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이 이날도 기성이를 데리고 놀이터로 향했다.
찌는듯한 불볕더위가 연일 이어지더니 이날은 모처럼 선선한 가을바람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식혀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지않은 아이들..
기성이는 들어서자마자 자전거를 내팽계치고 .. 몇안되는 아이들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참을 뛰어놀다 목마르다며 가져온 얼음물을 달라고 손짓하는 아이를 향해 물통을 들고 나섰다..
막 시소 옆을 지나치려할때 난 나의 귀를 의심했다. 초등저학년으로 보이는 두명에 여자아이들..
깔깔거리며 대화하는 소리가.. 혹시??............... 영어?? 아들에게 물을 주고나서 돌아서면서 난 그 여자아
이들 곁을 맴돌았다.. 헉! 너무나도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의 심장은 고동치고... 물론 주위에 영어 잘하는 아이들이 참 많다, 이곳 쑥쑥에도..
그렇지만 막상 내 눈앞에서 영어로 자연스레.. 대화를 주고받는 광경이 꽤나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다.
것도 원어민??? 수준??? 모르긴몰라도 그러했다. 제일 먼저 쑥쑥이 떠오르는건 왜일까?? 쑥쑥에 연고지
를 둔 .. 엄마표 아이들인가?? 그럼 혹시 쑥쑥에 그 유명한 아이들중에 한명일까?? 그럼 누굴까??
오만가지 생각들이 맴돈다.
저만치에선 아이들에 아빠인지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잠시후 그 아이들에 아빠임이 확인된후(한국말을
쓰기에) 정말 벌벌벌 떨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겨우겨우 말을 붙였다. 도대체 무슨이유로 이렇게 떨리는
지,, 이런심장으로 아들 영어를 우째 갈킨다고,,,
" 아이들이 영어를 참 잘하네요.. 집에서 가르치셨.....??"
나의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뇨,,미국에서 살다가 얼마전에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부모의 공부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집안에서는 한국어를 줄곧 사용을 했으며 ,,현재는 이곳에 뿌리를 ,,
대충 이러하다.
난 양해를 구한다음 저쪽 먼발치에서 큰 형아들 뒤를 죽어라 따라다니고 있는 기성이를 서둘러 불러세웠다.(혹시..나 ,,, 하는 맘에..)
그 아빠라는 분은 아이들에게 우리 기성이가 누나들 영어하는 모습을 궁금해한다며 자연스레 대화하라는 주문을 하셨고 ,, 여자아이들을 아랑곳않고 술술 ~~~ 영어로 대화를 하고.. 기성이는 그 옆 시소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내가 거듭 특별한 주문을 여자아이들에게 부탁하고 싶었지만.. 나의 영어실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기에 .. 나의 발음이 너무 부끄러웠기에..결정적으로 어떤말도 생각이 전혀 안나기에...
어찌나 한심해 보이던지..
안타까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주의깊게 누나들의 대화를 듣던(?)기성이가..
엄마의 맘을 읽었는지.. 특 내뱉는 한마디..
"나도 영어 잘하는데..."
오~~잉??? 뭐시라?? 그래 기성아 아자! 아자! 아자!
보여줘!! 보여달라구!! 엄마가 그간 공들였던 너의 실력들!!!! 그래 그간 노력이 헛된것이 아니었구나!
엄마표의 위력을 드뎌 오늘 보여주는구나!! 쑥쑥에서 추천 받는 영광에 기쁨까지 누리겠구나!!
앗싸! 앗싸!! ...........................................................................................................!!
(기성이는 시소에 앉아있고 나는 반대쪽에서 열심히 낑낑대며 시소를 태워주고 있는 상황)
"mommy! mommy! up! " 시소를 올려달라고.. (시소를 올려주고나니..)
"down!!" 시소를 내려달라고..
그래 ..그래 ... 잘한다 . 잘한다.. 쫌더 !! 쫌더!! 길게~~ 길게 ~~ 길~~~~~~~~~~~~~~
" mommy! 땡큐!!! 나 저기 가야지!!!! " 하더니만 ... 저 쪽 그네있는 곳으로 슝~~~~~~~~~~~
하고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으미~~~ 여자아이들 또한 어이없다는 표정~~
...... 민망해서 우짤꼬~~~~
순간 심장은 벌렁벌렁~~ 단번에 무릎에 힘이 쭉~~ 풀리고...
상황이 어찌나 웃기던지.. .. 기껏 한다는 얘기가..
하지만
나나 기성이나 짧다면 짧은시간.. 길다면 긴시간이지만 많은 발전을 했다.. 기성이 비록 짧은 한두마디일지언정 .. 사소한 상황이었을지언정 .. 영어를 잘한다며.. 자신감있게 내뱉는 말이며...
나또한 예전에는 상상치도 못했을 상황...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 곁은 슬슬 피하지 않았다는것....
그것만으로 만족을 하리라..
스스로 내맘을 달래며... 이렇게 까지 커준게 어딘데... 하며실컷 뛰놀게 했다.
한참을 뛰어놀다 들어온 녀석 머리카락과 얼굴, 옷에는 비맞은 생쥐마냥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사내아이 냄새까지 진동을 한다,, 난 혼자만에 취한 여운으로 땀벅벅이 녀석의 얼굴을 나에 얼굴에 부비며 찐한~~ 뽀뽀를 해댔다.. 그리고는 유유히 아들녀석의 자전거를 뒤에서 밀어주며 씩씩하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맘을 전하며 집으로 향했다,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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