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집에 와서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집니다.
초 2 딸아이, 그 흔한 학습지도 문제집도, 정말 아무 것도 시키지 않지만,
집듣만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하루 10분이라도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처음 엄마표를 시작했을 때의 제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아이와 함께 하는 영어 시간이 마치 목숨줄 같고,
그 시간이 방해되거나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작년 가을 처음 영어를 시작할 때는
우리 아이랑 영어책 재미나게 읽는 거야..... 하며 시작했습니다.
마음 한 켠 영어도 한글처럼 책을 읽다 보면 뭔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없다고는 안하겠습니다.
근데 정말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제 마음이 조급해진 것 같습니다.
쑥쑥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며, 무수한 책들을 보며,
그래! 저 책들을 다 읽히고야 말리라! 라는 무모한 각오도 마음 한 켠 자리잡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발전이 눈에 확확 보이면서 아이가 더 빨리 쭉쭉 나가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20개월...... ㅜ.ㅜ
몇 달 전부터 둘째때문에 내가 오로지 딱 하나 큰애와 함께 하는 영어 시간이 괴롭습니다.
방문 닫아 걸고 하면 방문 앞에서 통곡을 하고,
방문 열고 하면 책을 뺏어 홱 집어 던지거나 지 언니 머리끄댕이를 사정없이 당깁니다.
어찌 심술이 안나겠습니까.
하루 종일 얼굴 제대로 못본 엄마가 집에 와서 언니만 챙기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큰 아이 혼자 듣게 하다 보니, 20분짜리 책 한 권 달랑 듣고 끝내게 됩니다.
어쩌다 수학익힘 숙제 있는 날 버벅거리는 큰 아이에게 설명 좀 해줄라치면
역시나 달려드는 둘째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고......
엄마랑 함께 앉아 영어듣는 게 너무 좋은 큰아이인데,
엄마가 함께 안들어주니 신이 덜나는 모양입니다.
근데 어쩝니까..... ㅡ.ㅡ
큰아이 독서퀴즈대회가 20여일 남았습니다.
교내 대회면 과감히 아이에게 맡겨버릴텐데, 어쩌다 보니 학교 대표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학교 대표로 나가는 거라 단 몇 권이라도 엄마랑 같이 신경써서 봐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
얼마전부터 나날이 스트레스였습니다.
아무 것도 못하고 자는 밤이면 남편한테 짜증내는 날이 많아졌지요.
어느 날은 12시가 다 되도록 절대 잠을 안자고 저를 귀찮게 해대는 둘째를 보면
내 39년 인생 중에 올해개 가장 불행해!!! 해버렸습니다..... ㅜ.ㅜ
물론, 둘째때문이 아닙니다.........
직장이 정말 눈코 뜰새 없이 바쁜데다가
저를 너무너무 힘들게 하는 누군가로 인해 하루 종일 머릿 속에서 그 생각을 하고 사는 스트레스에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합쳐져서 그랬던거지요.
충격받은 울 신랑..... ㅜ.ㅜ (미안해.....)
독서퀴즈대회 때문에 스트레스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그러다..... 바로 어제 그냥 끈을 확 놓아버렸습니다.
그래! 쉬자!
독서퀴즈는 아이한테 과감히 맡겨버리고(울 딸 낙천적이라 책 다 읽었다고 거들떠도 안보지만 ㅜ.ㅜ)
영어는 집듣하던 쥬니비를 포기하고,
아이 혼자 즐기며 듣기에 편안한 어스본 파랑으로 바꿨습니다.
오늘 혼자 어스본 파랑을 들으며 킥킥대며 웃는 아이를 보며,
그래..... 쉬어 가는 게 맞는 거야......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쑥쑥에 글을 쓸 마음의 여유도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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