행동하는 생각, 집사람에게 너무 심하게 하는 생각, 나이 들면서 못 만나는 친구들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만재와 만순이 잘 자라는 생각에 있는 기운을 내서 더 달려 보았지만 완벽한 여신의 몸매를 한 그녀를 따라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죽어라 따라가다가 드디어 저는 포기하기 일보직전에 이르렀습니다. 머리 속에서 자꾸 타이어 공기압이 부족해서 내가 에너지를 더 많이 쓸데없이 쓰고 있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머리 속이 복잡해 지고 여신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하는데 걱정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그 분이 편의점으로 자전거를 꺽어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볼것인가? 말것인가? 보면 환상이 깨질 것인데 하는 생각에 저는 우물쭈물 하다가 싸나이 갈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계속 가자. 그래서 계속 달렸습니다. 미친듯이 더 밟고 또 밟고 하는데 힘이 들지도 않았습니다. 만재아빠 싸나이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심장에서 pumping up the hot blood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hatchet 초반부의 비행사의 심장마비가 생각나면서 조금 속도를 줄여 보기도 하면서 한 참을 달려 보았습니다. 암사동 근처 공원에 도착해서 공원 앞에서 쉬면서 하남시 가기전의 죽음의 비탈길을 한번에 갈까 쉬면서 갈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오르기 너무 힘들어서 '죽음의 비탈길' 이라고 만재와 제가 칭하였습니다.
그런데 암사동 근처 놀이터에서 물 한잔 마시고 쉬고 있는데 그녀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너무 놀라 저의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쌩얼을 보고야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허리힘까지 써 가면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싸나이 길은 무슨 나도 남자인데 참는 것만이 싸나이 길이 아닐 수 있어! 완벽한 몸매와 스포츠 드레스 ! 그리고 썬글라스 ! 불륜! 만재와 만순이! 이런 유치하지만 나름 심각한 생각에 사로잡혀 평소 쉬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죽음의 비탈길을 자전거로 쉬지 않고 넘어서서 저는 하남시 입구를 지나서까지도 그녀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한번 쉬고 빠른 속도로 반포에서 하남시까지 간 것입니다. 그녀의 힘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하남시 조금 지나서 좌회전을 하는 곳 앞에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 라면, 오뎅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그녀가 그곳으로 들어가더군요. 저도 따라 들어갔습니다. 직접 쌩얼을 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 하지만 저는 제 초라한 모습이 생각나면서 그녀를 쳐다보기가 부담스러웠답니다.저는 얼굴은 별로 이쁘지 않을 것을 확신하면서 몸매 보고 운동 좀 하신 분 같아서 따라 간 것이거든요. 직접 보니 환상이 깨지는 것이 아니라 더 심한 환상이 감성과 이성을 모두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어떤 분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하시는 분이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달린 것일까? 30대 중반정도인데 아이들이 있을까? 이혼해서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있을꺼야 하는 생각을 했지만 대화를 건네지는 못했습니다. 소심해서요. 제가 잔치국수와 막걸리 한잔하고 있는데 그녀는 잔치국수 한 그릇 드시고 바로 또 다시 떠나더군요. 우회전 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팔당댐쪽으로 가는 듯 했습니다. 저는 고민을 하다가 도저히 제 체력으로는 아름다운 그녀를 따라갈 수도 없고 대화를 건낼 용기도 없고 해서 그 곳에서 반포쪽으로 자전거를 돌렸답니다. 순정파 열혈남아 와이프만 생각하는 독창적 미남 만재아빠로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좌회전해서 다시 돈키호테 삼거리로 달렸습니다. 아이들과 와이프 생각하면서 인연을 만들지 않기를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엄마표 해가 가면 환상에 환상이 더해집니다.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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